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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an 12. 2021

한밤중 신혼집에 일어난 대참사

"자기야, 오늘은 자기가 내 귀 파주면 안 돼?"


어젯밤, 웬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나에게 귀를 파달라고 했다. 왠지 네가 하면 아플 거 같다고, 무섭다고 하면서 그동안 나의 손길을 피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말이다.


"오~~~ 드디어! 좋아! 나의 실력을 보여주지. ㅎㅎ"

"살살 부탁해."


얼마 전에 산 스마트 귀이개와 알코올 솜, 휴지를 준비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내 무릎에 눕혔다. 생각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귓구멍이 작아서 시야 확보가 힘들었다.


"음... 잘 안 보이는데?"

"조금씩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긁으면 나와. 살살~~"

"걱정하지 마~ 알아서 잘한다구~ㅎㅎ"


으악!!!!!!!!


갑자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비명을 질렀다. 내가 너무 욕심을 과하게 부리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귓속의 민감한 부위를찌른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한동안 귀를 잡고 엎드려서, 고통을 호소했다.


"헉... 미안... 괜찮아?"

"자기야, 너무 아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엄살 부린다고 생각했다. 귀이개가 민감한 부위를 살짝 건드린 정도라고 생각했다.


"미안... 반대쪽 귀는 살살할게..."

"아니야. 그냥 하지 마. 안 해줘도 돼."

"미안해서 그래. 반대쪽은 진짜 살살할게."

"알겠어. 이번엔 진짜 조심해야 된다?"


무사히 귀를 파고, 이제 막 몸을 일으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얼굴을 보았다.


헉... 자기야. 피나! 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왼쪽 귀에서 계속 피가 나오고 있었다. 스마트 귀이개로 귀 내부를 보니, 귀 안쪽 살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확대해서 보니 더 끔찍했다. 엄청 아팠을 텐데, 남편한테 화도 안 내고... 심지어 난 엄살 부린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너무 미안했다.


한밤중이라 병원은 갈 수 없었기에 우린 조심스럽게면봉으로 피를 닦고, 지혈을 하고 상처연고를 발랐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헉... 진짜 미안... 이렇게 심할 줄 몰랐어. 미안..."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진짜 미안... 너무 미안... 하... 많이 아팠을 텐데..."


그 와중에 화도 안 내고 웃으면서 계속 괜찮다고 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꼭 안아 주었다.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자책감이 동시에 나오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진짜 미안..."




다음날 아침,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다행히 청력에는 이상이 없었다.자는 동안 또 피가 흘러서 귀 안쪽이 온통 굳은 피로 덮여 있었지만, 다행히 고막 쪽에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했다. 외이도의 상처가 낫는 데는 한 2-3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학교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간밤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니, 깜짝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아니, 귀를 어떻게 팠길래, 피가 나요?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보네."

"와... 나 같았으면 남편 귀도 똑같이 만들었을 거 같은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진짜 보살이다. 보살 ㅋㅋ"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나중에 복수하려고 벼르고 있을 거 같은데. ㅎㅎ 오늘 집에 들어갈 때, 바짝 엎드려서 가요. ㅎㅎ"


퇴근 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얘기를 들려주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병원 간호사들에게 정반대의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어쩌다가 귀에서 피가 나신 거예요?"

"남편이 귀파주다가요..."

"와... 남편이 귀도 파줘요? 와.... 세상에 그런 남편이 있다니..."


같은 사실을 보고서도 이렇게 관점이 다를 수가 있다니... ㅋㅋ



아무튼 간밤에 식겁했다. 앞으로 웬만하면 귀 파는 것을 자제하려고 한다.


화도 내지 않고 나를 오히려 위로해주는 착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사랑해.



#신혼부부 #한밤중참사 #귀에서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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