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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듯한 바람 Apr 18. 2025

카지노 게임과 과도한 자기의존 사이에서

과도한 카지노 게임이라는 의존

스스로를 카지노 게임적이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카지노 게임 몫을 해내는 사람,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

그 카지노 게임을 만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 외로움을 말로 꺼내는 건 실례가 될 것 같아 꺼내지 않는다. 대화는 쿨하지만, 마음 한쪽에 거리감이 남는다. 그 사람 옆에 있으면, 아쉬운 소리는 하면 안 될 것 같고, 내 몫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할 것 같은 공기가 흐른다. 그래서 함께 있다 보면,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 같다.

‘나도 당신에게 기대지 않을 테니,당신도 나에게 기댈 생각 마시고, 적정거리를 지켜주세요.’


잘 웃고, 씩씩해 보이려는 그 사람의 모습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서 해내려는 마음이 묻어 있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혼자 감당해온 시간이 얼마나 길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마음속으로 물었다. 과도하게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하며 사는 건, 힘들지 않을까? 왜 그렇게까지 혼자 감당하려고 하는 걸까? 누군가에게 요청해도 괜찮을 만한 상황인데도, 조금만 말해도 기꺼이 도와줄 사람이 곁에 있을 텐데도,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 말 한마디가 어려운 사람이었고, 그래서 옆에서 도와주는 데도 요령이 필요했다.


정말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걸까?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어딘가에서 기대려다 상처받은 기억이 남아 있어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은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선 관계를 열어야 하고, 그 안에선 예측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오고 간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려 애쓰고, 혼자서도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 정말 카지노 게임적인 게 좋은 걸까? '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적인 사람일까? 아니면, 함께 살아가며 서로 의지하는 사람일까? 스스로 알아서 하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가도, 한편으로는 누군가 함께 해주기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카지노 게임적인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느낀다. 그 사람의 단단한 모습은 분명 멋있었지만, 그 단단함 뒤에 감춰진 수고와 외로움이 타인에게는 거리감으로 전해질 때가 있었다. 타인을 쉽게 믿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래서 굳이 도와주겠다고 말해도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것 같아, 말이 조심스러워졌다.


생각해보면,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사이즈의 일은 혼자 감당하는게 도움이 안되는 상황일 때도 있다. 카지노 게임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모든 걸 혼자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믿고, 동시에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사람. 자기 삶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때로는 누군가의 손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카지노 게임성과 의존, 그 사이 어딘가에서 조금씩 균형을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혼자 버티는 삶과, 함께 살아가는 삶 사이에서.

누군가에게 기댄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서로 기대면서도 카지노 게임적인 모습, 그 적정거리를 알아가며 조금씩 서로의 삶을 나누고, 짐을 함께 지며 살아가는 것.


나무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서로의 햇살을 막아 자라기 어렵고, 혼자 있는 나무는 비바람에 쉽게 쓰러질 수 있다. 햇빛을 나눠 받고,비바람을 함께 막아낼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를 가진 나무들처럼. 나도 그런 카지노 게임이 되고 싶다. 그렇게 삶의 사계절을 함께 잘 보내며 살다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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