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다섯 명의 소년들
“너 지금 카지노 게임씨랑 대화할 수 있는 거야? 지금 여기가 그런 장소야?.”
이 형사의 사뭇 진지한 질문에 지훈이 실소하며 답했다.
“형님은 늘 반토막 짜리 정답만 들이미시네요.”
급한 성미의 이 형사를 알았다는 듯 곧이어 그가 원하는 답을 일러주는 지훈.
“맞아요, 그런 장소. 그런 곳을 만들려고 전국 팔도 믿을만한 화랭이(굿판의 악사)들과 조무들을 다 모셨어요. 여기는 지금 저희 이모할머니도 와계세요. 할머니의 친한 무당분들도 많이 와계시고요. 할머님은 제 스승님이신데 문간에서 이미 만나셨죠?.”
그는 문간에서 흰 꽃띠를 두른 독특한 차림의 무녀를 떠올리고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궁금한 것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카지노 게임 씨가 여기 있는 거냐고? 나 까짓 놈 어차피 종교도 없었고, 지금 와서 생겼다 치지 뭐, 믿을게, 믿어 일단 믿고 보는 거지 뭐, 여기 카지노 게임 씨가 있어? 나랑도 얘기할 수 있는 거야?.”
“아, 형님 성격 정말 급하시네, 반토막 짜리 정답이라니까요. 수련이를 묶어두려 만든 장소는 맞는데 아직 그 굿 시작도 안 했어요. 이제 막 부정거리를 시작하시네요.”
이 형사가 지훈의 말에 귀를 쫑긋하여 문밖으로 갖다 댔더니 거짓말처럼 소리가 들려온다.
지훈을 향해 고갯짓으로 문을 열어봐도 되냐고 물으니, 지훈이 옅게 미소 지으며 끄덕였다.
마당 안에 펼쳐진 장관에 이 형사는 또 턱이 어디만큼 늘어져 닫힐 줄 몰랐다.
눈보다 귀가 먼저 열렸던 이 형사는 화랭이의 패 들어가는 장구 소리에 혼이 쏙 나갔다.
그에 맞춰 문간에 서서 저를 막아섰던 사내들이 어느덧 저마다 징과 꽹과리를 들고 그 장단에 맞춰 눈을 감고 신명 나게 울음을 울고 있었다.
그 가운데로, 창호지로 만든 흰 꽃을 머리띠로 삼은 허리가 구부정했던 할머니가 소복에 푸른 장삼을 두르고 초록 삼으로 허리를 메시고는 그 허리토막보다 두 배는 더한 커다란 합죽선 위에 주위 모여든 모든 이들에게 덕담을 펼쳐놓고 계셨다. 합죽선의 무게도 이기지 못할 듯한 연약한 할머니가 굿판에서 날듯이 뛸 듯이 그리도 가벼워 보일 수가 없었다.
“굿판 처음 봅니까?.”
낮은 지훈의 미성에 턱을 내려놓고 구경하고 있던 이 형사가 깜짝 놀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처, 처음은 아니야 내림굿 받아준다고 사기치고 다니는 가짜 무당이 있다고 해서 수사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는 이런 집에서 한 것도 아니었고 이렇게 사람이 많지도 않았어. 과일도 며칠을 재탕한 건지 썩어빠졌고, 그 굿을 해주는 데가 따로 있더구먼, 몇 분을 뛰어도 바닥이 스프링 역할을 해줘서 힘들지 않다고 하더라고. 나도 그 바닥에서 뛰어봤는데 텀블링하는 거 같더라고. 근데 여긴 그냥 마당이잖아. 맞지? 그리고 저 할머니는 족히 60은 돼 보이시는데..”
“이 형사님이 한 번에 제대로 맞추시는 것도 있으시네요. 눈썰미는 좋으신가 봐요. 저희 스승님은 올해 60 되셔요. 저희 할머니보다 두 살 어리시고요.”
“맞다! 용하기로 따지면 지훈이 할머니가 더 용하다고 들었는데 왜 할머니 도움은 안 받는 거야? 같이 안 산다는 거까지만 알아보기는 했는데..”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고요, 아까 물어보신 거 답을 해드려야겠어요. 카지노 게임아직여기 없습니다.”
“뭐? 이거 진짜 나 갖고 장난하는 거야? 있다 했다 없다 했다?.”
“저 그렇게 말씀드린 적 없어요. 48시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 48시간 중에 카지노 게임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니까, 설득해야죠. 지금 시작하는 굿은 망자를 불러들이는 굿이에요.”
이 형사는 얼굴을 먹다 버린 캔처럼 구겨 버리며 소리를 지르려다 밖에 분위기를 생각해서 냉큼 문을 닫고 지훈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망자라니? 카지노 게임 씨가 그러면 지금 죽었단 말이야?”
“카지노 게임의 혼이 저렇게 몸주에 붙어있다가는 카지노 게임를 차지하려 달려드는 것들한테서 버티기가 힘들 거예요. 너무 괴로운 일이고, 너무 아픈 일이라고 대신 겪어보신 우리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어요.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어서 가버리면 어떡해요. 굿은 신을 모시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거예요. 이렇게 최고로 최선을 다해 신을 모신다면 그 방식이 조금 틀어졌다 해도 신이 기꺼이 받아들여 주실 거예요, 저는 제 방식대로 수련 이를 불러들일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카지노 게임 와 제가 할 일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귀신은 달라요. 귀신에게는 얄팍한 방법도 통해요. 그런 금줄도 소금도 인간이 만든 문턱도 넘기 어려울 거예요. 카지노 게임가 이곳에 들어와 주기만 한다면 카지노 게임가 가장 편한 곳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그토록 하고 싶었던, 끝내고 싶었던 모든 일들을 하게 해 줄 거예요.”
무슨 외계인을 만나 외계어를 들은 듯 멍한 얼굴로 지훈을 쳐다보다가 겨우 입을 뗀 이 형사.
“다 모르겠고, 어쨌든 네가 카지노 게임 씨 살린다는 거지? 카지노 게임 씨 이렇게 가는 일은 절대 없는 거지?.”
“제가 카지노 게임 살린다고 약속드릴게요, 형사님도 약속 하나만 해주실 수 있으세요? 그 솜사탕 받은 아이..”
이 형사는 자기 무릎을 '탁' 치며 그 손으로 자기 머리도 연타로 두드렸다.
“아 맞다, 나 그거 물어보려고 했지? 카지노 게임 씨가 여기 있는 것도 아니면 너 그건 어떻게 안 거야?.”
“염. 강렬한 ‘염’이었어요. 제가 카지노 게임 병원에 갔을 때, 카지노 게임가 어떻게든 전하려던 메시지는 그거였어요.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으려던 말은 바보같이, 그거였어요. 자기의식이 사라지기 전에 이 형사님께 전해달라고….”
지훈은 고개를 숙이며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알고는 있어. 수련 씨가 부탁한 DNA감정을 기다리고 있어. 그게 다르다고 해도 카지노 게임 뭘 할 수 있지?.”
이 형사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고 지훈이 함께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치 제 짐을 덜어 들어달라는 듯 미안한 얼굴이었다.
“형사님, 형사님께서 위험해지지 않는 선에서만 조사해 주세요. 분명 솜사탕을 준 놈은 사라진 다섯 명의 소년 중 하나일 거예요.”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헤아리려 깊이 지훈에게 다가간 이 형사에게 알아듣기 쉽게 전달한 비밀.
“20년 전 카지노 게임 와 제가 살던 동네에서 다섯 명의 불량소년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어요.
아주 잠시 개구리 소년의 저주니, 모방범죄니 떠들어 댔지만, 이상하게도 그 얘기는 너무 금방 묻혀버렸어요. 그리고 더 이상한 건, 자기 자식들을 찾아달라고 한동안 난리 치던 부모들도 갑자기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사라졌어요. 카지노 게임 아버지도 거기까지는 모두 찾으신 거 같아요. 어디서 막혀서 왜 하필 서연주를 찾아갔고 서연주에게 무슨 말을 들으셨길래 어디로 움직이셨다가 변을 당하신 건지, 카지노 게임를 지키기 위해서 연주 곁에 붙어있었는데 아무것도 알아내지도 못했고 결국 도움도 안 됐어요. 제 얘기가 어려운가요?.”
이 형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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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주는 집에돌아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처박아두었던 투박한 핸드폰을 하나 꺼내 충전을 하고 누군가에게 또 전화를 건다. 그러자 마침 기다렸던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얼굴에 드디어 화색이 돌고 담아두었던 말을 쏟아냈다.
“저 서연주예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시는 거예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조급했던 서연주의 음성을 단번에 무너뜨릴 만큼 거침없고 사나웠다.
-넌 어렸을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구나, 네 전화기로 나한테 전화를 걸면 어쩌자는 거야? 다 같이 죽자, 이거야? 이거 협박이니? 네 따위가? 너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어? 이게 어디서 감히! 경찰 내부에 힘쓰는 거 이제 힘들어졌다고 말했어! 안 했어? 그런데 떡하니 경찰을 끌고 다녀? 당분간 이쪽에 전화하지 말고 해외라도 나가 있어. 병신 같은 년!-
“하하 아...”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소파 위로 그대로 무너져 버린 서연주.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옷방에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리고 손에 쥔 여권.
그녀는 정말 해외로 뜨려고 하는 걸까?
서연주는 입술을 깨물고 눈에 독기를 품었다.
중요인물 관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