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너무 공허하고 외롭고 그런 느낌이 막 와요.
그런 느낌이 왔을 때 손목을 탁 그으면 정말 그 모든 걸 내려놓는 느낌,
정말 무거운 걸 막 낑낑 대고 들고 있었는데 그 짐이 모두 팍 하고 떨어지는 느낌.
후련하고 시원하고 편안해져요.”
“어두운 터널 안에 혼자 갇혀 있는데 자해를 하면 어두운 터널 안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에요.
속시원해요”
학교상담실에서 자해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2018년도부터 어떤 연유에서인지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자해 문제가 대두되었고, 상담 현장도 초비상 상태이다. 자해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내고 스스로 자신을 다치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죽고자 자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살기 위해 자해를 한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자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말 그대로 비(非)자살적 자해이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그때도 간혹 자해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소위 논다는 언니들의 힘의 논리를 내세우고 싶어서, 나를 건들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 담긴 ‘칼빵’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노는 언니, 오빠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카지노 게임도 소위 심심치 않게 자해를 하곤 한다.
자해가 이토록 문제가 되다 보니 아이들을 만날 때, 손이나 팔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얼마나 관심 있게 봤으면 요즘에는 SNS의 연예인 사진 속, 흐릿한 자해 상처도 굳이 눈 씻고 보지 않아도 내 눈엔 확연히 보인다.
아이들과 상담 도중, 상처가 있으면 조심스럽게 확인하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은 담담하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더러는 자해를 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이들도 있다. (그런 예상 자체가 잘못된 것일수 있겠지만). 우연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자해와 만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00는 마음이 너무 힘들 때나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 어떻게 하니?”,
“00는 화가 날 때 어떻게 푸니?”
“혼자 있는 외로움에 허덕일 때는 어떻게 해?” 라고 묻는 질문에
“자해”라고 대답하는 카지노 게임을 종종 만난다.
어쩌다 우리 아이들은 자기 몸에 스스로 상처 내기 시작했을까? 어떤 이유로 자해를 하는 것이 재밌다고, 속이 후련하다고 이야기할까? 어떤 이유로 바보 같은 자신을 벌주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며 울면서 이야기할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자해를 한다고 이야기할까? 각자의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 낸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참 아프다.
“00가 힘들어서 자해를 했구나.”
“00 마음 속에 어떤 돌덩이가 있어 자해를 하게 됐니?”.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정말 힘들었겠다.”
라고 카지노 게임 마음에 다가간다.
미칠 듯이 힘든데 어떻게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아이의 답답한 심정에 공감한다. 이런 반응에 카지노 게임은 놀란다. 혼날 줄 알았는데... 정신병자 취급할지 알았는데..... 관종 취급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주지 않아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당장 그만두라고 다그칠지 알았는데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내가 그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더 이상 상처 내지 않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하지 마!”라고 이야기한다면 아이가 정말 힘든 이유, 자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다가가지 못한 채 상담이 끝나고 만다. 그러면 아이는 선생님에게 더는 이야기하지 않고 숨길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더 심하게 자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혹은 “자해는 하면 안돼!”라고 강력하게 말한다면 어떤 아이는 “세상 모든 일이 내 맘대로 안되는데 왜 내 몸을 가지고 내 맘대로 상처내는 걸 안된다고 하느냐 선생님은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며 울부짖기도 한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래서 기다린다.
상처를 보는 것도 마음이 무겁고 쓰라리지만, ‘자해’만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는 것이 더 마음이 무겁지만 기다린다. 반복적으로 자해를 함으로 중독되지 않도록, 점점 세게 자해하지 않도록 돌보고 지속적으로 만난다.
어른으로 미안하다. 청소년을 위한 더 좋은 문화를 만들지 못해서, 청소년을 위한 더 좋은 공간을 만들지 못해서, 청소년을 위한 좋은 스트레스 대처법들을 알려주지 못해서, 너무 많은 무분별한 콘텐츠, 오픈 채팅 등에 무방비한 상태로 허우적 대도록 두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 마음에 한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미약하게나마 작은 일을 통해, 내가 조금이나마 기댈 품이, 쉬어갈 품이 될 수 있길 기도한다. 아이 마음이 단단해져 스스로 상처 내는 일들을 줄여갈 수 있길 기도한다.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 NSSI): 문화적으로 승인된 목적이나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직접적이고, 고의적으로 자신의 신체조직을 훼손시키는 행위(Bresin & Gordon, 2013; Favazza, 1998; Nock, 2009; Walsh, 2007).
-비자살적 자해의 양상으로는 긁기, 머리카락 뽑기, 상처 딱지를 뜯거나 상처의 치료 방해 등의 가벼운 형태부터 피부 베어내기, 태우기, 때리기 등의 심한 형태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Gratz, Conrad, & Roemer, 2002). 청소년의 80%가 날카로운 것으로 피부를 찌르거나 베는 자해행동이 주로 나타남(Conterio et al., 1998; Ross & Heath,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