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피자를 사 온 카지노 게임
창문을 여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옅은 파란색으로 맑아 여름 같은 느낌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카지노 게임인 걸 알 수 있었다. 더 누워있어 봐야 잠이 더 올 것도 아니고 피로가 풀릴 것 같지도 않아 일어나 샤워를 하고 간밤에 마신 맥주잔을 설거지하고 쓰레기를 정리했다. 택배박스에 물병, 화장품 케이스 같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모여있었다. 더 두어도 상관없겠지만 주변이 깔끔할 것 같진 않았다. 지하 2층 쓰레기장으로 가기로 하고 가벼운 에코백과 지갑도 챙겼다. 내려간 김에 마트에서 우유를 사고 1인용 피자도 한 판 사야겠다. 에코백은 뭘 들어도 좋지만 요즘은 문학동네 카페에서 산 검은색 에코백만 열심히 들고 있다. 작은 주머니가 있어 지갑이나 핸드폰 같은 것들을 따로 넣을 수 있어 애용하는 중이다. 거울을 보니 대충 드라이해서 말린 머리라 부스스했다. 묶을까 하다가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흔들어 더 붕 뜨게 만들었다. 미스코리아까지는 아니지만 어차피 얌전해지지 못할 바엔 발랄한 게 좋겠지. 아무도 발랄하다 생각하지 않을, 그러나 나만 혼자 경쾌한 머리스타일을 만들고 기분 좋게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무심히 쳐다본다. 바로 아래층에는 약속에 나가는 듯 멋을 부린 젊은 여자분이 탔다. 몇 층 더 내려가서 병원을 방문한 듯한 남자분이 타더니 1층에서 모두 내렸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는 아저씨와 함께 몇 걸음 떨어져 있던 여자분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키가 허리춤도 안 카지노 게임 남자 꼬마아이가 우다다 뛰어들어오다 내가 든 택배박스와 부딪혔다.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박스가 떨어졌고 그 박스 안 생수 플라스틱병이 툭 튀어나와 떨어졌다. 아이 어머니로 보이는 아까 그 여자분이 허리를 숙여 플라스틱병을 주웠다. 아이는 방금 일어난 일이 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엄마 허리춤에 손을 얹고는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지하 2층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손을 씻고 지하 1층으로 올라갔다. 우유를 사고 계산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붕어빵 사세요. 갓 구워서 맛있어요."라며 마트 사장님인지 매니저님인지 자주 얼굴을 마주쳤던 분께서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코를 스치더니, 피자를 먹을 텐데 붕어빵 하나쯤 더 먹는 건 일도 아니지 싶어 한 봉지를 덥석 샀다. 2천 원 현금이 없어 지갑 지폐칸을 열어보고 있으려니, 저쪽 계산대에서 카드 결제되요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마트에서 붕어빵 장사라니 올해 친구들과 갔던 제주도가 생각났다. 농협마트 입구에서 달달한 냄새를 물씬 풍기며 팔고 있던 군고구마를 한 봉지 사서 다음날 카지노 게임으로 대신 먹었던 기억이 났다. 도대체 여름 언제 지나가나 했었는데, 선선한 바람에 뒤이어 재빠르게 등장한 붕어빵. 마트의 마케팅 수완이 참 좋다 생각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올라와서 왼쪽으로 두 번 코너를 돌면 피자집이 나온다. 주문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고 그 뒤로 조리하는 공간, 그리고 건물을 빙 둘러 뒤로 나가면 테라스같이 꾸며둔 바깥 공간에서 먹고 갈 수도 있었다. 오늘은 혼자 집에서 먹을 요량이니 1인분 피자를 주문하는데 강아지가 왈왈 짖는 소리가 들렸다. '넌 누구냐 왈왈.' 그런 이야기이지 않았을까? 카드를 들고 계산하던 사장님은 고개를 돌려 "코코 조용히 해." 이름이 코코인가 보다. 시끄럽다기보다는 카지노 게임잠을 깨우는 듯한 그 경쾌한 짖음이 반가워 "이름이 코코군요. 좋은데요." 라며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코코는 계산대 옆으로 난 틈으로 나를 힐끗거리고 보다 사장님을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대기의자에 앉아 틈으로 코코를 쳐다보니 코코는 하얀색 동그란 강아지였다. 굳이 동그란 이란 표현을 붙인 이유는 작고 동글동글한 얼굴이 귀엽기도 했지만 그 보다 그 아래 붙은 몸이 통통하고 동글동글했기 때문이다. 얼굴은 작은데 몸뚱이는 커서 뒤뚱거리는 폼이 임신을 한 건지 아니면 그저 살이 쪄서 그리 된 건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하얀 코코 몸은 무거웠지만, 크고 경쾌한 목소리는 카지노 게임 무거운 내 몸을 깨워주었다.
의자에 앉아 카지노 게임가 구워지기를 기다렸다. 무릎 위에 올려둔 붕어빵 봉지에서도 달달한 냄새가 올라왔다. 카지노 게임 굽는 냄새와 붕어빵 냄새가 중첩되어 식욕을 자극하며 고소하고 달달하고 은근한 짭조름한 냄새까지 이어 번졌다. 바람이 불어 창문의 얇은 커튼이 흔들리듯 은은하게 기분 좋은 무드를 만들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따라라라라라 라라라 라라. 그게 뭔지는 라디오 DJ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남자 꼬마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장면, 오래된 영사기에서 흑백영화가 틀어지는 장면. 시네마천국 영화에 나오던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었다.
주말의 피로가 아직 두 어깨에 남아, 부은 손가락에 남아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작은 그리고 반가운 놀라움은, 가령 동네 슈퍼에서 산 갓 구운 따끈한 붕어빵 3마리, 카지노 게임가게에서 하얀 몸뚱이로 귀엽게 왈왈 짖어대며 낯선 손님을 힐끗거리는 강아지 코코, 잊고 있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들은 몸에 남아있던 퉁퉁 부어있던 피로감을 조금씩 앗아갔다.
피자를 넣은 통을 받아 들고 붕어빵을 담은 종이봉투 위쪽을 접어 쥐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마트에서 산 우유를 따르고 따뜻한 만찬을 시작할 텐데, 카지노 게임의 기분 좋은 향연은 그보다 먼저 시작해 버렸다. 아, 이거였을까? 필리프 들레름이 크루아상을 사러 가는 카지노 게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렇다면 나도 그의 글투로 이 글을 마무리해 봐야겠다. 피자를 들고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나는 이미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