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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Nov 22. 2021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 들어주는 카지노 게임 추천

매일 볼 것도 없는 얼굴을 보겠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드르륵. 오래된 여닫이 문을 열며 고개를 빼꼼 내미는 아이들. 적막함이 깨지며 온기가 맴돈다.


교무실 겸 상담실로 근무하는 위클래스(상담실)는 주로 상담교사 혼자 사용한다. 대부분 한 명의 아이가 찾아와 개인상담을 하고 돌아가기에, 상담 시간을 제외하고는 혼자 있기 마련이다. 상담실의 적막한 공기가 무거워 북적북적대는 교무실과 교실이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무리지어 찾아오면 그렇게나 반갑다.


"들어와. 들어와."

손짓에 모자라 일어나 발까지 굴러가며 까딱까딱 흔들어댄다.

선생님 성화에 들어선 아이들은 "보고 싶었어요."라는 말을 꺼낸다. 참으로 솜사탕처럼 달콤한 인사다. 까르르르 웃으며 장난을 치다가도 갑자기 뚝뚝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아이들. 굳이 상담 신청을 하지 않아도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나를 찾아와 아는 척하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구석진 곳에 위치한 상담실에 오려면 꽤나 부지런해야 할 텐데 짧은 시간에도 나를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다니. 친구들과 수다 떨기에도 아까울 시간,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짧게 끝나버릴 소중한 쉬는 시간에 나에게 온다. 참 고맙다.


월요일 출근을 앞둔 잠들기 바쁜 밤. 문득 상담실, 이곳의 이름을 특별하게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 교사의 이야기가 담긴 <이토록 명랑한 교실에서는 특수학급의 명칭을 이토록 명랑한 교실로 지었다. 통합반, 청솔반, 도움반, 사랑반 등 특수 학급의 명칭은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여러 개인데 <이토록 명랑한 교실로 특별한 시선을 담은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음..... 우리 교실은 어떻게 표현하지? 우리 교실은 명랑할 수는 없는데. 명랑하기보다 마음속에 이야기들을 꺼내놓다 보면 우는 곳이 더 잘 어울리겠다. 엇! 그렇다고 <이토록 눈물짓는 교실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그렇다면 우리 교실에 상주하는 학생은 없으니까 '학생이 없는 교실'이라고 해야 하나. 한참을 궁리해봐도 잘 떠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담실 명칭이 없는 건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학교 내 상담실을 구축하면서 위(Wee)클래스라고 칭하였다. Wee는 We(우리들), eduacation(교육), emotion(감성)의 합성어이다. 1학년 3반처럼 위(Wee)반이라고 할 수도 없고, 위(Wee)교실이라고 하기에도 어감이 이상하니, 모두 다 영어로 위클래스(Wee Class)로 지칭하기로 했나 보다. 어찌 되었든 위(Wee)는 나(I)와 너(You) 속에서 우리(We)를 발견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지도하고, 학생에게 감성과 사랑이 녹아있는 위(Wee)공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여전히 이 명칭이 익숙하지 않다. 아이들에겐 위클래스보다 상담실이 더욱 익숙하다. 위클래스라고 알려주면 어디냐고 한참 묻는다. 선생님들도 잘 모르고, 사실, 나에게도 좀 어렵긴 하다. 공문 쓸 때도 헷갈리다. 의미는 참 좋은데 뭔가 아쉽다. 어찌 되었든 특수 학급의 명칭처럼 각 학교마다 상담실도 위클래스, 상담실, 힐링클래스 등 다양하게 부른다.


일반적인 명칭도 있지만 <이토록 명랑한 교실처럼 학교 상담실을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어젯밤 슬프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학교 안 귀퉁이'이다. 이토록 구석진 교실이 있을 수 있는지. 참 희한하게 대부분의 학교 상담실은 귀퉁이에 있다. 심지어 어떤 곳은 찾기도 힘든 곳에 숨어 있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상담받는 것을 어려워하고 친구들이 볼까 염려하는 아이들을 위해 구석진 곳에 배치했을까? 자리가 다 잡힌 학교에 갑작스레 혜성처럼 등장한 교실이었으니, 당장 남아있는 교실에 구축해야 했기 때문일까?


흠. 그래도 '학교 안 귀퉁이'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하니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본다. 마음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이야기하니까 뭔가 연결고리를 찾고 싶었다. 그러다 생각난 건 '마음 세탁소'. 뭔가 서정적이면서 좋은 의미도 담긴 듯하다. 너무 식상한가? 다른 것도 생각해볼까? '이토록 다정한 교실?', '이토록 따뜻한 교교?'...................' 내가 직접 짓기에는 뭔가 낯간지러운데?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 안 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그래. 나에게는 매일 만나는 아이들이 있지. 우리 아이들은 상담실을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찾아온 아이들에게 묻기로 한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단어를 담아 핫한 명칭을 왠지 지어줄 것 같다. 찾아이들에게 슬쩍 물었는데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마음 약방', '마음 약국', '힐링 약국', '정화방' 등등. 그중 한 아이는 처음엔 당황한 듯하더니, 별 관심 없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 들어주는 공간이요. 선생님은 저조차도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공상까지 다 잘 들어주시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찾아오는 의미가 이런 거였구나.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혼자 탄식하듯 '아 쓸데없는 이야기를 오늘 또 했네. 이 공상 망상 어쩔.'이라고 했던 아이가 이렇게 이야기해주니 고맙다. 막상 들어보면 쓸데없는 이야기인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치부하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던 참이다. 그래도 내가 들어준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지 싶다.

'한 번도 네가 하는 이야기가 쓸데없던 적은 없었어.'


일단 오늘은 내가 아이들과 만나는 이곳을 <쓸데없는 이야기도 다 들어주는 교실이라고 정해 본다. 이번 주 내내 만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재밌고도 의미 있는 인터뷰를 통해 매거진 제목을 정해봐야겠다. 하나, 둘, 학교 상담자로 살게 된 내 이야기도 하면서.


p.s. 한국의 학교 상담자의 공식 명칭은 '전문상담교사'이다. 뭔가 낯간지러워 나는 '학교 상담자'라고 부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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