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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즈 Apr 28. 2025

카지노 쿠폰방 매니저의 긴긴밤

90년대 말 카지노 쿠폰방의 추억

우리 세대의 게임인이라면 대개 비슷하겠지만, 가장 많이 일을 했던 곳은 PC방이었다. 야간에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드문 일자리였으니까. 여러 매장에서 일을 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하나는 구미의 나이트클럽 맞은편에 있는 가게였다. 구역을 관리(?)하는 조직 형님들이 매일 지정석에 앉아 있었다. 일이 생기면 언제든 갈 수 있도록 대기하는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뛰어 나가는 모습은 한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 대부분 그 자리에서 밤새 온라인 포커와 고스톱을 했다. 형님들의 지정석은 카운터 바로 앞자리였는데, 덕분에 몰래 쥐포 같은 것을 훔쳐먹는 손님이나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손님을 붙잡기도 했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위험한 사람들이겠지만, 어쩐지 불곰이 떠오르기도 했다. (02화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가끔 담배 심부름을 하거나 서비스를 주기도 하면서 친해졌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번호 교환도 했다. 하지만 10대 시절 이후로는 폭력 조직과 엮일만한 다이내믹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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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게 더욱 특별한 PC방은 다른 곳이었다. 작은 사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폐업하는 플스방의 게임기를 매입했다가 새로 개점하는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플스방에서 시작한 사업은 PC방 사업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접었다. (ATDT-01410 -ATM0)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당시 도와주시던 용산의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너 구미에 있댔지? 혹시 카지노 쿠폰방 차려볼 생각 있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카지노 쿠폰방을 차리고 싶어 하는 자동차 딜러가 3명이 있다고 했다. 그분들은 구미에 살고 있는데, 외곽에 아직 카지노 쿠폰방이 들어서지 않은 공단 지역이 있어서 입지를 알아봐 두었다는 것. 문제는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자리를 주선해 주시면 제가 한번 만나 볼게요. 그렇게 세 명의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구미에 있는 어느 횟집 룸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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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가진 것은 돈과 건물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창업부터 인테리어, 장비 구매, 게임 설치와 관리 프로그램, 자판기 업자 수배까지 전부 나에게 맡기고 편히 기다리시라고 했다. 순수한 분들이셨는지, PC방을 오픈하기까지 거의 두 달간 정말 아무 연락 없이 기다려 주셨다. 그중 한 분이 배선 공사 중에 잠시 들르신 게 전부였다. 내가 사기꾼이면 어쩌려고 저러시나 싶었다. 정품 사용을 중시했기 때문에 윈도우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의 게임들을 전부 정가에 구매했다. 당시 PC방 중에서 우리 같은 정품 매장은 드물지 않았을까? PC방은 건물 5층이었고, 4층에는 술집이 들어섰다. 1층부터 3층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장님들은 건물주이기도 했으니 PC방 수익이 조금 덜 나더라도 충분히 먹고 사실만 하겠다 생각했다. 나의 직함은 매니저였고 급여는 월매출의 10%를 가져가기로 했다. 고정 급여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운영에 신경을 덜 쓰게 될 것 같아서 내가 제안했다. 돈을 많이 벌었을 것 같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동안 벌던 급여보다 100~200만 원 정도 많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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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이 잘 된 것은 순전히 자리 덕분이었다. 사장님들의 말처럼 이 근처에는 PC방이 단 하나도 없었다. 공장 근로자들의 교대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택시를 타고 오기도 했다. 시내나 도심까지 나가기는 멀기 때문이었다. 힘들게 온 만큼 손님들은 오래 머물다 갔다. 장사가 안될 수가 없었다. 우리 PC방은 공단 근로자들에게 유일한 휴식처였다. 바로 아래층에 술집이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술 한잔 마시고 스타 크래프트 한판을 하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었으니까. 언젠가부터 화장을 진하게 한 여성 분들이 새벽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친해진 뒤에 들어보니 근처 유흥 주점에서 일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화상 채팅으로 남자를 만나는 것이 루틴이고 투잡이라고 했다. 너 운전할 수 있으면 우리 매니저 할래? 아쉽네요. 제가 아직 면허가 없거든요. 운전을 못해서 천만다행이었다.

단골손님 중에 매번 긴치마를 입고 오는 여성 분이 계셨다. 외모가 빼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남자 손님들을 한 번씩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쉬운 게임을 알려달라길래 포트리스 2를 가르쳐드렸다. 그때부터였다. 처음에는 가끔 오셔서 한두 시간씩 게임을 하셨는데, 언젠가부터 집에 가지 않았다. 오래 머물렀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얼마나 버티는지 지켜봤는데, 6일째 되는 날에 집에 돌아갔다. 130시간 이상. 그리고 다음날 도시락을 싸서 들고 오셨다. 집이 바로 근처라고 했다. 걸어서 10분 정도인데, 집에 놀 거리가 아무것도 없다고. 밤이면 밤마다 집에 가서 잠이라도 편히 주무시고 오시라고 권했지만, 매번 거절하셨다. 그분이 PC방에 머문 최고 기록은 15일이었다. 매력적인 여성이 점점 폐인화되어 가는 것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세상에는 참 기인이 많구나. 심지어 포트리스로 저렇게까지 되시다니.

PC방 알바를 많이 해본 분이라면 반드시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갑질하는 아저씨들. 반말은 기본이고 담배 심부름을 시키거나 라면을 끓여 오라는 등 온갖 요구를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손님과 싸울 수는 없기에 PC방 관리 프로그램에 ‘심부름’이라는 메뉴를 추가했다. 한 번에 500원이었고 심부름 값은 가게 매출이 아닌 개인 소득으로 받기로 했다. 알바생들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시켰는데, 그 뒤로 오히려 갑질하는 아저씨들을 은근히 기다리게 되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른바 갑질비를 걷은 셈이다.

24시간 내내 혼자 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뽑아야 했다. 문제는 당시에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지원자의 나이가 나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가급적 여성 지원자를 뽑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새벽에 오는 유흥 주점 아가씨 손님들 때문이었다. 남자 알바생들은 그분들의 성희롱 발언과 유혹을 견디지 못했다. 안 그래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오셨는데, 화상 채팅을 위해 더 야하게 세팅했고 채팅 중에 아예 상의를 벗는 일도 있었다. 나는 익숙해져서 문제없었지만, 평범한 남자 알바생들 입장에서는 이를 제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리니지 문제였다. 어떤 알바생을 뽑았더니 자꾸 빈 카지노 쿠폰에서 리니지를 돌렸고, 자기 계정을 돌리기 위해서 해당 카지노 쿠폰에 손님을 받지 않기도 했다. 편견일 수 있지만 당시 리니지를 하는 비율은 남자가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이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알바생을 여성들 위주로 뽑다 보니 내가 여자를 밝힌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를 확인하려고 사장님 중 한 분이 다녀가셨다. 새벽에 하루 함께 있어 보시고는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하셨다.

하루에 한 번씩 자판기 업자 분이 음료를 채워 넣어 주셨는데, 오실 때마다 나에게 캔 음료를 몇 개씩 건네주셨다. 일종의 뇌물인 걸까? 주시는 음료는 거의 항상 레쓰비 캔 커피였는데, 그냥 주시는 음료를 다른 것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애매했다. 1년 넘게 레쓰비만 마시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질려 버렸다. 나는 맛에 아무 감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질리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기뻤다. 식사는 주로 컵라면이나 카지노 쿠폰방 쥐포였다. 가장 싫은 음료는 실론티였는데, 그 맛이나 향이 싫은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당시는 흡연실이 따로 없이 각자 자리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흡연자들은 대체로 실론티를 선호했다. 우리 카지노 쿠폰방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재떨이를 치울 때면 담배 재와 함께 뱉은 침이 실론티가 섞여서 역한 냄새가 났다. 심한 경우는 구역질을 참아야 할 때도 있었다. 이 것이 반복되다 보니 실론티를 접하면 당시 냄새뿐 아니라 그 색과 형체까지도 떠오른다. 아마 캔에 담긴 실론티를 내 손으로 고르는 일은 평생 없을 것 같다.

이 PC방에서의 나날은 내 삶의 짧은 휴식과도 같았다. 영화에서처럼 범죄자를 잡으러 경찰이 온다거나 손님과의 로맨스가 있다거나 무언가 특별한 사건이 생기지도 않았다. 시골 한 복판에 몇 안 되는 5층 짜리 건물. 그 꼭대기에 있는 PC방. 유흥 주점의 여성 들이나 거칠게 욕하며 갑질하는 아저씨들도 있었지만 그분들도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손님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다른 어떤 일을 할 때보다도 수입이 좋았고 평온했다. 하지만 영원히 한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는 법. 결국 군대를 가게 되면서 PC방을 그만두게 되었다. 훈련소로 떠나기 바로 전 날까지. 이 PC방에서 일을 했다. 나중에 전역 후에 다시 매니저로 복귀하라는 사장님들의 말에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정든 PC방을 떠났다.

군 전역 후. 다시 PC방을 찾아갔다. 그냥 손님인 것처럼 한 시간 게임을 하고 나왔다. 여전히 성황이었지만, 불법 소프트웨어에 CD키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사장님에게 다시 연락을 드리지는 않았다. 나는 게임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 이제는 만드는 일을 하러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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