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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Feb 16. 2025

카지노 게임 오곡밥

음식은 어쩌면 신념

보름날은 이미 지나갔다.

올해는 부럼을 깨지도 않았고, 오곡밥과 좋아하는 피마자 카지노 게임을 만들지도 않았다.


생일엔 미역국을 먹어야 하고, 설날엔 떡국과 만두를, 추석엔 송편과 토란국을,

삼복더위 속엔 푹푹 끓여만든 삼계탕을, 동지에 팥죽을,

밸런타인데이인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달달한 맛을 즐기는 일까지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따라붙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을 나는 즐기며 꽤 중요하게 생각하고 열심이다. 그것은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재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신념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름(15일)은 매달 돌아오지만 정월 대보름은 대단히 현실적인 1년의 시작을 뜻한다.

정월 대보름날엔 아홉 번 밥을 먹고, 아홉 짐의 나무를 해오는 고단한 날이다. 대외적으론 그렇고 대내적으론 가정 내의 창고를 정리하는 날이기도 하다.

자주 먹자면 밥을 한 번에 많이 해두어야 하는데 적당히 간이 든 찰밥은 식어도 맛이 좋다. 보통 찰기가 든 곡식들은 벌레가 생기거나 상하기가 더 쉬워 날이 더워지기 전에 빨리 먹는 것이 상수다.

또한 봄이 오면 싱싱한 채소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만들기에도 번거로운 반찬인 말린 카지노 게임들은 천덕꾸러기가 된다. 그러니 저장을 위한 건카지노 게임들과 묵은 잡곡들도 소진할 필요가 있다.

찰기든 곡식으로 만든 오곡밥과 건카지노 게임은 냉털(냉장고 털기)의 개념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조상님들의 지혜는 어쩌면 그리 알뜰살뜰하고 현명한지 놀랍다.

이제 나무를 해올 필요는 없고, 싱싱한 채소가 시도 때도 없이 마트에 쌓여있다. 그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신념 같은 의식들은 어찌 보면 사라질 풍습일 것이다.


신념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신념이란 정의와 의리, 신뢰를 뜻한다.

법치국가에 살며 헌법을 지키고 사는 것은 당연하고, 의심의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근간의 극악 무도한 상황은 믿음에 대한 혼돈과 자괴감이 들었다. 그 상황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보름날의 음식은 이벤트성 음식중 최고 난도를 지닌 어렵고 번거로운 음식이다.

매년 안 하겠다고 다짐하고도 날이 다가오면 결국엔 한 상을 차려내는 그 수고를 감수했다.

그런데 올해는 뭐랄까? 참 이상했다.

"그건 해서 뭐 하냐. 이제 안 해."라고 너무 쉽게 결정했고, 부럼도 깨지 않고 보름날이 지나갔다.

의미를 두고 소중히 간직한 것이 허물어지는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건 이런 것일까?

갑자기 경각심이 들며 무서워졌다.

"일어나서 밥을 하자. 해야 해."


곡식 저장칸을 보니 약식을 만들까 하고 사둔 찹쌀과 찰수수, 서리태가 있다. 먼저 찰수수와 서리태를 물에 불렸다. 농산물을 파는 마트에 간지 오래되어 좋아하는 피마자 건카지노 게임이 없다. 슬프다.

냉장고를 뒤지니 시금치 한 단과 콩카지노 게임, 느타리버섯 그리고 무뿐이다.

불현듯 생각난 지난 동치미 담글 때 떼어서 삶아 냉동해 둔 무청 시래기가 생각났다.


무는 생채로 무치고, 따끈하고 부들한 무카지노 게임 두 가지로 만들었다. 무카지노 게임은 어렵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잘 안 하게 되는 반찬이다. (아이가 오랜만의 무카지노 게임을 먹더니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한다. 조만간..)

콩카지노 게임, 시금치카지노 게임, 무카지노 게임 두 가지와 시래기 카지노 게임이 완성되었다.

찹쌀에 맵쌀(일반쌀)을 한 스푼 정도 넣고 충분히 불린 수수와 서리태를 아주 많이 넣은 후 소금 한 꼬집정도 넣어 찰밥도 완성되었다.

보름 음식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그런 찰밥밥상이 완성되었다.


그냥 그런 카지노 게임들과 삼곡 찰밥.

날이 지났지만 이왕 했으니까 노화로 인해 귀의 성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으니 귀밝이 술도 한잔씩 나눠 마시고, 올해도 건강하게 1년을 지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좀 늦으면 어떤가?

모양이 좀 다르면 어떤가?

소중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입이 기억하고 그리워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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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곡 찰밥과 따끈한 무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보름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밥상에 귀밝이 술 한잔.

"여러분, 올해도 건강하세요~"


/@meanwhilehj/91


/@meanwhilehj/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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