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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Jun 24. 2023

카지노 쿠폰 먹는다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꽤 슬픈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더 생각해 보면 그리 슬퍼할 필욘 없다고 스스로 정리를 했다. 오히려 기억을 한다는 것이 더 슬픈 일이라는 것을 느꼈는데 그건 한 번씩 재희가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재희가 자살을 하고 난 뒤 그러니까 나도 따라서 자살을 할까 생각하다가 웃기게도 재희가 꿈에서 나왔고 너는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그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내 안의 수많은 겁과 걱정으로 인해 자살을 못하고 있던 것뿐이었는데 재희가 꿈에서 나왔다는 핑계로 지금껏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재희를 그리워하며 슬픈 존재로 기억하지만 또 미워하고 반대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이후로 재희보다 많은 시간이 있었고 재희가 죽은 것처럼 내 삶의 시간이 가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많은 순간을 보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의 삶을 만족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내게도 한 때 재희와의 내일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전에 쓴 글에서 보았다. 뭐라고 했더라. 대기업 취직하기, 복권당첨되기, 부자 가족에게 상속받기 같은 것들은 X로 쳐져 있었고, 다만 다음 주 강릉 놀러 가기, 맛있는 거 많이 먹기, 영화나 음악 듣기, 전시 가기, 공부하기 같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들로 재희에 의해 수정되곤 했다. 그러다 그런 글은 어느 지점부터 멈춰 있었는데 쓰다 말은 글에서 나는 더 이상의 기억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기억할 수 있었던 일은 고민을 나눴던 재희의 목소리였는데 재희는 단호한 목소리로 앞으로 잘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말을 했다. 뭔가 궁금한 것은 지금 바로 가능한 일들을 좋아하던 재희가 그런 말을 해서 놀라웠다.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면서. 또 한 번은 언젠가 재희는 자신의 꿈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나만큼 허무맹랑하게 들었고, 또 하루는 재희는 삶의 허무함을 말했고, 그런 시간이 반복되면서 나 역시 지쳐있었다. 나는 그 말에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하지 않았다. 재희는 분명 나보다 성숙했던 것 같기도 하다.

상담사는 힘든 일이 있으면 글을 쓰란 말을 하며 그 과정이 힘듦을 나아지게 한다는 말을 했는데 처음에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은 상담사를 찾는 날이었고, 나는 최근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상담사를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점차 변했다. 재희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나는 이 지루하고 힘든 일을 해내야 했다. 상담사의 마지막 말은 그래서 내내 기억하려고 했다.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는 하루를 많이 보내보세요.


언제부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람이 많은 벤치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노래를 듣거나 했었는데 노래를 들을 때가 노래를 부를 때보다 사람들이 훨씬 적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진 못했지만 공원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가 나를 쳐다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혼자 벤치에 앉아 카지노 쿠폰을 먹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건 아무튼 힘든 일이다. 나는 사람들과 점심을 먹는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말없이 사람들을 만나면 말이 없는 문제로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느꼈고, 하루는 말을 자주 했는데 타이밍을 못 맞춘 나의 뜬금없는 말들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점심을 먹는 모임을 탈퇴하게 되었다. 참치카지노 쿠폰을 시켰는데 꽤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카지노 쿠폰을 뜯었더니 참치가 없는 것을 보고 나는 실망감이 생겼다. 나는 이 일을 벤치에 앉아 펜과 공책에 글을 썼다.

나는 자주 들리는 카지노 쿠폰집에 들러서 참치카지노 쿠폰 하나라고 분명히 주문했다. 영수증에는 참치카지노 쿠폰이 적혀 있지 않았지만, 금액은 3,500원이 적혀있었다. 나는 정확히 내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참치카지노 쿠폰 하나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참치카지노 쿠폰 하나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그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주머니 참치카지노 쿠폰 하나 주세요라고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아주머니는 뭐라고 답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짧은 글을 쓰고 참치카지노 쿠폰이 아닌 카지노 쿠폰을 실망한 채로 먹으면서 다시 시간을 죽였다. 시간을 계속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카지노 쿠폰을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떠올렸지만 그렇게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노래를 듣고 있으니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갈 뿐이었다.

바라진 않았지만 나는 벤치에서 카지노 쿠폰 먹는 남자로 어느 다큐 프로의 티브이에 나오게 되었다. 나의 다큐 PD담당이라며 소개하며 웃음을 짓는 얼굴에서 나는 재희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닮았다는 건 아니었다. 그냥 재희가 그리웠던 모양이었다. 언젠가 한 번 다큐를 찍는 도중에 공원에서 젊은 남성 한 명이 쓰러졌는데 이럴 때 응급처치로 가슴을 누르면서 호흡이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써먹었고 그것이 화재가 되어서 인터넷에 뜬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숏츠가 유튜브에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나는 유명해질 줄 알았지만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 유명스타가 되진 못했다. 그런데 내가 살려준 남성이 고맙다며 사례금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얼마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마음만 받겠다고 했지만 마음만 받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인 것을 보고는 사례금을 받기로 했다. 사례금은 내가 1년을 아무것도 안 하고 아껴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날 담당 PD에게 맛있는 것을 쏘겠다고 말했지만 담당 PD는 모둠카지노 쿠폰이면 된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많은 돈을 쓰기에는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었으니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큐를 찍으면서 슈퍼스타는 못 됐지만 이런 횡재는 기분이 좋은 일이다.

“오늘은 무슨 일을 했었나요?”


담당 PD는 하루하루 늘 같은 질문을 했지만 억양은 조금씩 달리 하며 나의 하루의 기분을 맞췄다. 약간씩 흥흥 거리는 억양은 틀림없이 내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챈 기분이었다. 이럴 때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카지노 쿠폰 말을 해야 했다. 이것이 내 다큐라는 것임을 알고 있으므로.


“카지노 쿠폰을 먹었어요. 그리고 그전에 노래를 불렀어요. 노래를 들을 때보다 부를 때가 더 좋으니깐요. 더 말하고 싶은 건 없어요. 오늘은 기분이 별로네요. 계속 찍을 거예요?”


나는 재희가 생각나게 만드는 담당 PD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담당 PD는 한 때 안 믿어도 좋다면서 한 말이 있는데 자신도 나처럼 재희와 같은 존재가 있다고 한 적이 있었다. 다만 차이점은 그는 지금은 한국에 없다는 말을 했는데 담당 PD 역시 그를 내가 재희가 그리워하는 것처럼 많은 그리움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죠. 기태 씨가 기분 별로라고 하는 것도 어쨌든 다큐니깐요. 매주 목요일은 카메라가 꺼지면 안 돼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카메라는 기태 씨의 다큐이자, 기태 씨를 담는 유일한 도구예요. 무슨 노래를 불렀나요? 노래를 부를 때 기분은 어때요?

나는 직접 불러보면 알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말을 하면 내 기분을 뺏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불러 보란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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