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운 Oct 13. 2021

돌아올 수 없는 날들.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친구이기 싫은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가 우리에게 익숙한 한 친구의 이름을 말하며 내게 그와 연락하며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다. 나 역시 그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기 때문에, 문득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생각해보고 호기심을 가져봐야 한다던 내 어린 시절의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던 날이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얼마나 슬퍼해야 할지 몰랐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감기 같은 게 좀 심각해져서 입원하는 거라 순수히 믿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그 날 이후로 안타깝게도 돌아가셨고, 나는 나이가 들면 죽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졌다. 그래서 나도 나이가 들면서 죽어가는 것을 상상하게 되면서 더 슬픈 시절을 보낸 것 같다. 내가 12살 때 병원에 입원하기 전의 할머니는 내게 이만 원을 쥐어주시곤, 이거는 엄마한텐 비밀로 하라며 친구와 함께 재밌게 놀라는 말을 하셨다. 고등학생인 지금은 이 정도의 돈은 그리 큰돈이 아니지만 당시 12살이었던 내게 돈 2만 원은 엄청난 가치의 돈이었다.

어느 날 동네 친구 한 명이 비밀장소가 생겼다면서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그 비밀 장소에선 불놀이를 한 흔적이 있었고, 누군가 왔다간 흔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버려진 쇼파가 그 비밀장소를 잘 꾸며주었다. 알고 보니 나는 5번째 마지막으로 초대된 것이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우리가 모인 그 날부터 그곳은 비밀 본부란 말을 붙였고 말 그대로 우리 오 총사의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우리는 그때부터 비밀 조직 같은 존재가 되었는데, 마음으론 악당들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영웅에 가까웠지만, 실상 우리가 하는 일은 동네의 악당 같은 짓만 하고 다녔었다. 하루는 한 친구가 장난감 총을 가져왔는데, 비비탄의 위력을 구경시켜주겠다며 나무에 열린 열매를 몇 발만에 명중시켰다. 나는 그 모습이 멋있어서 총을 가지고 싶었다. 그때 2만 원이면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큰 행운이었고 행복이었다. 엄마는 어른들이 돈을 주면 누가 얼마를 줬는지 말하라고 하셨지만, 할머니는 그런 말을 할 필요 없이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하셨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엄마는 내가 2만 원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던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어디선가 총을 가지고 온다면 엄마는 틀림없이 그 총의 출처에 대해 의심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총을 비밀 본부에 숨기기로 했다.

며칠 동안 카지노 게임 사이트 동네를 휘젓고 다녔었다. 벽돌로 누군가의 집 창문을 부수기도 하고,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거나 살아있는 곤충들을 총으로 쏘면서 잔인한 동네 패거리라는 것을 알리는 행동도 했다. 분명히 이 행동들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더 과감한 행동을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해냈었다.

그러다 한 녀석이 어른들이 보는 앞에서 자동차 백미러를 부수는 일을 저질렀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곧바로 도망쳤지만 이내 한 명이 잡히는 바람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크게 혼났으며, 그 어른은 우리의 부모님들에게 당한 피해를 보상하게 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우리들에게도 번졌다. 무리를 만든 대장이란 녀석이 나를 지목하며, 쫓아내려 했었다. 우리가 만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나로 끝내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버림받은 것에 대해서 토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연히 가져가야 할 총을 잡고 가려했는데 대장이 여태까지 여기서 놀았던 값이라고 놓고 가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무시하기로 하며 더 이상 여기 오지 않겠다란 말과 함께 총을 가지고 그곳을 떠났다. 그러자 몇 명이 나를 향해 돌을 던졌는데 운이 좋게도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 오총사에서 한 명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에서도 그 뒤로 그와 말을 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졸업까지 같은 공간에서 이 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며 학교생활을 했다.

6학년 겨울방학이 되었고 이 방학이 끝나고 졸업하면 중학생이 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면 이 전의 악당처럼 다녔던 모든 일들을 잊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더 이상 폐를 끼치게 되면 부모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엄마는 그 날 이후 직장을 알아보셨다. 크게 사고를 친 후로는 조용한 친구와 노는 것을 보고 안심하신 듯했다. 그러고는 엄마는 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을 늘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하셨다. 사실 경제나 돈을 버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나는 언젠가는 저 말을 이해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가슴속에 맺힌 문장이 되었다.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새로 배정된 반엔 그때 함께 놀던 대장이 있었다. 사실 지금은 대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진우라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먼저 아는 척하기가 싫었고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그때의 생각이 나서 싫었다. 그는 그때의 일을 잊은 듯, 나를 반갑게 보며 인사를 했지만 나는 그가 반갑지 않았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들이 모두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유치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잊지 못했다니 유치한 녀석이라며 속으로 생각했지만, 나 역시 어느새부턴가 그때 함께 했던 철없던 악한 짓을 생각하며 추억을 걸었다.

어느 날 대장과 나는 그곳을 다시 가려했지만 큰 문이 막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다시 가지 못했다. 아마 그때의 우리였다면 어떻게 해서든 갔을 것이란 말을 하고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되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그때의 악동으로 돌아갔던 것은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던 날이었다. 맞지 않은 교복을 입고 몰랐던 같은 동네의 친구와 친해졌었을 무렵, 대장과 나는 다시 새로 사귄 동네의 친구 2명을 모아서 가기로 했다. 함께 놀았었던 3명의 정보도 궁금했지만 대장도 내가 나간 이후로 며칠 안되어 그곳에서 정말 쫓겨났었고 그 뒤로도 함께 놀았지만 그중 한 명이 전학을 가고 다른 한 명은 연락이 끊겼다고만 했다.

우리 4명은 문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담을 넘을 수 있었다. 담 위에는 유리병을 부셔서 만든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시멘트로 고정시켜놨지만 없는 곳을 발견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다시 완벽한 범죄를 만들고 있었다. 벽 너머에는 여전히 황폐화된 공터가 있었고, 내가 맘에 들었던 폐쇼파는 사라졌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는 그때 악당 같았던 내가 서있었던 것 같이 선명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철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과거와 현재를 분리시켜주는 듯했다. 학교에서는 곧이어 학과 후 활동을 권장했고, 나는 무언가를 골랐어야 했는데 그때 사격반이라는 특별한 활동이 눈에 띄었다. 그때 우리 4명은 함께 그것을 택했고, 그 선택이 아마 내 중학생 시절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왜냐면 그곳은 취미나 특별활동이 아니었고, 정말 운동을 진로로 삼을 정도의 활동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을 우리는 다니면서 알았다.

그때 우리 4명은 취미로만 할 것인지, 아니면 진로로 해볼 것인지에 대한 기로에 서있었는데 사격감독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우리의 몸을 보곤, 우리 4명 중 대장이 신체조건이 좋다며 칭찬했다. 신체조건만으로도 칭찬을 받는 것을 본 나는 내게도 그런 칭찬이 있길 바랬지만 아쉽게도 그런 말없이 넘어갔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곧이어 테스트를 했었고, 나는 그 신체 좋은 대장보다 더 점수가 높길 바랬다. 그러나 정말 신기하게도 조준점이 잘 맞아서 그런지 내가 점수가 제일 높았고, 그 뒤로 나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학년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계속해서 기록한 나는 그 순간에서만큼은 집중력 있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뭔가를 이겼다는 느낌은 통쾌카지노 게임 사이트. 당시 승부욕이 그렇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 녀석만큼은 공부도, 사격도 다 이겨내어야 할 목표가 생겼던 것 같다.

그러던 날들이 지속되며, 우리는 중간고사를 보게 되었고 시험은 다행히 학원에서 찍어 준 곳에서 나와 좋은 점수를 맞을 수 있었다. 당시 학원에는 학교에 없는 이성친구들도 있었는데, 어느새부턴가 쑥스러움이 생겼던 나는 또래의 여자들과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하는 남자가 되어 있었고, 대장 역시 다행히 나랑 비슷한 유형의 친구여서 안심하고 있었다. 사실 중학교 전에도 이미 여자와 놀기보다 남자들과 노는 것이 편했던 우리의 성향으로 봤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여자들과 잘 놀았었던 몇몇의 친구들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학원에서 여자들과 잘 어울렸다.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 키도 또래의 남자보다 컸었고 성격도 착해서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의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내심 여자 친구가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한동안 그 친구와의 데이트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1달도 안되어 그 친구가 학원을 그만뒀는데, 아직도 그 친구가 그만둔 이유가 나랑 엮여서 그만뒀을 거다라는 친구들의 말을 부정했지만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정말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친구가 그만둔 타이밍이 절묘했다. 아무튼 인생에 있어 이성친구에 한해선 관심도 없었고, 인기도 없었던 우리의 공통점이 한 개 더 생기는 순간에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끈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우리 중 한 명이 이번 주 주말에 여자 4명과 함께 모임을 약속했다면서 모두들 빠질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우리는 당연히 모두의 축제인데 당연하지 않냐며 말했고 우리는 서로의 우정을 다시 확인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의 우리는 최악이었다. 그나마 이 만남을 주최한 녀석이 더 많은 말을 했고, 우리 세 명은 안절부절못하며 단답형으로 대답하고는 했다. 그나마 두 명은 나보다는 자연스러웠다. 어느 정도 대화를 했었으니까,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흔들리는 눈빛과 떨리는 입술로 내 앞의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말을 하라며 툭툭 치는 눈치를 주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바보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대장을 바라보는데, 대장은 너무나 쉽게 대화를 하며 만남을 어느새 리드하고 있었다.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한 나는 이 분야에서만큼은 대장을 이길 수 없는 것을 안타깝지만 인정해야 했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짧은 만남 이후로 헤어졌지만, 나 또한 다음 만남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는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만났던 여자들에 대한 평가를 했는데 이 때는 내가 할 말이 많았다. 내 잘못됨을 인정하기 싫었던 어린 마음이었을 것이다. 인기투표는 역시나 1명에게 몰렸고, 우리는 그녀를 당연히 이 만남을 주최한 녀석에게 양보해주기로 했다. 사실 우습지만 그게 우정과 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남은 세 명이 문제였는데 공평하다면 각자 한 명씩 선택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남은 우리 세 명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한 명에게 몰렸고 나머지 두 명은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고 하며 얘기를 마쳤지만, 돌아가는 길에 결말을 알고 있었다. 나는 내가 맘에 들었던 그녀가 나를 좋아해 줄 거 같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저 녀석에게만큼은 뺏기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지만, 사격장에 모이는 날이라서 가게 되었다. 매 월 셋째 주 일요일엔 사격장에 모여 함께 운동하는 것이 있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네 명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그곳에서 운동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2, 3학년 형과 누나들의 모습이 꽤 어른 같다고 생각했다. 자세가 잡혀 있는 모습, 보급형 장비를 가진 우리와는 다른 좋은 장비를 지닌 모습들에서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 날 훈련이 끝난 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네 명은 출출해진 배를 마트의 빵을 먹으며 같은 길을 걸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큰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다. 특히 이 사격장을 오는 게 좋았던 것은 내가 10년간 살아온 생활권과는 다른 곳이었기 때문에 일상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느낌이 좋았다.

과거를 기억하는 법은 그리 어렵진 않지만, 그 기억을 되살리기 전까지 많은 장치가 필요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 곳에 서있었다. 그러나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나도 모르게 잠드는 동안, 내 짧고도 강렬했던 기억의 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나를 다시 그곳에서 이곳으로 안전히 돌아오게 해 주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기억들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잡히지 않았고, 조금은 미워했고, 아주 철이 없던 행동들을 일삼았고 내가 봤던 순간순간의 파편들을 모아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그 녀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나고 싶은 걸까. 단순히 그리움이라는 감정 때문일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을 잊고 사는 동안 잘 지내왔으니 조금은 잊어도 상관없는 것일까. 먼훗 날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무슨 일을 서로 하면서 웃게 될까. 반가울까? 아니면 그때 내가 받은 충격에 대해 사과를 받을까. 아니면 나는 벌써 용서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집에 불을 켜는 순간, 아주 고요하고 적막했던 내 방의 온기가 내 몸을 살짝 덮어주는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