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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Dec 02. 2024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250억짜리 분수를? 온 가족이 '공부' 중

수질 개선 vs. 생태계 파괴, 아이들과 함께 따져보았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바로 앞에서 붕붕 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경포의큰고니가족

찬성과 반대가 나뉘는 사회적 사안에 자녀와 함께 행동하는 기분은 어떤 걸까. 나는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아이가 어리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같이 뉴스도 보고 주간지도 읽는다. 진짜 지식은 세상 속에 녹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과서나 문제집에서는 배워야 할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반면 사회적 사안은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주목하는 부분이 다르다. 가령 원자력 발전 방식을 두고도 친환경이라 주장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막대한 위험을 품고 있는 발전 방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두 입장을 모두 설명하되, 우리 부부가 지향하는 방향도 아울러 알려준다. 완전한 중립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내가 살고 있는 강릉시에서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 발생했다. 경포 호수에 대형 인공 분수를 설치하겠다는 시청의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그러자 찬성 측과 반대 측에서 첨예하게 격돌했다. 경포호수 둘레길을 따라 분수 설치 찬성 측의 현수막이 장벽처럼 설치되었고, 반대 측에서는 사업 전면 백지화 운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기에 이상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고 현실은 가치관들의 타협선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경포호 분수 설치는 강릉 시민인 우리의 문제였다.우리 가족은 최소 열흘에 한 번 꼴로 방문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대를 산책한다. 큰 호수만 도는 것은 아니고, 저류지부터 허균허난설헌 공원과 주변 습지 일대를 기분 내키는 대로 다닌다.


나는 2009년부터 강릉에 살면서 경호의 사계절을지켜보았다. 야생 수달을 처음 본 곳도 호수 둘레길 둑방 근처였다. 가시연 군락이 만개할 때나, 겨울에 큰고니 가족이 찾아올 때면 어김없이 쌍안경을 들고 호수를 걸었다.


경포 호수는 우리 삶의 일부였다. 그렇기에인공 분수 설치는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분수 설치 예상 지역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물이 바다로 드나드는 길목으로 오리와 갈매기가 자주 쉬는 곳이었다.반드시 진지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분수 설치 계획에 담긴 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아이들과 함께 감정적 대응 이상의 공부를 하고 싶었다. "자연은 원형으로 잘 보전하는 것이 가장 좋아. 인위적으로 손 대면 복구도 힘들고, 망가지는 부분이 생겨."라고 일방적으로 알려줘도 되지만 제대로 찬반 양 측의 주장을 뜯어보기로 했다. 그래야만 일방적인 강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릉시청에서 제작한'강릉 경포대와 경포호 내외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 자료와 강릉 시장의 시정연설 등 분수 찬성 측 자료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이 문서로 된 발표자료를 이해하기 힘들어하여 뉴스 영상을 함께 시청하였다. 익숙한 장소가 화면에 나오자 몰입도가 높았다.


강릉 시청은 '경포 관광 활성화와 수질 개선'을 위하여 분수를 반드시 설치하겠다는 입장이었다.아이들은 분수와 함께 등장하는'수중폭기시설'이라는 용어가 낯설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중폭기시설은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를가리켰다.강릉시가 추진하는 인공분수는 거대했다.길이 400m, 최고 높이 150m의 250억 원 규모의 대형 시설물이었다.


지난 25일 강릉 시장의 시정연설에 따르면 현재 경포호의 염도는 29.51 퍼밀로짠 편에 속하며 퇴적물도 두텁게 쌓인 상태다. 민물 수생식물이 자라기 힘든 환경에, 부패한 해초류가 악취를 풍겨 불쾌하다는 문제인식이 있었다. 방치된 경포로 인해관광객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으니, '분수와 폭기시설 설치'로 관광과 수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우와 신기하게 생다."


분수 배치 예상도를 보고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는 탄성을 질렀다. 아마 강릉시에서 관광객에게 기대하는 반응도 비슷할 것이다. 여러 방향과 세기로 운영되는 분수가 길게 늘어선 형태였다.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 위로 거대한 물줄기가 솟구치는 장면이 상상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분수 배치 예상도 ⓒ강릉시


당연하겠지만, 분수 예상도에는 새가 한 마리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놀이공원의 스펙터클한 쇼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호수였다. 경포호는 환경부가 매년 겨울철 실시하는 동시센서스 조사에서야생조류 전반의 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곳이다. 언제나 새들과 함께하는자연 상태의 경포를보아온 나로서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강릉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우선 수온 상승 시기에'파래와 염주말' 부유로 인한 악취 제거 작업은 찬성이었다. 나도 여름철에 경포를 산책하면서 종종 인상을 찌푸린 기억이 있다. 근래에 기후위기로 과거와 다른 패턴의 날씨가 이어졌다. 경포호 분수 관련 예산을 기후위기 대응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변 토지를매입하여경관을 정비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일대를 보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싹텄다.반면 호수 내 인공물 설치는 성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수질이얼마나 나쁜지, 분수와 폭기시설로 유의미한 수질 개선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반대 측 입장을 들어 보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사업 추진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했다. 우선 수질개선의 실효성이 밝혀지지 않았고, 야생생물 행태에 대한 영향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릉 시장은 경포호 수질악화의 원인으로 경포호의 염도와 부영양화를 지적하였다. 반대 측은 두 항목 모두 수질 개선 사업의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경포호의 염도가 높은 이유는 담수와 해수와 혼합된 기수호이기 때문이다. 동해안의 석호는 해양과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기에 내륙 호수에 비해 염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부영양화는 물속에 영양물질이 과하다는 의미다.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와 관련이 있다. 나는 정확한 데이터에 관심이 생겨 환경부가 운영하는 물환경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전국 하천 및 호수의 수질 데이터가 연도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는 수질을 측정하는 장소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1', '온라인 카지노 게임 2'로 두 군데 존재했다. 자료실에서 엑셀 형식으로 된 수질 데이터 목록을 내려받았다. 정확한 데이터 해석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가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포호 내 총 유기탄소와 질소 농도는 평균적으로 4등급보다 나은 상태라 괜찮지만, 총인 농도는 안정적인 추세이긴 하나 경우에 따라 관리할 필요가 있다.'였다. 지금 당장 인위적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부영양화가심하지 않은 것이다.


총 질소 농도는 낮아지고 있고, 총인 또한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강원영동MBC에서는11월 17일과 24일에 걸쳐'온라인 카지노 게임 분수 설치 논란'을 주제로 대담 방송을 내보냈다. 찬성 측과 반대 측 전문가가 참석해 직접 의견을 내보이는 자리였다. 우리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 나와 아이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았다.


찬성 측 패널로 참여한 모 교수의 발언이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그분은경포호수 아래에 깔린 퇴적물에 유기물 층이 분해가 되지 않아 점점 퇴적물의 양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해결 방법으로 산소를 공급해서 유기물 층이 분해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환경정보시스템에 탑재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경포호 퇴적물 유기물 농도는 9.3~11%였다.같은 기간 내 다른 호수의 유기물 농도를 살펴보았다. 홈페이지 내 '퇴적물측정망' 메뉴에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의 전국 댐과 호수 내 수질에 관한 전체 측정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었다.


2023년 강원도 횡성군의 횡성호 퇴적물 유기물 농도는 10.18~10.79%, 춘천시 소양호는 0.34~12.41%, 충청도의 대청호는 9~10.46%로 경포호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경포호의 퇴적물 유기물 농도가 예외적으로 나쁘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무엇보다 경포호 내 용존산소농도는 매년 평균 9 ㎎/ℓ이 넘어 기준이 7 ㎎/ℓ인 1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단순히 유기물 분해를 위하여 길이 400미터에 달하는 인공분수를 설치하고 산소를 공급하겠다는논리는 빈약해 보였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른들의 토론 장면을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어항에 들어가는 산소 공급장치를 유튜브로 보여주는 등 개념을 영상과 책으로 알려주어야 했다. 중간에 금붕어에 시선을 빼앗겨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지만, 분수 논란 덕분에 여러 과학 개념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목격했던 것들

경포에서 가족끼리 했던 플로깅의 추억


지겨운 수질 관련 숫자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다른 방향으로 설명을 틀었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수에서 찍은 사진을 보았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왜가리를 구경하고, 길 잃은 고라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인혹고니와 무늬가 아름다운 후투티를 멀리서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이곳이 바로 습지보호지역인 경포 일대였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분수를 설치하려는 경포호가 '보호지역'이라는 점이다. 경포는 도지사가 지정하는 습지보호지역이자 도립공원이며, 야생생물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가 지정하는 명승, 자연공존지역(OECMs)이다. 환경부의 제4차 습지보전기본계획(2023-2017)에는 '동해안 석호를 근간으로 하는 기수역 생태축 관리 강화'라는 추진과제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사실 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질개선'은 비난을 피하기 위한 명분이고 결국은 개발을 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것을.그럼에도 이익관계자의 의지는 강력하고,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을 배척하려 한다.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11월 24일 일요일에 '경포호를 그대로! 시민 걷기'에 참여했다가 작은 봉변을 당했다. 우리는 특정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가 아니며 회원도 아니었다. 단지 시민 자격으로 참가한 걷기 행사에서"강릉에 살지도 않는 것들이 어디서 애들까지 데리고 왔어!, 당장 떠나라!"라는 황당한 소리를 면전에서 들었다.


처음 보는 아저씨들이 위협적인 행동과 욕설을 했다. 우리는 아이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 아이들이 살면서 처음 겪는 부류의 어른이었다.집에서 분수 설치 찬반 공부를 할 때는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조율과정일 뿐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친 진실은 폭력적이었다.사람은 이익 앞에서 얼마든지 거칠어질 수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만난 화난 아저씨 무리 때문에아이들이 무서움에 떨기는 했지만, '분수설치 찬반' 공부를 잘한것 같았다.교과서의 가지런한 문장에는 감정의 거의 실려있지 않다. 반면 지금 여기서의 이해관계가 걸린 갈등 현장에는 뜨거운 감정이 맞부딪힌다.


분수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흥분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가 하면, 겨울 철새의 보금자리를 지키겠다며 주먹을 꼭 쥐는 쪽도 있다. 경포 분수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공부하고 지켜볼 것이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주변의 생물이 자연스럽게 평화를 누리길 바랄 뿐이다.


초대형 분수가 호수의 새에게 스트레스라는 건 상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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