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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경 May 05. 2025

취약함을 넘어 취약함무료 카지노 게임

베르그손 <물질과 기억 수업 후기 (18)

"뭐하냐? 빨랑빨랑 내보내. 하루종일 할래?"
그러면 내가 소리친다.
"야, 가자고! 좀 가! 가! 가! 가라고 좀!"
내가 욕을 하면서 삽을 휘두르면 돼지가 화답하듯 "꾸에에에엑" 소리를 질렀다. 스톨이 비좁아서 돼지가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삽을 피할 공간은 없다. (...중략...) 이리저리 용을 써도 소용이 없으면 농장장이 마대 자루에 톱밥을 조금 담아왔다. 그는 케이지 위로 올라가서 자루를 돼지 머리에 씌웠다. 돼지의 시야를 가리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도 결과가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돼지가 몸부림을 치는 데다가 머리가 커서 제대로 집어넣을 수가 없었다.
"아, 이 좆 같은 새끼가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농장장은 마지막 수단으로 넘어갔다. 그는 짧게 자른 PVC 호스로 돼지의 눈을 찔렀다. 돼지의 몸에서 사람의 완력으로 즉각적인 항복을 받아낼 수 있는 부위는 눈알뿐이었다. 돼지가 성대가 찢어질 듯이 비명을 지르면서 뒷걸음질을 치는데 이때는 주춤거리는 법도 없다. 돼지가 모든 형태의 경계에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했다. 돼지들은 스톨이나 돈방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것처럼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도 새로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싫어했다. 앞서 벌였던 실랑이를 모든 문턱 앞에서 되풀이해야 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막대기를 휘두르고....... 선두에 있던 돼지가 멈춰 서서 길이 막히면 뒤따르던 돼지들은 그 자리에 멈추는 게 아니라 되돌아온다. 그러면 다시 작업이 난장판이 됐다. 돼지들을 돌려 세우려고 뛰어다니다 보면 이 동물이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어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이 씨발 돼지새끼가 뒤질려고"

똥이 이리저리 뭍어 있는 펑퍼짐한 핑크빛 돼지 엉덩이를 장화신은 발로 걷어차며 내뱉었다. 꾸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돼지의 좁쌀만한 눈구멍이 나를 원망하듯 벌어져 있었다. 그 눈이 보기 싫어 똥푸는 초록색 삽의 날카로운 날로 돼지의 콧등과 두개골을 찍어내렸다. 돼지는 또 다시 비명을 지르며 움찔거렸다. 나의 성화에 돼지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다가도 딴길로 샌다. 다시 돼지의 궁둥이를 걷어찬다. 산더미만한 몸집 아래 달린 네 개의 가느다란 다리. 뻣뻣한 막대기같은 그것들이 간신히 몸뚱이를 지탱하듯 부들부들 떨린다. 한발자국 내딛것도 힘겨워 보인다. 어느 돼지는 움직이면서 똥을 누었다. 대사틀과 스톨에 갇혀있던 비육돈과 모돈들은 변비가 흔무료 카지노 게임. 신체운동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180일, 혹은 그보다 더 짧은 돼지의 삶 중에서, 아마도 기억나지 않을 자돈시절 이후로 실로 처음 '다리' 라는 신체기관의 본래 기능을 발휘해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을 것이다. 제발로 죽을곳을 향해 간다는 것을 돼지들은 알고 있었을까.


학부시절 종돈장에 실습을 갔다. 분만사에서 새끼돼지를 받아내었다. 많은 돼지들이 난산이었고 분만지연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옥시토신을 주사하여 유도분만을 하고, 난산인 돼지들은 직접 질에 손을 집어넣어 새끼를 빼냈다. 그 중 유독 작게 태어난 녀석들이 있었다. 당시 나의 실습 교육을 도와주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자아이가 말무료 카지노 게임. "이런 애들은 그냥 도태시켜야 해요". 그 아이는 망설임도 없이 자돈의 뒷다리를 잡고 팔을 뒤로 젖히더니 철제 난간에 힘껏 내리쳤다. 그 아이는 꿈틀거림이 멎을때까지 자돈의 두개골을 방망이처럼 휘둘렀다.


실험을 하다 도저히 실험에 쓸 수 없을정도로 작고 병약한 자돈이 있었다. 친구와 나는 고민하다가 지도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지도교수는 뭘 고민하느냐고, 그냥 죽이라고 했다. 문제는 마취약이었다. 학교에서는 동물실험에서 준수해야만 하는 마취약 지급 규정이 있었다. 실험의 규모가 불필요하게 커지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 실험실당 지급되는 마취약의 수량이 제한되어 있었다. 다음 실험에 써야 했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마취약이 없다고 했다. 지도교수는 우리를 답답해하며 마취약을 주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 그가 어처구니없어하며 웃으며 말했다. 뭐 동물 복지라도 하려는거예요? 동물을 사랑하기라도 하세요? 친구와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취약 없이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암모니아 냄새와 분냄새가 눈과 코를 찌르고 끈적이는 불쾌한 습기가 가득찬 돈사. 돼지 오줌무료 카지노 게임 축축하게 젖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그 아이를 누였다. 친구가 오함마로 새끼돼지의 머리를 여러번 내리쳤다. 나는 그 아이의 경동맥을 메스칼로 잘랐다. 피가 흘러나왔다. 뒷다리를 거꾸로 세워 하수구에 피를 흘려보냈다. 친구와 나는 둘 다 말이 없었다. 뒷산에 사체를 갖다 버렸다. 이후 친구는 몇 번이고 그곳에 가 보았다. 사체가 제대로 썩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가보지 않았다.


주말동안 전주 국제 영화제에 다녀왔다.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닭에 대한 내용이었다. 동물 해방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귀농을 해서 닭을 키우는 젊은 사람들. 그리고 한승태 작가의 인터뷰가 나왔다. 대학시절 내가 배우는 것들이 너무 싫어 읽었던 책, <고기로 태어나서의 작가였다. 작가는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며 축산을 체험한다. 산란계농장과 부화장과 육계농장, 종돈장과 자돈농장과 비육농장, 그리고 개고기 농장.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가 끝나고 GV 차례가 되었다. 말을 하고 싶었다. 고백이나 회개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두번째 줄에 앉아있었고 내 바로 앞에 감독이 있었다. 저는 축산을 전공했고요. 저도 돼지를 때리고 발로차고 욕했고 죽였던 적이 있어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이 차올랐다.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지만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흘렀다. 저는, 감독님이 하시고 싶으신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런데 동물 해방 운동도 비건도 채식주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죄악시하는 건 그런 방법으로는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죄책감을 지고 싶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저 단순히 비건 음식이나 동물복지인증 표시가 붙은 식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말잖아요. 이 영화는 아직 그 부분을 해결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횡설수설했다. 원래 GV를 그런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내가 갑분싸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간 친구가 날 부끄러워할것같아 걱정됐지만 신경쓰지 못했다. 내가 울어서인지 감독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래서 이 영화의 목적이 실패이길 바랐어요. 감독이 흐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사회자가 당황하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사회자와 감독사이에 앉아 있는, 멀리서 왔다는 게스트가 그제서야 눈에 들었다. 미안했다. 그들의 잔치에 내가 먹물을 끼얹은것 같아서.


죄책감을 심어주는 것도 외면하는 것도 방법이 아닌거잖아요. 그럼 그 사이에 무슨 길이, 어떤 구체적인 길이 있는 걸까요.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승태 작가는 폭력에 무감각해진다는 표현을 썼다.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존댓말을 쓰던 점잖은 선배가, 일터에서 돼지가 말을 안들으면 뒷다리를 부러뜨리면 된다고 차분하게 이야기무료 카지노 게임는 한작가의 인터뷰를 들었다. 내가 돼지에게 폭력을 가했던 때를 떠올렸다. 난 그 존재들이 혐오스러웠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울음소리도, 밥통에 고개를 처박고 사료를 먹어대던 모습도, 침을 씹으며 하루종일 누워있는 모습도, 똥과 오줌이 범벅된 몸뚱아리도, 건조한 겨울날 대사틀에 몸을 비비면 우수수 떨어져내리던 털과 비듬들도, 눈과 코를 찔러오던 그 독한 암모니아 가스도. 그 혐오는 사실 나를 향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더 이상 혐오할 수 없을 때에는 돼지들을 혐오했고 돼지들을 혐오하다가 죄책감을 참을 수 없을 때면 나를 혐오무료 카지노 게임. 나는 그곳에 갇혀서 뱅뱅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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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알, 부화, 그리고 번식


심층에서부터 구별되는 두 가지 기억이 있다고 말했었다. 하나는 유기체에 고정된 것무료 카지노 게임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개입에 적합한 반응을 확보해 주는 지적무료 카지노 게임 조립된 장치들의 총체이다. ... 기억이라기보다 습관인 그것은 우리의 과거 경험을 실제로 다시 보여주지만, 상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 다른 하나는 진정한 기억이다. 그것은 의식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우리의 모든 상태들이 일어남에 따라 차례로 보존하고 정렬하며, 각 사실에 그것의 위치를 남기고, 그것의 날짜를 표시하며, 첫 번째 종류의 기억처럼 다시 시작하는 현재 속에서가 아니라 결정적인 과거 속에서 매우 실제적무료 카지노 게임 움직인다. 『물질과 기억』앙리 베르그손


인간의 기억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습관기억'과 '전체기억'이다. 베르그손은 이 두 가지 기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 주려고 한다. '습관기억'은 기억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우며 유기체에 고정된 것이다. 반면 '전체기억'은 우리의 기억 전체이다. 우리의 전생애에 겪었던 모든 일은 "차례로 보존하고 정렬"되어 있다. 전체 기억의 많은 부분은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기에 일상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떠올리지 못한다. 베르그손은 이 '전체 기억'을 "진정한 기억"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는 이 '전체 기억'에 영향을 받는다. 즉, 어떤 것에 관계된 '전체 기억'이 많은지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베르그손은 이 '전체기억'과 '습관기억'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역 원뿔 도식'을 고안해낸다. '역 원뿔 도식'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마음(의식)은 과거 전체(전체기억)인데, 우리는 왜 그것을 다 보지 못하고 부분적인 것만 보게 될까?'. 바로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고민이었다. '나는 왜 내 마음을 잘 모를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좋아하는 친구가 이야기 무료 카지노 게임. 그 말의 음절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았다. 친구의 마음은 바로 내 마음이기도 했으니까. 내 마음을 모르겠어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서, 헤메이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가. 얼마나 많이 나를 파괴했던가.


처음 돼지를 출하했을 때, 이름까지 지어주며 아꼈던 그 아이들을 트럭에 태우며 마음이 아팠다. 늦은 밤 소등을 위해 찾아간 돈사에 갇혀 있는 돼지들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뭐가 불편한지 잠들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녀석이 보이면 배를 긁어주었다. 그러면 이내 엎드려서 배를 내쪽무료 카지노 게임 내보이며 눈을 지그시 감곤 했다. 그러나, 돼지의 얼굴을 보고서도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던 것은 처음 키웠던 그 12 마리가 전부였다. 그 이후부터 돼지들은 논문을 쓰기 위한 숫자를 도출하기 위한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그 지난한 몇개월동안의 과정의 핵심은 먹고 싸는 것이었다. 얼마나 먹고 얼마나 싸는지, 그 차이에서 돼지라는 한 생명체의 몸은 '효율', % 와 0.xx 이라는 비현실적이고 의문 가득한 숫자 하나를 덩그러니 남겨놓고 사라졌다. 그곳에서 돼지와 나의 몸이 겪은 것들은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더 말이 된다고 느껴질만큼. 나는 그 숫자들이 무서웠다.


나는 착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나는 용감한 사람인가? 비겁한 사람인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학대하는 사람인가?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걸까? 좋아하지 않는걸까? 나의 마음은 무엇일까?


원뿔 SAB가 '전체기억'이에요. 이 원뿔을 구성하는 수없이 많은 원들이 있겠죠? 이 수업이 많은 원들이 바로 '부분 기억' 이예요. 원 AB, 원 A'B', 원 A''B'' ...가 '부분 기억' 인 거죠. 이 '부분 기억(원)'들 다 모여서 '전체 기억(원뿔)'이 되는 거예요. 여기서 제일 위에 있는 원 (원AB)이 모호하고 흐릿한 '순수기억'이고, 그 아래 있는 수없이 많은 작은 원들 (A'B', A''B''...)이 분명하고 명료한 '상기억' 이예요.
그리고 S는 신체에요. 이는 '습관기억'이기도 하죠. 우리의 신체는 '습관기억'무료 카지노 게임 인한 움직임이니까요. 걸을 때를 생각해봐요. 과거 걸었던 일을 기억(상 기억)해서 걷는 건가요? 그렇지 않죠. 이는 신체로 습관화된 기억, 즉 생각(상기억) 없이 '습관기억'무료 카지노 게임 인해서 걷게 되는 거잖아요. 마지막무료 카지노 게임 신체(S)에 각인된 '습관기억'이 닿은 평면 P는 우주적 생성의 횡단면이에요.
<09화 성격은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경향성이다 브런치북 『나의 물질, 나의 기억 lll』황진규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나쁜사람이 되지 못해 착한척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그 모습을 기만적이라 생각하며 자기비하를 했다. 죄책감과 회개. 그것은 나의 삶을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베르그손적무료 카지노 게임 표현하자면 나의 신체 (S)에 각인된 '습관기억'은 주로 채무, 고해성사, 그것을 갚기 위한 활동, 그리고 쾌락(안도감)에 익숙해져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은 슬픔을 피하기 위한 삶이었지 기뻐지기 위한 삶이 아니었다. 회사 다닐시절 한 부장은 회사를 죽도록 다니기 싫어했다. 그는 항상 끊임없이 무언가를 구매했다. 강남에 집이 한 채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집을 사고 차를 바꿨다. 그 부장이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동력은 바로 부채상환이었다. 그 사람을 보며 그동안의 내 삶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항상 빚을 지는 삶을 살려고 했을까? 나쁜년이 될 자신이 없어서였다. 더 정확히 말해서는, 나쁜년인 내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한 마디로 욕먹기 싫었다. 늘 그 사이에 끼어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그렇게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분노하지 못했다. 그 분노는 나에게 쌓여 엉뚱한 방향무료 카지노 게임 튀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 잘못 없는 돼지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렸을 적에 <신기한 한글나라라는 학습지를 구독했다. 매주 학습지 선생님이 오셔서 문제풀이와 학습을 도와주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선생님의 질문에 틀린 대답을 했던 적이 있었나보다. "그게 아니지 보경아". 학습지 선생님의 그 한 마디에 나는 입을 닫아버렸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나는 남은 수업 내내 선생님의 질문이나 회유에도 말 한마디 뱉지 않았더랬다. 돌아가시는 선생님을 배웅하면서 엄마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보경이는 잘못했다거나 틀렸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안되고요. 잘 살살 구슬려서 다른 식으로 표현해줘야 돼요".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내 방에서 몰래 엿듣고 있었다. 엄마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마음속에 죄책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엄마는 내가 잘못했다고 꾸짖었어야 했다. 네가 잘못한 건 잘못한 거라고 말해줬어야 했다. 잘못한 것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하는거라고 이야기 해줬어야 했다. 그러나 엄마는 나를 강하게 키우지 않았고 나는 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는 고통을 긴 시간 유예해오곤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인지했지만 나는 항상 외면했고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잘못의 시간들이 쌓여 마치 원죄처럼 변질되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고통을 금지함무료 카지노 게임서 내가 고통을 갈망하도록 만들었다.


부모님을 원망했다. 참 오랫동안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었지만 마음놓고 그러지 못했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공경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적인 도덕적 선무료 카지노 게임 여겨지는 가치였다. 도덕적무료 카지노 게임 따지지 않더라도 살아오면서 부모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나였다. 그랬기에 부모님을 마음놓고 원망하지 못했다. 원망과 부채감 사이에서 내 마음은 꼬여갔다.


부모님 집에서 독립을 하고 나서 엄마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그 편지 내용의 절반 이상이 엄마를 원망하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쓰기까지 많은 부침이 있었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나서부터 예전과 같은 '착한 딸' 역할을 그만두었고 부모님은 갑자기 차가워져선 거리를 두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한편무료 카지노 게임는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껴보려해도 잘 되지 않았다. 부모님에 대한 미움의 감정 때문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온 마음무료 카지노 게임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게 또다시 나를 비난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됐다. 그 편지를 씀무료 카지노 게임써 엄마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이 됐다. 그러나 진심무료 카지노 게임 미안하거나 고맙지 않다면, 그 상처를 줄까봐 걱정하는 것이 진심무료 카지노 게임 엄마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저 나 스스로가 '엄마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 딸' 이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원망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다.


편지 뒤 엄마와 나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은 조금 달라졌다. 엄마의 삶을, 엄마가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를,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의 문이 조금이라도 열린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의 몸이라고 부르는 이 특별한 상은... 매 순간 우주적 생성의 하나의 횡단면을 구성한다. 따라서 그것(몸)은 받은 운동들과 내보내는 운동의 통행로(lieu de passage)이며, 나에게 작용하는 사물과 내가 작동하는 사물 사이의 연결선이며, 한마디로 감각-운동적 현상의 자리이다. 『물질과 기억』앙리 베르그손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역시 나를 좋아해줬다. 친구는 나를 좋아한만큼 나를 미워하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친구의 행동들에 대해 서운하다고 말무료 카지노 게임. 나의 비루한 마음을 꾸며내지 않고 적었다. 친구는 내 편지에 대해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친구에게 물었다. 내 편지 읽고 어땠냐고. 친구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자신을 오해하는 것 같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 해봤자 서로의 기분만 상할 것 같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


소중한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때론 말이 필요하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우리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상처받았다면 상처를 받은 것이다. 친구는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그 문제를 피무료 카지노 게임. 친구가 왜 그랬는지 알고 있다. 친구에게도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 네가 한 말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습관기억'을 가진 몸은 매 순간 "우주적 생성의 하나의 횡단면을 구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사람은 저마다의 우주(세계)를 가진다. 각자의 신체(S)가 찍는 평면(P)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나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친구의 우주와 나의 우주는 정말 달랐다. 여행을 가면 나는 주로 미술관이나 문화유적지를 보고 싶어했고 친구는 감각적인 카페나 세련되게 꾸며진 거리나 맛집을 가고 싶어무료 카지노 게임.


영화제 GV에서 내 인생의 또다른 이불킥 흑역사가 될 순간을 함께 겪어준 친구는 나를 놀렸다. 찐따본능이 나왔네, 하면서. 그래서 쪽팔렸어? 내가 되물었다. 친구가 대답했다. 아니, 솔직히 그 순간에 거리두고 봐서 괜찮았어. 순간 서운했지만 이내 고마웠다. 친구는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 역시 손을 들고 발언을 했을 때, 친구가 신경쓰여 할말을 하지 못했더라면 친구를 원망했을 것이다. 나도 나를 지켰고 너도 너를 지켰다. 친구는 '찐따같은 나' 를 부끄러워함과 동시에 좋아했다. 친구가 곁에 있어서 고마웠다. 편지에 나를 놀려서 상처받았다고 이야기 했었기 때문이었을까. 친구가 그런 나를 자신의 친구가 아닌 한 개인무료 카지노 게임 봐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원뿔 SAB가 나의 기억 속에서 축적된 기억들 전체를 나타낸다고 하면, 밑면 AB는 과거 속에 자리 잡아 부동적무료 카지노 게임 머물러 있다. 반면 꼭지점 S는 매 순간 나의 현재를 그리며 끊임없이 우주에 대한 나의 현실적 표상의 움직이는 평면 P에 접하고 있다. 신체의 이미지는 S에 집중된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평면 P의 일부를 이루면서 그 평면을 구성하는 모든 이미지들로부터 나오는 작용들을 받고 되돌려보내는 데 머문다. 『물질과 기억』앙리 베르그손


원뿔 SAB는 전체 기억을 의미하고 가장 큰 원인 밑면 AB는 과거 속에 부동적무료 카지노 게임 자리잡고 있다. 어떤 마주침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 속의 '순수 기억' (원 AB)은 '상기억' (원 A'B', 원 A''B'')무료 카지노 게임 내려와 결국 신체 (S)라는 한 점무료 카지노 게임 드러날 것이다. 이 신체가 내 주변 환경 (평면 P)에 접하게 됐을때, 신체(S)와 평면 P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늘 새로운 평면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나의 세계는 변화한다. 너의 신체 (S)도 변하고, 너를 둘러싼 환경 (평면 P)도 변화하고, 그렇게 나를 둘러싼 환경 (평면 P)도 변화하고, 나의 신체 (S)도 변하고 ...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속에 있게 된다.우리의 몸이 세상과 관계맺는 방식이 곧 우리의 우주이고 그렇게 너의 우주와 나의 우주는 별개로 존재하면서 함께 존재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 친구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카페에 들렀다. 나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곤 했다. 너는 내 마음을 정반대로 생각할때가 많아. 친구가 했던 말이 마음을 스쳤다. 카페의 풍경을 휴대폰무료 카지노 게임 찍는 친구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하얀 벽과 정갈한 폰트의 엠디상품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초록 식물들이 진열된 카페였다. 친구의 마음속을 엿보는 것 같아 문득 쑥쓰러웠다. 그 공간을 친구의 모습과 함께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다.


전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에 잠겨 있던 친구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도 너처럼 공개적무료 카지노 게임 발언하셨던 적이 있었어. 내가 힘든 곳에 오랫동안 가 있을 때였어. 나를 응원하는 메시지 같은거였는데 유난이다 싶으면서도 언변이 좋으시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친구가 덧붙여 말했다. 그런 찐따같은 모습이 너의 장점이기도 하지. 곁눈질로 흘낏 훔쳐본 친구의 표정이 묘했다. 우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신체의 기억은 습관이 조직한 감각-운동 체계들의 전체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이는 과거의 진정한 기억을 기반하는 거의 순간적인 기억이다.『물질과 기억』앙리 베르그손
한 가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여기서 채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꿈꿔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맛있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동물의 살점으로서의 고기 역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회식 자리에서 육즙이 흐르는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을 때 당신과 고기 사이에 어떠한 환상도 남아 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르는 이유는 베르그손이 말한 역 원뿔 도식에 있다. 우리는 특정한 '행동', 즉 우리의 신체 (S)와 주변 환경 (P)가 만나는 단편적인 지점을 통해서만 우리의 마음 전체 (원뿔 SAB)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기억' (원 AB) 중 어느 기억이 '상기억' (원 A'B', 원 A''B'')이 되어 '신체' (S)로 응축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의 기억뿐 아니라 환경과 조건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총체적인 의식을 하나의 개념무료 카지노 게임 규정할수는 없다. 각자의 기억이 특정한 조건 아래서 드러나게 되는 경향성이 바로 그 사람의 총체적인 의식인 셈이다. 나는 모르는 사람과 관계에 있어서는 용감한 편이었지만, 오래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소심했다. 욕먹거나 오해받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비난하기를 택하는 편이었다. 죄책감이나 부채감을 주는 관계성에 취약했다. 나를 지키지 못함무료 카지노 게임서 폭력을 내재화했고 때론 나에게 때론 무고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기쁨의 관계보다는 슬픔의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약했기에 악무료 카지노 게임. 그러나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것도 외면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한승태 작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토록 만연한 축산농가의 폭력의 실태를 보고 경험하고 직접 생명에 폭력을 가하는 주체가 되었음에도, 그는 지나치게 죄책감에 휩싸이지도 또 이를 외면하지도 혹은 합리화를 하지도 않는다. 그는 생명이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취약한 생물이고 인간은 바로 이 취약함을 공유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희망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취약함을 부정하기보다는 받아안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을 때 또렷하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취약함을 부정하기보다는 받아안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작가는 자신의 취약함이 드러나는 공간에 직접 찾아가 온몸무료 카지노 게임 그것을 겪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세상에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취약함무료 카지노 게임 인해 상처받은 타인들의 고통까지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세상에 내놓는다. 자신의 분열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채, 그저 인식한다.


그 취약함을 진정무료 카지노 게임 인식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선과 악을 죄책감도 외면도 없이 받아들이게 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뒤틀리고 쪼개진 수많은 마음 조각들이 결국 나라는 것. 취약함을 받아안는다는 것은 긴긴 시간동안 멈추지 않고 온힘을 다해 그것을 바라보고 외부에 토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 곳곳에서 그 힘겨운 과정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배우며 때론 홀로 때론 함께 하는것. 그렇게 견디고 지지 않는 것. 취약함 앞에 작아지지 않고 취약함 그 자체가 되어 취약함을 더욱 팽창시키는 것.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앞무료 카지노 게임의 나의 우주는 그렇게 펼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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