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
오늘 드디어 큰카지노 게임 등교날!
독일 TV에서 봤던 그 웃픈 광고가 생각난다.
아들이 다른 타도 시 대학교로 떠다던 날이었다.
광고 속엔 그렇게 늙지는 않았지만 늙었다고 생각되는 부부가 서운하고 슬프고 아련한 얼굴표정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고서는 아들의 행동거지를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다. 아들은 자기 짐들을 하나둘씩 낡은 차 안에 그냥 던 지 듯 쑤셔 넣으면서 '아니 왜 저러나!' 식 표정을 지으면서도 별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아들이 마침내 짐 옮기는 작업이 다 끝나고 "나 가요!" 라며 잠깐 손을 들어 위아래 흔들더니 운전석에 앉는 순간 부부는 눈물을 흘리는 듯 (정말 흘리는 듯..이다) 아들의 머리를 얼굴을 쓰담하고 아들은 '아니 왜들 저러나!'라고 또 속마음을 내 비쳤다. "도착하거든 꼭 전화 줘" "오케이" 그리고 붕~~~~ 차는 시동을 걸고 떠났다.
잠깐 차가 떠나고 아들이 백밀러로 부부를 흘끗 쳐다보는 것도 모르는 부부는 어떻게 했을까?
"와~ 여보 우리 드디어 해방이야!"
부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서 만세를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거였다. 해방? 무엇으로부터??
큰아이가 이 낯선 한국땅에 와서 Gr.2이라는 한국식 초등학교 2학년에 편입되어 학교에 가는 날이다. 오늘이! 그런데 아이도 나도 남편도 그리고 꼬맹이 막둥이도 광고 속 부부처럼도... 부모로부터 자유를 외치던 그 광고 속 아들처럼도 기쁘지도 기다려지지도 즐겁지도 않은 그저 막막하고 무섭고 마음 한편이 너무 아린 날이었다.광고처럼 부부는 아들로부터 자유요! 아들은 부모로부터의 자유를 환호를 지를 만큼 좋았나 보다. 우린 아닌데.
한남대학교 옆에 붙어있는 학교건물도 왠지 너무 커 보였다.
큰카지노 게임를 그 거대한 건물 안에 두고 올 생각을 하니 자꾸만 화가 난다. '왜 오자고 했을까!'
말들을 키우면서 학교하교시간에 아이들이 놀고 학교숙제도 할 수 있는 Hort라는 게 있는 독일 초등학교에서 큰아이는 인기가 많았다. 아이를 두고 여러 학생들이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 그랬었다. 큰아이가 한국으로 간다는 소리에 " 네가 간다니까 난 너무 좋다"라고 하던 아이가 있었다. 자꾸만 다른 친구가 큰아이에게 붙어서 자기들끼리 노는걸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으니까 좋단다. 내가 못 먹는 떡 다른 아이도 못 먹게 흙을 뿌려버리는 식의 생각이었을까! 승마를 배운 곳도 그 Hort였고 작지만 토마토며 여러 채소들을 키우는 학습장이 될 수 있는 작은 텃밭들이 학교 옆에 있고 매년 직접 만든 라테르네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쉬멜론을 나뭇가지에 끼워 불에 그을려 먹는 그런 소박한 동네 페스티벌도 있던 그 동네를 왜 떠나와서 아이를 저렇게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멋쩍게 만들어 버린 걸까!
"카지노 게임! 네가베르타구나!"
담임선생님이라는 분이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건네왔고 바로 우리에게도 " 안녕하세요 " 라며 악수를 청한다. 흰머리가 반백수이고 긴 머리는 자연스럽게 위로 올려 큰 핀으로 고정시킨, 우리가 생각하는 선생님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할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까지도 큰아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선생님과 우리를 반복해서 쳐다보는 것 외는 다른 행동도 말도 없이 말이다. "그럼 베르타는 저랑 함께 교실로 가겠습니다. 하교는 오후 3시 20분이니까 그때 데리러 오시면 될 거예요." 가볍게 상냥하게 미소를 짓고 아이의 손을 잡고 그 큰 어른과 그 작은 사람인 큰아이는 우리들 시야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베르타! 엄마가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 황급히 따라가서 조용히 이 말을 전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 다리에 힘이 빠지는 이 느낌은 뭐였을까?그 순간 들려온 아이의 첫마디에 내가 알아야 했던 것은 그 "다름과 혼돈" 이였다.
"카지노 게임! "
"카지노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