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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29. 2025

카지노 게임 추천서 놀다 내려온 날, 노랑에 두 번 행복해하다

노란색 페인트를 칠카지노 게임 추천


이주일 정도 서울에 가지 않고 보령에 머물렀던 것 같다. 집수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확인하거나 의논해야 할 일이 많았고 나는 보령시립도서관에서 일주일 한 번씩 하는 필사 수업에 한 달에 한 번 여는 장르소설 읽기 수업도 있었다. '장르소설 읽기'는 강연은 아니지만 내가 모든 책을 골랐고 수업을 맡기로 했으니 그래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았다. 금요일 아침에 서울 가는 기차를 예약했다.

금요일엔 낮에 도착해 나는 오랜만에 머리를 깎았다. 아내와 내가 가끔 참여하는 봉사활동 단체의 대장님과 사모님이 마련해 주신 음악회에 가기 위해서였다. 저녁 6시 한남동의 '동지안 음악회'에 가서 멋진 소프라노와 테너, 메조소프라노의 공연을 보고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고 이차로 옥수동에서 호프집 하는 멤버 집으로 몰려가 소맥을 한 시 반까지 마시고(술값은 테너가 그날 출연료로 다 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척 피곤했지만 토요일 아침 열 시 삼십 분에 '펠든 크라이스 무브'(몸의 감각을 깨우는 수업인데 관심 있는 분은 김윤진 대표에게 문의하시기 바란다. 아내는 이 수업을 받고 거북목이 없어졌다며 내게도 적극 권카지노 게임 추천) 수업을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압구정동으로 갔다.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던 아내가 약국에 가서 피로회복제 세트를 사 왔다. 마침 가게 안에서 만난 여은영 작가님 것까지 사 왔는데 내가 사다 달라고 부탁한 무좀연고까지 합쳐 계산을 하겠다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약사가 "사인을 하시죠."라고 하더란다. 오만 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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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 평생 피로회복제를 사 보기는 처음이다."라고 했는데 그만큼 피곤했다는 뜻이다. 금요일 저녁 아내는 봉사단체 회원들과 술을 마시며 보령 생활에 대해 산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했고, 보령의 집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다는 사실을 설명했고, 서울에 오면 느낄 수 있는 '서울의 맛'에 대해 토로했다. 보령에 커피나 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커피와 맛있는 빵은 왠지 서울에 와야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였다. 아니, 아직 우리가 보령의 커피와 빵을 제대로 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아무튼 아내는 "그래서 서울에 오면 저는 놀아야 해요. 실컷 놀고 싶어요."라고 외쳤고 이차 술집에서는 '소맥 잘 만다'라는 사람들의 칭찬에 소맥을 수십 잔 제조하며 밤을 불태웠다(*이날 동지안 입구에서 아내와 내가 손 붙잡고 걷는 뒷모습을 김영준 셰프가 찍어서 단톡방에 올렸길래 내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렸더니 조회수가 5만 8천을 기록했다).

펠든 크라이스 무부 수업을 마치고 동숭동 아이들극장으로 가서 강훈구 작가가 만든 '이상한 어린이 연극 오감도 : 13인의아해가종로를질주하오'를 보았다. 어린 배우들이 80분 러닝타임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너무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좋은 연극이었다. 일요일엔 안국역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들꽃영화제 후원 감사 행사인 '듣는 영화, 보는 음악'에 갔다. 영화평론가 오동진 기자와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진작에 예약을 해 놓은 자리였다. 행사장에서 페친인 이미루 선생을 만나서 반가웠고 김태훈 팝칼럼니스트의 팬인 분이 나를 보고 "편성준 작가님 아니세요?'라고 해서 깜짝 놀라 누구시길래 저를 알아보시냐 물으니 인스타그램 아이디 '세이 가야'를 쓰시는 분이라고 말했고 옆에서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나보다 더 유명한 작가님이셔."라는 망발을 시전했다.

행사가 끝나고 원래 계획했던 저녁 자리 대신 성북동에 있는 고양이 책방 '책보냥'에 가서 김대영 작가를 만났다. 같이 저녁이나 먹자 했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아 구포국수 1호점으로 갔다. 오랜만에 왔다고 홀 매니저님이 반가워했고 우리는 홍어 삼합에 한라산을 마시고 대취해 올라갔다. 일찍 자서 그런지 일찍 눈이 떠졌다. 나는 옆방으로 가서 조선일보 칼럼 원고를 마무리했다. 전날 오전 동네 스터디카페에 가서 네 시간을 썼지만 끝을 맺지 못하고 노무현시민센터로 갔기 때문에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며 고민을 해야 했다. 이번 칼럼은 연기자 임세미 씨와 개그우먼 장도연 씨 사진이 등장하기에 방송국에서 사진을 받아 첨부했다. 내가 한 시간이면 된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시간을 많이 써서 내가 개기로 했던 빨래는 아내가 갰다. 만원 전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가서 삼진어묵을 한 개씩 먹고(아내가 고로케도 하나 더 사주었다) 보령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명천동 집에 도착하니 3박 4일을 혼자 보낸 고양이 순자가 우리를 보고 울부짖었다. 자동급식기 때문에 사료 걱정은 줄었지만 화장실이 문제, 라고 아내가 말했다. 다음엔 순자 화장실을 하나 더 사든지 해야겠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새 집으로 이사를 가면 또 무슨 수가 생기겠지, 하며 함께 웃었다. 태화장에 가서 짬뽕과 짬뽕밥을 먹고(여기 짬뽕 진짜 맛있어요. 추천합니다. 국물이 독하지 않은데 맛은 깊어요) 공사 현장으로 갔더니 페인트 사장님이 보조 직원과 함께 이층 벽을 노란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었다. 달리 설명할 수 없어서 그냥 '노란색'이라고만 했지만 무척 기분 좋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었다.

아내가 페인트 사장님에게 "임 목수님이 사장님을 무척 기다렸어요. 꼭 사장님이 칠하셔야 한다고."라고 인사를 했다. "제가 바빠서 그래요."라며 사장님이 사람 좋게 웃었다. 페인트 역시 중요한 공정이기에 잘하는 분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목수님의 지론이다. 컬러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더니 페인트 사장님이 "흰색 싫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래서 이 색으로 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예전부터 아내가 흰색은 너무 재미없어서 싫다고 했던 것이다. 아내는 이제 준공검사만 잘 통과하면 더 큰 이벤트는 없다고 말했다. 내가 휴대폰으로 일층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걸었는데 목수님이 청소를 다 해 놓았으니 신발을 벗으라고 아내가 말해서 양말만 신은 채 이층으로 올라갔다. 앞으로 이 공간이 나의 작업실이라는 생각을 하니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파트에 살 때부터 서재는 있었지만 작업실이나 집필실이라고 따로 떨어진 건물의 공간을 가져보기는 처음이다. 더구나 새로 올린 건물은 작지만 전망이 진짜 좋다. 글이 저절로 써질 것만 같다(물론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경우는 절대, 네버 한 번도 없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임 목수님에게 전화를 해서 '현장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잠깐 기다리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곧 임 목수님 차가 도착했다. 목수님은 아내에게 한강 작가의 신작 『빛과 실』을 내밀었다. 임 목수님이 자신의 돈으로 책을 사서 한강 작가에게 사인을 부탁한 것이다(목수님은 한강 작가와 친하다. 그 얘기는 다음에) 아내가 감격했다. 아내는 건물에 칠한 노란색이 너무 좋다고 말했고 임 목수님은 "그게 그냥 카지노 게임 추천이 아니고 수십 가지 카지노 게임 추천을 수십 번 고민해서 나온 카지노 게임 추천이예요"라고 말하며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라고 말했다. 책꽂이도 마찬가지였다. 칸 높이를 수십 번 계산해 보고 가장 맞는 치수를 고르고 골라 정한 게 지금 책꽂이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층의 깔끔한 카지노 게임 추천에 비해 1층 외벽은 얼룩덜룩한 초벌 페인트 모습이었다. 목수님은 오래된 건물이라 이전 페인트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걸 다 깎아 내지 않으면 새 페인트도 들뜰 염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 누가 그걸 깎아냈어요?라고 물으니 제가 했죠,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서울에서 놀고 있는 동안 임 목수님은 벽에 매달려 예전 페인트를 다 깎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고마움에 가슴이 찡해졌지만 표는 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한강 작가의 책의 띠지와 사인이 있는 안쪽 페이지도 노란색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두 번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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