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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r 11. 2025

넌 무료 카지노 게임

이사 간다고 좋아하던 아이(54개월)

동쪽방향에서 1층이라고 들어간 곳이 이층이었고 입주민들의 출입구는 어딘지 돌고 돌아도 빈 상가들 뿐이다. 다른 방향으로 가볼까. 어딘가는 출입구가 있겠지. 일층 같은 이층, 지하 같은 일층, 앞마당에서 들어가는 곳이 삼층이라니 지형도 참 묘하다.


바람술술 잘 통하는 판상형 아파트는 익숙하지만 타워형 신식 아파트와의 첫 만남은 너무 어렵다. 주차장 진입로가 있고 입구가 넓은 서쪽방향 이곳이 정문인 모양이다. 입주 중이라 출입구는 무사통과다. 엘리베이터 한대는 “이사전용” 두 대는 숫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바쁘게 움직인다. 오십 층이면 오십 층이지 왜 사십구 층일까. 아귀가 딱딱 맞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왠지 한층 더 올려야 할걸 미완성한 느낌이랄까. 등산하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멈춰버린 듯한 묘한 느낌이다. 이렇게 끝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처음이라 입구 찾기도 어려웠다니까. 꼬마손녀가 하는 말 “무료 카지노 게임 이제 나만 따라와” 넌 뭐 잘 찼을 수 있니? “난 한번 와봤거든 무료 카지노 게임 길을 못 찾았다며” 어른스럽게 손을 꼭 잡고 나만 따라 오란다. 진작 클로이를 만났어야 했는데 말이야. 누가 누굴 데려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첫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라 정리정돈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아 먼지도 많고 어수선하다. “무료 카지노 게임 손 데지 마 먼지 묻거든” 엘리베이터에 매달리다 “먼지 묻으니 만지지 말고 얌전히 가자.” 엄마에게 들은 말을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그대로 써먹는다.


집에 들어가자 꼬마는 신났다. “할머니 이리 와봐” 손을 끌며 “내방 두 개야” 우와 좋겠다. 아이 손에 잡혀 내방이라는 방을 구경한다. 텅 빈 방에는 먼지 묻은 발자국들만 가득하다. 네가 돈 버는 것도 아닌데 왜 방이 두 개야? 할머니 하나 줄래? “아니” 하나는 침대방이고 하나는 놀이방이라며 단번에 거절한다. 엄마아빠는 방이 하나고 자기는 두 개라고 좋아 좋아!


멀찍이 떨어져 있던 할아버지 “너 방 두 개라며 할아버지 방 하나 줄래?” 두말없이 “예.”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단번에 거절했던 그 용기는 어디 가고 군말 없이 예라니. 서열을 안 다는 건지 강적인 상대를 알아보는 건지 마지못해 대답한 것이겠지만 순순히 허락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이리가나 저리 가나 네 살짜리 손녀에게도 만만한 짬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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