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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미영씨 Apr 10. 2025

알파걸

그때의 나는 조금 미쳤었던 것 같다. 몸이 세 개여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하려고 했었으니 말이다.


코로나 규제가 겨우 풀려 호주로 다시 가게 되었을 때는 대학원 과정이 1년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간 못했던 것을 몰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를 구했고, 온라인으로만 연락하던 학교 친구들과도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학교와 알바를 병행하며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인생에 한 번쯤 이렇게 바쁘게 살아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살았다. 내 인생에도 어느새 길이 보이는 듯했다.


대학 친구들과의 실없는 수다타임, 용돈을 벌기 위해 하는 식당 알바일, 모든 것이 끝나고 집에 오면 나를 반겨주는 남자친구. 실로 꽉 찬 하루하루였다. 다행히도 내가 선택한 회계공부는 적성에 꽤 잘 맞았고, 앞으로의 진로를 생각할 때 관련 업무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곳저곳에 이력서도 돌렸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시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딜 가나 똑같겠지만, 첫 직장을 구하는 것은 만만치가 않았다. 이민 사회인 호주에서 경력이 없는 유학생이 일자리를 구하기란 정말 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보였다.


어찌어찌해서 면접을 보게 된다 해도 로컬들의 자신 있고 거침없는 발표를 듣다 보면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말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역시 학교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일단 주어진 것들에 충실하자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취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원하는 빈도수는 줄어들었고, 면접 요청이 오더라도 이제는 기대보다는 다가올 실망감이 두려워졌다. 이런 과도기에도 멘탈을 부여잡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보자는 생각에 한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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