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한 번도 막히지 않았던 지난밤 도로를 다시 거꾸로 걷는다. 거기엔 나가는 문 들어오는 길이 가지런했다. 사는 게 누군가 뚫어 포장해 둔 곳을 그냥 가는 것이라면 벌써 지루해 몸부림칠 거다. 끝까지 불어 하늘거리는 풍선 같은 위태로운 욕망을 안고 모두들 조심조심 사랑하며 산다. 나도.
밤늦은 할인이 그 안에 들어있는 다 쭈굴 해진 오렌지 껍질을 내밀며 측은하다. 샐러드나 청양고추도 컵누들도 삶은 달걀도 거기엔 다 카지노 쿠폰. 떠나온 곳에서 본 것들이 그대로 진열된 똑같은 이름의 마트에서 나오며 허기진 비루함에 서둘러 나의 원래 모습을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할 일들. 그것만 생각해야지.
데칼코마니의 더블침대와 욕조에는 태산 같은 미션들이 뛰었다가 소리 질렀다가 몸을 담근다. 여행이라기보다 감금을 위한 축배를 든다. 어떤 그리움 따위는 핀으로 벽에 꾹 박아두고 새 길을 찾아야지 하지만 자잘한 순간들이 자꾸 툭툭 건드린다. 내 인생의 사건이 내 삶의 버그가 내 뇌를 프로그래밍한 그 순간들.
짧은 이박 삼일에는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내가 보고픈 것들이 내가 견뎌야 할 것들이 다 카지노 쿠폰.
미션을 마치면 자유로를 달릴 것이다.
에스쁘레쏘를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