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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원에 앉아있을 때면 개나 사람이 지나가도 제자리에서 코만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을 뿐인데 그날따라 지나가는 개를 보고는 갑자기 울타리망 아래로 빠져나간 것이다. 아직도 의문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나갈 만한 구멍이 없는데 어떻게 나간 걸까. 개는 당당히 저지르긴 했지만 스스로도 당황스러운지 그 자리에 굳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그래도 자칫하면 보호자가 놀라서 넘어질 수도 있었다. 우리도 너무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사과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누리를 앉혀서 진정시키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나보다 훈련과 교육에 진심인 제이미는 이번 일로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단단히 화가 나버렸다. 하루종일 제이미가 카지노 게임 추천를 본체만체하자 카지노 게임 추천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 내손에 코를 들이민다. 자기를 좀 위로해 달라는 행동이다. 이럴 땐 해결사가 또 나서야 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목줄을 한 뒤 집게핀으로 사과 편지를 고정시켜서 제이미 방으로 들여보냈다.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해서 편지는 내가 대신 썼다.
다음 날 아침 카지노 게임 추천와 공원에 가기 위해 나왔는데 지나가던 차가 갑자기 우리 앞에 멈추더니 어떤 할아버지가 창문을 내린 후 잔뜩 굳은 표정으로 어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조금 당황했지만 이건 누가 뭐래도 우리의 잘못이 맞고 게다가 어제 충분히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 그렇게 시작된 주절주절 사죄의 시간. 난 정말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며 허공에 정처 없이 맴도는 손을 가슴에 댔다가 양손을 모으기도 했다가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표정이 한결 누그러진 할아버지는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웃으며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든 생각. 엇 그런데 어떻게 우릴 알아봤지 어제 할아버지는 없었는데. 아, 맞다. 우리가 이 동네에서 유일무이한 아시안인 걸 깜빡했네. 사실 한국에서 흔하디 흔한 진도믹스도 여기선 굉장히 유니크한 개일테고.
오늘 내 개는 조금 멀리 돌아 마트를 지나 인적이 드문 주택가를 탐험하고 싶나 보다. 독일의 가로등은 밤인데도 겨우 앞이 보여 넘어지지 않을 정도만큼의 불을 밝힌다. 그래도 곳곳에 작년 연말에 장식한 불빛들이 남아서 나근하게 비춰준다. 바람에 설렁 흔들리는 봉지에도 저 멀리 색색으로 반짝이는 야광등에도 카지노 게임 추천는 움찔하며 털을 잠시 세웠다가 천천히 다가가 여기저기 살펴보며 냄새를 맡는다. 은근 호기심쟁이다. 그러고 보면 카지노 게임 추천도 사람 나이로 얼추 40대인데 뭐 그 정도면 나와 친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난 웬만한 자극에도 무덤덤하고 뭔가 새로운 걸 해보려고 할 때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단어가 있다. “굳이?”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사람은 대부분 과거에 대하여 85% 정도를, 현재 10%, 미래는 5%만 이야기한다고 한다. 반면 개는 현재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물론 내 개도 어떤 과거의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 같은 건 있다. 예를 들어 카지노 게임 추천는 1년 반이 지나 독일에 다시 돌아와서 동물병원 가는 길로 산책을 가는데 개의 꼬리가 애매하게 절반쯤 내려가더니 곧장 가지 않겠다고 줄을 당기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런 것 빼고는 내 개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한다. 독일에 오랜만에 해가 뜬 날은 작게라도 해가 비추는 자리를 찾아다니며 만족스럽게 누워 낮잠을 자고 산책하고 돌아오면 곧장 작은 정원을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알차게 달리며 신난 기분을 표출한다. 식사를 마치고 간식까지 충분히 먹고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편안하다는 표현이다) 침대에 동그랗게 누웠다가 어느새 네발을 쭉 뻗은 채 편하게 잠이 든다. 좋은 꿈을 꾸는지 꼬리도 흔들고 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