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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어는 항상 나쁜 뜻만 가지지 않고 항상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포위의 말이 달려갔다가 그 의미를 톱질하는 통증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만 보는 게 좋다. 괜히 팔을 뻗었다가 살에 톱니가 박혀 떨고 있을 수도 있다. 찢어진 톱이 운다. 방어하다 더 아플 텐데.
슬픈 단어가 날아오면 그건 내 의미가 슬프다는 거다. 보내는 의미는 달랐을 수도 있다고 굳이 반대편을 바라본다. 내 슬픔과 저 편의 무덤덤함 또는 조금의 밝은 그늘이 느껴질 때 다시 한번 그냥 올려다본다. 어차피 간극이 드러나지 않고 드러난다 해도 그게 슬픔이든 한 줄기 빛이든 서로 이미 아파한 후다. 오해한 후에.
이상한 능력이 있다고 믿으며 산다. 어떤 말이 다가와도 어떤 글이 날아와도 투명한 젤리 같은 막이 끝마다 달린 날카로운 이빨을 뭉툭하게 녹일 거라는믿음,이상한 삶의 습관에 눈물도 조용히 아름답다. 가만히 정리하는 마음에 이리 떠나도 보고 저리 걸어도 본다. 그럴 때 오해를 날려 보내고 보낸 곳에 평안을 심는다. 그래.
꿍꿍 뭉쳐진 '삶'이라는 글자를 펼치며 한 소리 한 소리마다 다독이며 마음을 건다. 시옷에 사랑, ㅏ에 아, 그리워, ㄹ에 꺾인 길 따라 네 번째 다시 그리워하고 ㅁ에 마음을 다했으니 잘했다 한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제대로 걷는다. 살아가는 것,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사는 거다. 그래서 나는 종종 그런다. 죽을 때까지 살 거야.
오늘 날아온 단어 하나가 가슴을 납작하게 했지만 그걸 꾹 안고서 보낸 사람을 생각한다. 좋은 사람 일거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낸다는 건 마음을 떼어 보낸다는 거니까. 그게 어떤 마음이든 내 가슴이 안아야 할 의미는 내가 정하는 거니까. 그런데... 오늘 납작해진 가슴은 움푹 들어가 여전히 아프기는 하다. 시간을 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