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몰래 버리고 싶은 존재다
‘더 카지노 쿠폰’을 보면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뚱뚱하지만 묘하게 잘생긴 얼굴.
누구지… 어디서 봤더라…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미이라’의 주인공. 근육질에 입담도 좋고, 완전 히어로였던 브렌든 프레이저.
이번 영화에선 그런 그가 몸도 마음도 망가진 ‘찰리’라는 인물로 돌아왔다.
카지노 쿠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만이다.
실제 프레이저가 입은 보디슈트는 카지노 쿠폰만 130kg. 피부의 주름, 트러블, 땀, 호흡소리까지 다 아날로그로 표현했다고 한다.
영화 초반에는 불편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했던 그 모습이, 영화가 끝날 즈음엔 이상하리만치 따뜻하게 느껴졌다.
카지노 쿠폰는 동성애자다.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결혼을 했고, 딸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가족을 떠나 사랑을 택했고, 그로 인해 가족은 무너졌다.
그리고 그 사랑마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카지노 쿠폰는 자책과 외로움 속에서 폭식으로 버티며 살아간다. 아니, 무너져간다.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은 리즈라는 간호사.
사실은 카지노 쿠폰의 연인이었던 오빠의 여동생이다.
오빠는 종교적 강요로 죽음을 선택했고, 리즈는 그 이후로 아버지와 종교를 증오하며 살아간다.
그녀에겐 카지노 쿠폰가 가족 같은 존재다.
매일매일 그를 간호하면서도, 동시에 미워하고, 안쓰러워하고, 버리지 못한다.
영화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란… 몰래 버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버리고 싶은 존재지만, 정작 버리고 돌아서는 길엔 두 눈 훔치며 다시 마음속에 데려오는 사람들 아닐까.
카지노 쿠폰는 결국 삶도, 가족도 포기한다.
영화는 그의 마지막을 굳이 극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보여준다.
죽음은 카지노 쿠폰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고, 그 선택만큼은 존중해주고 싶어졌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화면비가 거의 정사각형이다.
답답하게 느껴지다가도, 카지노 쿠폰의 삶을 표현하기엔 이만한 방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예쁘지도,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묵직하게, 꾸밈없이, 사람 한 명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심엔 브렌든 프레이저가 있다.
한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다친 몸과 정신적 상처, 이혼과 슬럼프를 겪으며 바닥까지 떨어졌던 그.
그래서였을까. 그는 카지노 쿠폰를 연기한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했다는 말이 딱 맞는다.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과 상처, 기억과 후회, 정체성과 회복 불가능한 관계들에 대해 조용히 묻는다.
지금 이 시대에, 가족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나는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 꼭 한번 보길 권하고 싶다.
카지노 쿠폰의 마지막 한숨을, 함께 들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