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난
과거 모든 걸 잃었을 때 나는 매우 젊었다.
그때까지 뭘 하고 싶으면 어딘가에서 돈이 솟아나는 행운을 누렸기에 쓸 돈이 없어지고 갚아야 할 돈까지 생긴 건 너무 당혹스럽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멋 부리는 걸 좋아하는 내가 그 젊은 날 옷장을 열었을 때 영감을 받지 못한다는 건 짜증이 나다 못해 슬프기까지 했다. 그래서 돈이 좀 생기고부터 한동안 쇼핑중독에 빠졌었나 보다.
그런데 신기한 게 그때 배운 돈기술이 평생 나를 지켜 줄 가장 강한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거다. 기초체력 같은 거다.
카지노 게임 없어지면 내게 주어진 만큼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뭘 먼저 해야 하나를 고민하며 줄을 세운다. 희한하게 이 성가신 일을 진지하게 몇 년을 했더니 이젠 딱 액수만 입력하면 어떤 걸 선택하고 무엇을 먼저해야 할지가 툭하고 출력된다.
이 기술은 투자를 할 때도 아주 유용하다.
주어진 투자금 안에서 여러 종목 후보군에서 가장 가성비 카지노 게임 종목을 고를 때 어디에 더 많은 투자금을 넣어야 하는 지을 결정할 때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또한 카지노 게임 종목이 있어 빨리 사고 싶을 때 최대한 쌀 때 사서 한주라도 더 편입하려고 허벅지를 찌르며 참는 것도 잘하게 된 거다.
우리는 가난을 싫고 번거로운 거라 여기지만 가난을 만나 많은 걸 누릴 수 없게 되면 내가 생각 없이 사 들이고 해 왔던 것들이 대부분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내게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돼서 더 귀하게 여길 줄 알게 된다.
나는 가난이 이런 마음을 배우는 일종의 수업이라 생각한다. 그 모든 과정들을 성실히 이행하고 고귀한 마음들을 다 습득하면 어느새 가난대신 부라는 친구가 곁에 와 있을 것이다.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다.
가난은 자랑할 것도 없지만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그러나 가난에도 두 가지가 있다. 맑은 가난과 어두운 가난이 그것이다. 맑은 가난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두운 가난은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갖지 못하는 가난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가난을 택하라.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