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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Oct 13. 2021

원의 모양

승혁의 시간은 영원한 듯 깊은 밤이 시작한다. 영원한 밤을 천천히 유영하는 느낌. 이런 시간이 끝나지 않으면 했다. 아마 고통도, 감정도 없는 미지의 세계.

사후 세계가 있다면 이 찰나에서 영생을 느낄 수 있는 뇌의 감각일 것이다. 그러나 곧 승혁은 고통의 시간으로 얼룩지게 된다. 그리고 곧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인상을 쓴다. 승혁은 어느 곳도 보지 못하는 상태로, 그저 사람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온 피부를 날카롭게 베는 듯한 상태가 된다. 이런 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면 살아 날 희망도 기대하지 않으니 죽는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는 승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하기 전에, 승혁의 온 몸에서 냄새나는 것들이 역하게 내뿜어진다.

그러면 그 냄새 나는 것들을 간호사들이 빨리 없애주기 바란다. 몸 깊숙이 군데 군데 연결된 호스는 땀과 분비물을 배출하며, 침대 밑의 보관함으로 이동한다. 힘이 없으나, 힘을 내야 하는 상황. 의식이 돌아오지 않다는 건 원래 그런 일이라고 한다. 급하게 달려온 의사는 익숙한 상황인 듯 한 눈에도 큰 주사를 주입하면서 상태가 호전 되는 것을 기다린다. 승혁은 다시 또 영원한 잠에 빠져든다. 주사를 놓을 때 더 이상 놓을 곳이 없어 지는 것을 본 의사는 더 이상 승혁이 삶을 살아갈 수 없어지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인데도 이런 것들을 아는지는 승혁이 의식이 있을 때 느낄 수 있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승혁은 아직 자신은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시 기적처럼 일어나 전처럼 살기를 바랬다. 하지만 승혁이 죽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에서 그런 마음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선택을 했어야 했다. 괜찮을 거라는 믿음. 늘 해 왔으니까 이번에도 빗겨 나가겠지가 아니라 원래 당연한 것들. 23일 뒤엔 24일이 오는 것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의 자연의 이치, 잠을 자고 깨어나는 것처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것들. 그래서 아직 때가 안 왔던 것이고 때가 왔으니 순차적으로 당연히 오게 된 기회라고 여겼다.

승혁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더욱 더 순탄한 삶을 살았다.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괜찮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돈이 충분히 많았다. 부모의 아래에서 적당한 돈을 지원 받고, 그래서 그 나이에 맞다고 생각하는 적당한 차를 장만했다. 또래에 비해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큰 여유를 만들었다. 어느 순간 승혁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인기도 어느 정도 있었다. 승혁은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될 수 있으면 글을 쓰고 싶어했고, 소설가가 될 거라고 했다. 가능하면 아프리카 같은데서 봉사를 하고 싶다고도 말하며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생활을 했었다. 그런 중에 승혁을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어찌보면 대학생은 장학금과 등록금으로 경쟁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건 결국 시간의 여유가 되었고, 시간의 여유는 힘의 차이를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승혁을 싫어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승혁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승혁은 그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자신의 편을 만드는 법을.

군대를 다녀오고, 3학년때 만난 여자와 7년간 연애하다가 결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승혁을 가장 싫어하던 여자 후배였다. 군대를 간 지 1년즘 지났을 때 휴가를 나와, 같은 과모임 술자리에서 만나 그 이후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다. 제대를 한 뒤에도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승혁은 그녀에게 왜 그 때 자신을 싫어했냐고 묻자, 그녀는 나는 발버둥 치는데 선배는 여유롭게 아프리카라니, 소설가라니 하는 허풍이 듣기 싫었다고 말했다. 승혁은 대학원을 이어 다니면서 동시에 소설을 병행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소설가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첫 해는 아들 3년 뒤엔 딸을 낳았다. 소설은 꾸준히 잘 팔렸다. 방송도 몇 개 하고, 예능에도 나오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 와중에 장편소설을 쓰면서 단편소설도 내며 여러 문학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을 쓸 때쯤엔 방송도 모두 접고 장편소설에 집중하여 6개월 뒤 소설을 냈다. 장편소설 3편과 단편소설집 5편을 쓰고 나니 어느덧 그가 52살의 중년이 되었다.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현재는 문득 과거로 인해 무너지게 된다. 현재가 무의미한 것은 과거가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부터가 될 것이다. 문득 그런 마음이 들었다. 승혁은 많은 나라를 돌았다. 시베리아열차도, 순례길도, 유럽 곳곳을 다니며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승혁은 아직 아프리카를 가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이 모든게, 누군가에겐 욕심이고 사치일 것 같았지만 아프리카를 못간 것 하나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 후 그런 진실이 내내 승혁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안정된 삶과 지탱해오던 삶을 일을 일 순간 끊기가 어려웠다. 계속해서 승혁은 가족들을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프리카는 그렇게 승혁에게 잊혀지는 것 같았다.

승혁은 돈도 많았고, 성공한 삶을 살았는데도 그 동안의 시간에 쫓겨 아프리카에 가지 못했던 것이었다. 45살부터 해오던 교수는 비규칙적인 소설가의 급여를 조금씩 보조해주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승혁에게 진범의 연락이 오며 승혁의 삶은 여태껏 잘 쌓아둔 승혁의 탑의 불균형을 만들어 간다.

아무런 특징 없는 어느 평범한 삶의 노선에서 적당한 이탈로써 성공을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해도 될까라는 마음에서 해도 되는 것들이 많아지는 순간이 많아진다. 승혁이 건너편에서 보았던 3인칭의 화려한 삶은 그토록 특별하지만 그들에게는 더 없이 평범하다. 누군가에게도 승혁의 삶은 화려하고 특별했었을 것이다. 아주 질투날만큼. 그래서 그가 싫을만큼. 그런데도 자신의 편이 되면서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다. 카지노 게임 매 순간을 그렇게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허전해하였다.

그 날 카지노 게임 비어있던 술잔을 들면서 그에게 다시 술을 받았다.

“처음은 그래.”

운을 띄운 진범은 승혁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더니 입을 한 번 더 씰룩거렸다.

“이제 고생 다한거야 김교수님”

목적을 잃은 삶이 있다. 어디론가 향하려고 하지만 빛이 없는 곳, 그런 곳에서 끊임없이 표류한다. 그때의 승혁과 지금의 승혁이 다른 것처럼.

진범이 승혁에게 의뢰했던 건 입학비리였다. 학교에서는 무시할 수 없을만큼 달콤한 제안을 건넸다. 당연히 많은 일들이 스쳤다. 그리고 각자의 표정들이 떠올랐고, 이름 모를 표정이 떠올랐다. 해도 될까라는 마음이 들기 전에 들었던 당연한 마음. 그렇게 할 수 없고, 못들은 걸로 해야겠다라고.

그 이후에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부인과 아이들이 떠올랐다. 살아 왔던 길이 떠올랐다. 정의와 상식,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승혁을 만든 길이었다. 바르지 못한 것들을 상식을 대입하여 함께 사람들과 분노했다. 젊은 감각을 지닌 소설가, 그런 소설가를 위해서 출판사는 아낌없이 그를 지원했다.

“김카지노 게임 다른 소설가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끊임 없이 고민하는 이 시대의 작가, 김승혁”

“청춘의 현재에서 살아 숨쉬게 된다.”

그래서 많은 독자와 팬들이 그의 모습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길과는 전혀 다른 승혁이 길 위에 서있다. 카지노 게임 그래선 안된다에서 해도 될까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 했었다.

해도 될까에서 해도 된다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생각했을 때 해야 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승혁의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승혁이 두 갈래의 길에서 서 있는 순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마땅히 걸어 온 길이었다. 거절할 이유도 없게 되었고, 승혁는 천천히 진범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무한한 돈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 대를 이어서라도 채울 수 없는 금액이라면 더욱 더. 또한 학교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했다. 여태까지 생각도 못했던 갑의 위치. 그 곳이라면 승혁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출판사는 김승혁에 대해서 홍보할 것이었다.

돈과 여자, 권력이 들어오는 순간 승혁은 진범과 술을 마셨다. 지금껏 다른 삶을 함께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순간에도 많은 것들이 지나쳤다. 생각해보면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을까. 없었기 때문에 승혁은 평범한 삶을 살았던 걸지도 모른다.

승혁은 지금의 순간을 모티브로 하여, 소설을 썼다.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 사람들에게는 다행히도 있어 보이는 일들이었다.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은 영화로 또는 책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증폭시켰다.

낯선 여자를 만지며 승혁은 생각했다. 그동안의 평범한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승혁으로 살아보겠다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나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다들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다들 사는 것이라며. 당신은 이런 기회가 오면 안 할 것 같냐며, 있지도 않을 나중을 생각하며 승혁은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승혁은 영원히 23일에 멈춰 있고, 52살이라는 나이에 멈춰있다. 아직 늙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승혁은 젊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들과 딸이 찾아온다.

냄새가 난다. 말을 건다. 그들은 승혁이 늙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오지 마라를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삼켰다. 그러나 그 절망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쓴 독약을 삼키게 된다.

“아버지 저희 왔어요”

역했다. 사고가 난 뒤 의식이 돌아온 후 먼저 귀에 들어왔던 건 유산 문제였다.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들은 승혁을 앞에 두고 죽기를 바랬다. 승혁이 듣는다는 것을 그들은 아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유산 문제에 대해 서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이며 빨리 죽기를 바라는 말이었다. 승혁은 이대로 죽는 건 억울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 시간이 흘렀다기보다, 죽기 위해 달려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아마도 보험금과 그리고 승혁의 죽음을 기다리며, 때를 보고 있었다. 가장 승혁을 싫어했었지만 곧 승혁과의 사랑을 택했던 부인은 언제부턴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식물인간이 된 지금은 이혼을 보류하고 있었다.

“왜 그랬어요. 그냥 살아왔던대로 살았으면 좋았잖아요”

승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진범의 제안을 뿌리쳤다면, 그 때 아프리카로 그냥 갔었다면, 그 때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그 때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때. 그 때.

뉴스에서 유진범이란 말이 나오고 병원 앞은 시위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승혁은 자신이 식물인간인 상태에서도 자신을 보고 분노하는 사람들에 대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왜 일이 이렇게 발생했는지 알고 싶어졌다.

카지노 게임 그 날 가장 친한 친구의 부친상을 들었다. 낯선 여자와 함께 하는 밤을 보내고 있었고, 술을 먹은 상태였다.

여자는 말렸지만, 승혁은 가려고 했었다. 여자에게 승혁은 친구의 부친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럴 수 없었던 관계였다. 그 여자에게 자신의 친구를 설명하지 못하는 관계였다. 승혁은 술을 먹은지는 오래된 상황이었고, 새벽이었다. 장례식장까지의 거리가 그리 길지 않은 거리였다. 술을 깨기 위해서 숙취제를 먹었고, 껌을 씹으니 할 만한 정도가 되었다. 음주운전에는 이 전에도 한 적이 있었다. 처음 하게된 음주운전이었지만, 괜히 손이 많이 가는 대리기사를 부르기보다, 이렇게 간편하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승혁의 차 안에 조용히 흐르는 음악이 들렸다. 아마도 예전부터 들어왔던 재즈풍의 음악이었다. 앞으로의 삶을 생각했을 때 자신의 삶은 재즈가 될 것이라 여겼다. 그 재즈에서는 어떤 규칙이 있을까. 규칙이 없는 삶은 재즈처럼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그 순간 트럭이 승혁의 차를 덮치며 굉음이 났다. 큰 소리가 온 도로를 덮었다. 유리창의 파편이 승혁의 몸에 박혔고, 에어백이 터졌고, 충격과 충격의 연속으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깬 카지노 게임 자신이 식물인간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껏 선택에 대해서 후회한 순간이 하나 없었던 것을 떠올렸다.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 무엇일까라며 카지노 게임 영원한 생을 유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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