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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철푸덕! 철푸덕! 목련 꽃잎이 냅다 엎어진다. 구석구석 멍들고 아픈 듯 커다란 이파리가 몸부림치듯 풀썩인다. 둥글게 몸을 말고서 사이로 끼어오는 바람에 한들거리며 드디어 평안이다 숨을 돌린다. 이제는 차분히 돌아가면 될 것을, 잎이 떨어져 내려온 그 끝에 안녕을 달아둔다.
집 앞 목련꽃이 필 때마다 떨어지는 진한 황갈색의 변주, 그 무성한 아우성에 귀를 기울인다. 짠하고 진하고 편하다.
걷는 사람들마다 꽃가루를 뿌옇게 안고 간다. 이고 간다. 허그하며 악수하며한 움큼씩 쥐어 주며 나눈다. 네가 온 곳의 꽃가루는 내 눈으로 날아와 눈썹에 매달리고 바람이 불면 투명한 그 표피에 얼룩이 진다.
아무리 긁어도 해소되지 않는 간지럽게 도드라지는 염증, 사는 것이 그런 증상들의 반복된 단거리 경주라서 긁어낸 피가 수줍게 올라오면 무덤덤한 척 엄지로 문지른다. 얇아진 핏자국만큼 슬픈 시간이 같이 걷는다.
숨소리마다 환각처럼 날아드는 투명한 알레르기. 금세 코안뜰에 가득한 가루와 먼지와 균들이 질척하게 엉키고 뒹굴다 마르고 말라 오열을 기다린다. 습한 안개라도 끼면 좋겠다.
레이저를 맞아가며 새까만 새의 문신을 지우는 이야기를 읽었다. 진피를 깊이 뚫어야 새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며 묵직한 통증을 하얗게 참는다. 참을 수 있는 통증이 부럽다.
치유의 힘을 다른 방향에서 얻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람을 등지고 서서 나무로 만든 탁자에 기대보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혀 보기도 한다.귓등을 타고 넘어가는 강줄기에 서럽다. 나무와 전깃줄은 괜히 올려다보았나 보다. 바람을 보았다.
떨리는데차분하다. 긴 손톱이 딸깍거리며 따라오라한다. 영화를 예매하고 콘서트 티켓도 산다. 처음 가는 영화관 길 찾기도 하고 콘서트에서 볼 커다란 대형 스피커를 떠올린다. 이제 웃어봐.
한아름 품었던 마음을 날려준다. 떠나간 자리에 무엇이든 오겠지. 이제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을 거야. 이 시린 봄처럼 매일매일 떠나보낼 거야. 봄 햇살이 화살인듯눈에 꽂히면 내 심장까지 닿을 그 아픈 촉이 이내 튕겨나가 버리 길 가만히 바라본다.
꽃들이 피고 또 피며 흐드러진날에는 봄을 가려줘서 좋다. 꽃잎이 사뿐히 내리며 봄빛을 울렁인다.
비리고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