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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토토 Oct 04. 2020

나를 낳고 그대들은 어땠나요?

콩나물국과 홍어무침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수란을 넣은 콩나물국
카지노 쿠폰카지노 쿠폰가 차린 식탁
카지노 쿠폰의 홍어무침


작년 5월, 계획에 없던 사건이 생긴 걸 아내가 먼저 알게 되었다. 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했던 것이다. 아내는 외부에서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꽃 한 다발을 샀다. 손편지도 준비했다. 집에 돌아와 나를 놀라게 하려고 했는데, 어이없게도 나는 곤히 낮잠을 자고 있었다. 잠 묻은 얼굴로 꽃다발을 받게 된 나는 어리둥절해하며 편지를 읽었다. 편지에는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토토, 아빠가 된 걸 축하해.’


비몽사몽 간이라 눈을 비벼보았지만, 그 문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개를 드니 아내가 상기된 얼굴로 내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잠결에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가 웃은 건 아내의 수줍은 고백이 예뻐서였다. 연애 시절 이후 오랜만에 본 수줍은 미소가 나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내 속마음은 달랐다.


조금 무서웠다.


마꼬가내목소리에응답하고제법눈을마주치게되면서나는종종나의어렸을적부모에대해생각했다. 마꼬의기저귀를갈아주다말고, 마꼬에게젖병을물려주다말고, 나를향해웃는마꼬의까만눈을바라보고있으면내가기억못하는내어린시절이수면위로떠오를것같았다. 나는어린나의눈에비친카지노 쿠폰와아버지가보고싶었다. 그때의그대들에게물어보고싶었다. 그대들은어땠나요. 나를낳고어떤심정이었나요?




어렸을적나는온동네가다아는심한장난꾸러기였는데, 카지노 쿠폰가아픈후론성격이변했다. 내가7살이었던해를시작으로카지노 쿠폰는15년동안우울증을비롯한정신질환을앓았다. 지금이야인식이많이변했지만당시만해도정신과치료를받는걸쉬쉬할때였다. 카지노 쿠폰가어디가어떻게아픈지, 왜아프게된것인지정확히알지도못하면서나는카지노 쿠폰가창피했고, 카지노 쿠폰를늘 그리워했다.


카지노 쿠폰가병원에입원하면집은시들어버린화초처럼변했다. 아무리할머니가쓸고닦아도소용없었다. 할머니와아버지는어린두형제를위해부단히노력했지만카지노 쿠폰의빈자리는채워질수없는것이었다. 3살많은형은어땠는지모르겠지만, 어린나는카지노 쿠폰가보고싶어서울고, 걱정되어서울고, 영영사라질까 봐울었다. 카지노 쿠폰가아픈후로집에서키우던강아지가어느날사라진것처럼죽는게아니라카지노 쿠폰가영영흔적도없이사라질것같았다. 손써볼틈도없이무력하게카지노 쿠폰를빼앗길까봐무서웠다. 까만 밤마다 솜이불을머리끝까지올리고눈물을훔치며나는생각했다. 그러면나도미쳐야지, 나도미쳐서복수해야지.


나는할머니의촌스럽고투박한밥이싫어서안먹는다며숟가락을던졌다. 어린나의복수였다. 나는카지노 쿠폰가해주는콩나물국을특히좋아했다. 쪼끄만게뭔입맛이그랬던지, 맑고시원한국물에고춧가루를팍팍풀어서밥을한공기잔뜩말아후루룩떠먹곤했다. 하지만할머니는국물에고춧가루를미리풀고마지막에참기름이나들기름을넣었다. 나는고춧가루가풀어진국물도, 입술이번지르르해지는것도싫어서서럽게울었다. 울일이아닌데, 할머니에게화를낼게아닌데, 그때의나는그랬다. 카지노 쿠폰를빼앗긴어린시절의내가 할 수있는화풀이와투정은고작그런것이었다.


카지노 쿠폰가병원에서퇴원하는날만기다렸다. 금방이라도부서질것처럼온몸의근육이빠져나가파리해진카지노 쿠폰를부둥켜앉고나는한시도곁에서떨어지지않으려 했다. 매달리는 것도 힘들어 내가 잠이 들면 카지노 쿠폰는 부엌으로 갔다. 충분히회복되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카지노 쿠폰는 두아들이좋아하는음식을만들었다. 애호박과버섯을듬뿍넣은된장찌개, 바락바락 치댄 아욱을 넣은 된장국, 감자와돼지고기를넣고자박하게끓인고추장찌개, 멸치다시마육수에파뿌리를넣고끓여땀이송골송골맺힐정도로시원했던콩나물국이아직도기억난다. 요리는카지노 쿠폰가아들들에게줄수있는최선의변명이자최고의사랑이었다. 맛있게먹는우리를보고카지노 쿠폰는가끔울었다. 그게 싫어 형은화를냈다. 소심한나는카지노 쿠폰의음식을먹고나서야카지노 쿠폰가사라지지않고다시집에돌아왔다는걸 겨우받아들였다.


또하나기억나는건밤마다할머니가부엌에있는칼을숨겼다는것이다. 뉴스에서안좋은기사를본할머니는모르는일이라며식칼을신문지에말아서할머니방옷장에숨겨두었다. 카지노 쿠폰가된장찌개를끓이고나물반찬을할때사용하던칼이나도무서워졌다. 낡은스웨터들이켜켜이정돈된옷장에조용히숨죽이고있던 식칼이미지가유년시절내내머리에서떠나지않았다. 그럴리없다고생각했지만, 그럴수도있을것같은일들이십년넘게반복되니, 그공포속에서살아온나는일상이늘불안했다. 약을먹고잘견디던카지노 쿠폰가다시증상이발병하여병원에입원할때면, 내가발딛고있는땅이유리처럼산산이깨지는듯했다. 갈곳이없었다. 카지노 쿠폰는내게디뎌야할땅이고, 돌아가야할고향인데, 내발밑엔산산조각난유리들뿐이었다.


카지노 쿠폰가 왜 아프게 됐는지 카지노 쿠폰도 아버지도 알려주지 않아 나로선 알 길이 만무했다. 내가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은 구조적인 접근밖에 없었다. 큰 집의 며느리로 시집와 일 년 내내 명절과 제사를 치르고, 시골에서 서울로 막 올라와 꼬장꼬장했던 할머니를 모시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바쁜 아버지를 챙기고, 어린 두 아들을 키우느라, 카지노 쿠폰는 본인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몰랐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카지노 쿠폰를 아프게 한 건 가부장적인 우리 가족이었던 게 아닐까. 가부장제는 며느리에게 다른 사람들을 챙기라고만 할 뿐, 결코 본인을 챙기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아버지는아픈카지노 쿠폰를돌보고가장으로서역할을다하기위해노력했다. 그노력을어린나라고모르는게아니지만, 그것과별개로나는한동안아버지를미워했다. 아버지는‘가장’ 역할은잘했지만‘아버지’나‘남편’ 역할은서툴렀다. 카지노 쿠폰가아픈동안아버지는나와형을할머니에게만맡기고회사일을하느라밤늦게돌아왔다. 카지노 쿠폰에게무슨일이일어난건지, 우리는앞으로어떻게되는건지, 불안에떠는아이들에게아버지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 아버지는이난감한상황을어떻게설명해야할지모르는사람이었다.


아버지는포기하지않고십년이넘도록아픈엄마를보살폈지만 안타깝게도‘남편’으로서아내의 편을들어주진않았다. 같이집안일을하거나, 두아들의육아에참여하거나, 본인의엄마인할머니봉양을직접하지않았다. 하물며제사를없애지도않았다. 그때의아버지들이대부분그랬다고는하지만, 그것이면죄부로작용할순없다. 엄마는아픈가운데서도계속제사를지냈고여전히가족들뒷바라지를혼자해야했다.


카지노 쿠폰가병에서벗어났던건오로지카지노 쿠폰스스로의노력때문이었다. 카지노 쿠폰는십년이넘는세월동안벼랑끝에서있는사람처럼매일명상하고기도하고절하며자신을수련했다. 목숨걸고단련하는수행자의절박함이어린내눈에도선명히보였다. 그고통에서카지노 쿠폰를구원한건카지노 쿠폰자신이었다. 카지노 쿠폰가더이상병이재발하지않은지이제15년이지났다.


아마도내가여자였다면결혼을하지않았을것이다. 하지만결혼을하면혜택이많은남자인나는엄마에게일어났던그모든일이 마치없었던것처럼결혼했고, 아내에게행복하게해주겠노라고약속까지 했다. 아마도아내가페미니스트가아니었다면그약속은지켜지지않았을것이다. 신혼초, 나는보고배웠던대로무심코아내에게성역할을부여하려고했다. 제사를지내러가기싫다는아내를설득하여본가에데려가기도했다. 결혼했으니막연히아이를낳자고도했다. 다행히아내는어린애의잠투정같은나의치기와몰상식을가볍게무시할줄아는사람이었다. 아내는자신이작업한페미니즘관련일러스트를내게자주보여줬다. 아내가동료들과함께준비한전시회에다니고, 페미니즘강연을함께듣고, 책을읽으며, 결혼후우리에게일어난일들에대해 자주이야기했다.


카지노 쿠폰의 병과 가족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해석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앤써니 브라운의 동화책 <돼지책처럼 우리 가족은 모두 돼지였다. 나라고 예외이지 않다. 나 역시 카지노 쿠폰에게 돼지였다. 그런 나를 구원한 건 전적으로 아내 덕택이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스스로를 구원한 카지노 쿠폰 덕분이다.


하지만 나의 구원은 내가 간절히 염원하여 목숨 바쳐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하고 불투명했다. 아이가 생겼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보인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나 역시 아이에게 결국엔 상처를 주지 않을까. 기뻤지만, 무서웠던 것이다.




영상통화로 보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마꼬는 울음을 터뜨렸다. 온 집안을 소독하고 거실에 두툼한 이불을 깔고 마꼬와 놀아주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던 카지노 쿠폰와 아버지는 기대와 달리 마꼬가 울자 머쓱해했다. 코로나 19 때문에 두 달간 집에서만 아이를 키우던 우리 부부는 마꼬의 사회성이 걱정돼 슬슬 본가와 처가를 방문했다. 아내가 마꼬를 달래서 다시 카지노 쿠폰 품에 안겼다.


"어때요?"

"내 손주지만 너무 예쁘다."


카지노 쿠폰의말과달리마꼬는미간을깊게찌푸렸다. 확실히예쁜표정은아니었다. 평소에도마꼬는배냇웃음외엔별로웃지않았다. 마꼬가너무안웃는다며아내가걱정하자, 카지노 쿠폰는나도어렸을때꼭그랬다며책장에올려둔사진첩을가리켰다. 사진속백일도안된나는마꼬처럼인상을쓰고있었다. 시간이지나고세상에적응하자누구보다잘웃었다면서카지노 쿠폰는걱정하지말라고했다.


"너도 예뻤어. 마꼬처럼 예뻤어."


카지노 쿠폰가 눈을 맞추자 마꼬도 카지노 쿠폰를 바라봤다. 끝까지 웃진 않았지만 마꼬도 카지노 쿠폰 품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서서히 미간이 펴졌다. 그게 우스운지 카지노 쿠폰는 시종일관 웃었다. 곁에서 아버지도 따라 웃으며 조심스레 아이의 발가락을 만져보았다.


"애 키우느라 힘들지?”

“응. 진짜 힘들어.”

“육아가 원래 그래. 엄마도 힘들었어. 그래도 너네 키우는 게 엄마는 제일 재밌었어."


마꼬가 하는 모든 몸짓과 표정에 카지노 쿠폰와 아버지는 의미를 부여하며 즐거워했다. 나는 넋을 놓고 한참 그들을 바라봤다. 어린 나를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던 걸까. 과거의 젊은 부부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들은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리고 여렸다. 나는 그들이 앞으로 겪을 일들이 안쓰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카지노 쿠폰는 부엌에 들어가 다 같이 먹을 음식을 조리했다. 나도 형도 카지노 쿠폰를 도와 식탁을 함께 차렸다. 산후조리에 좋다는 홍어로 만든 새콤달콤한 홍어무침도 식탁에 있었다. 오랜만에 카지노 쿠폰가 해준 밥을 먹으니, 카지노 쿠폰가 그때 사라지지 않고 이 집에 계속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그날 나는 밥을 두 공기 먹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떠날 채비를 했다. 카지노 쿠폰는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우리와 함께 주차장까지 따라 나왔다. 떠나려는 우리에게 카지노 쿠폰는 말했다.


"고맙다."


카지노 쿠폰는 뭐가 고마운지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 것 같았다. 카지노 쿠폰에게 나를 낳고 어땠는지 물어보지 못했지만 이미 들은 것 같았다. 그 말엔 지난 세월이 전부 담겨 있었다. 나보다 어리고 여렸던 여자는 이제 흰머리가 성성했다. 나를 키우고 자신을 다스리며 보낸 세월이 새하얗게 머리에 내려앉았다. 나는 카지노 쿠폰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도 고마워요."




원래 육아는 힘든 거라지만, 지옥이 되어선 안 된다. 어느 한 명의 희생으로 지탱하는 관계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엄마가 병이 난 것처럼 언젠가 탈이 나고 만다. 내가 무서웠던 건 아내의 산후 우울증이었다. 나는 그것만은 피하고자 했다. 마꼬가 태어나기 전, 우리 부부는 오랜 시간 의견을 주고받았다. 나와 아내는 최대한 즐겁게 육아를 시작하고 싶었다. 출산과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고 부부가 공동육아를 한 건 그 때문이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나는 내 감정에 조금씩 솔직해지기로 했다. 드라마의 여느 부부들처럼 환희에 차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런 과거를 겪은 내가 기뻐 날뛰는 게 더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초조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도 나 스스로에겐 괜찮다고 계속 말해주었다.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털을 바짝 세우며 소리 지르는 길거리의 고양이처럼 이 세상으로부터 내 새끼를 지켜낼 수 있을지, 나처럼 상처를 겪진 않을지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것도 어쩌면 부모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지 않을까. 부모도 약하니까. 그럼에도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고 싶으니까.


다행인건마꼬가태어난후, ‘잘키울수있을까.’ ‘나역시아이에게결국엔상처를주지않을까.’ 그런질문따윈다시는하지않게되었다는것이다. 그 '이유'를깨달은게아니라이젠그질문을할‘필요’를못느낀다.어떻게이아이를키울것인지, 어떻게하면더사랑을줄수있을지, 그것만고민한다. 다른생각은잘들지않는다. 이제나는무섭지않다.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생선 중 유일하게 삭혀먹는 홍어는 산후조리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미역처럼 알칼리성 식품이라 산성체질을 알칼리성 체질로 변하게 해서 골다공증 예방과 산후조리, 병후회복에 효과가 좋다고 해요. 또한 관절염 치료제로 쓰이는 황산콘드로이친 성분이 함유돼 있어서 칼슘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예방해준다고 하니, 칼슘이 많이 필요한 산모에게 큰 도움을 주겠어요.


-콩나물국에 파뿌리를 넣으면 국물이 시원해져요. 콩나물국밥이 콩나물 국보다 시원한 이유가 파뿌리 때문이라고 해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으슬으슬할 때, 파뿌리를 넣고 한번 끓여보세요. 고춧가루도 팍팍 넣고 드셔 보세요. 환절기 감기 모두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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