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엊그제 주일도 불가피하게 새벽미사를 다녀왔다. 일요일이니 느긋하게 아침잠을 즐겨도 좋으련만 아홉시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약속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니는 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웬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난 삼월에 데려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입양 후 관리 시스템에 따라 의례적으로 현장을 방문하여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상태와 생활환경을 둘러보게 된단다. 세상에 별일이야~ 어린애를 입양한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까다로이 사후 점검까지 꼼꼼스레 하는지? 동물 입양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식 시스템에 낯설던 나였다.
전날 해좋은 한낮에 목욕을 시켰고 귀 소제도 말끔히 마쳤다. 미리미리 때맞춰 예방접종도 했고 마이크로칩도 넣었으니 만반의 준비는 다 갖춰졌다. 9시 정각 명패를 단 장년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왔다. 묻고 대답하고... 질문이 이어졌다. 그녀는 들고 온 페이퍼북에 연신 체크를 하면서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정겹게 눈을 맞추거나 잔등을 사랑스레 쓰다듬는다. 이름도 다정히 불러준다. 평상시 집안에 들이지 않던 녀석은 이게 웬 횡재냐 싶은지 제세상 만난 듯 분다이 뛰며 마구 실내를 휘젓고 누비기에 여념이 없다. 모처럼 신바람에 살 판이 났던 한 시간이다.
안에서 30여 분,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 앞뒤뜰 구조를 돌아보는데 또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서 친절하고 자상하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교육이나 훈련상의 정보와 주의점을 알려주고 궁금한 사항은 자세하게 가르쳐준다. 발음도 까다로운 잭 러셀 테리어,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특성과 좋은 점을 설명하며 이집 여건에 적절히 어울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아주 현명한 선택을 했다며 추켜세우기도 한다. 자부심을 갖게 하는 그녀의 한아름 격려에 치기 어린 다짐도 하게 된다.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한 생명을 끝까지 제대로 잘 돌보자!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진정 애완동물을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런 순수한 열정이 나올까 싶었다. 딸 역시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데려오며 누누히,생명에 대한 측은지심과 아울러 책임감을 염두에 두라고 당부하지 않던가.
새로운 동네로 이사 와보니 거의 집집마다 개들을 키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적하니 고즈넉한 시골이라 나도 큰맘 먹고파수꾼을 겸하는개를 키우기로 했다. 전에 두어 차례 개를 길러봤다. 주로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서였다. 그러나 도중에 아파트로 들어간다거나 부득이한 상황이 생기며 녀석들과 헤어져야 하게 되자 아주 곤혹스러웠다. 거두고 보살피던 주인만믿고 따르던 동물이라서로 할 짓이 아니었다. 이후 다신 그런 데정을 들이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사실, 아무리 신경 쓰며 건사해 줘도 여기저기 날리는 털이야말로 영 마뜩잖기도 했다. 게다가 개의 비릿한 냄새나 고양이의 고롱거리는 소리도 솔직히 반갑지 않았다. 내키지 않는 점은 또 있다. 거두기로 한 생명체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오롯이 한사람 몫이나 마찬가지인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등등. 땅을 마구 파헤짚는 것은 본능이니 그렇다 쳐도 줄창 저랑 놀아달라니 이래저래 나만 바쁘게 되었다. 다행히 배변습관은 잘 교육이 되어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예전엔 먹다 남은 온갖 음식 찌꺼기나 불어 터진 눌은밥을 찌그러진 양은그릇에 받아먹고 살던 개였다. 아기가 응가를 하면 워리~하고 불러 치우게 하던, 대부분이 말 그대로 똥개였다. 걸핏하면 골난 며느리 화풀이 대상이나 되고 복날 재수 없으면 복달임을 당하는 게 보편적 우리네 '개'였다. 브리짓 바르도가 아니라도 천상 미개인 소리를 듣겠지만 그것이 불과 반세기 전의 우리네 정서였다.
암튼 첨 들어보는 잭 러셀 테리어 종의 털이 짧고 흰 작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입양했다. 다 자라도 별로 덩치가 크지 않은 종으로 민첩하고 활동적인 사냥개란다. 애당초 순혈의 고급 견공을 뫼실 의사가 없었으니 브리더나 팻샵을 찾는 대신 Shelter에서 구하기로 했다.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갈 곳 잃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과 새 인연으로 연결되는 그곳. 새로 맞을 식구 간택을 면밀히 하느라 며칠 타운 내 사이트를 리서치했는데 처음 점찍은 건 크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참한 공주였다. 막상 입양하기로 한 날 직접 만나보니 너무 과체중, 내가 끌려다닐 지경이라 접어두고 대신 눈에 띄게 똘망하고 활달한 이 녀석을 데려왔다. 대체로 관리도 잘되고 중성화 수술까지 마친 수컷이었다. 무조건적으로 낙점을 고집하며 안고 왔던 손주가 지은 이름은미주다.
내심, 충견으로 잘 알려진토종 진돗개를 키우고 싶었다. 이곳에서도 귀가 쫑긋하니 꼬리가 둥글게 말리는 진돗개를 데리고 다니는 교민을 볼 적마다 부산에서 키우던 복실이가 생각났다. 선호하지만 실제 선택하기엔 꺼리는 이유의 첫째가 너무 사납다는 점이다. 한번 물었다 하면 잘 놓지를 않는다는 맹견이 진돗개다. 크든 작든 인명사고라도 겪고 나면 무시라~손들어버리고 키우다 중도에 포기한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실내에서 키우는 조막만해서 귀여운 애완견은 노 댕큐. 귀부인의 노리개감같은 우아한 견공도 물론 사양이다, 매끈하니 날랜 수렵견도 나와는 연대가 안 닿는다. 동무 삼을 반려견도 아직은 원치 않는다.혈통 좋고 잘 생긴 명견을 찾는 것도 아니다. 낯선 것을 보면 잘 짖고 무던하게 집 잘 지켜주는 충직스러운 번견이 필요한 것이다. 해서 4개월짜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150불에 분양받아왔다.
헌데 갈수록 가관이다. 이건 주객전도도 유분수, 내가 녀석을 소일 삼아 돌보는지 녀석이 날 제 신실한 도우미로 안쳤는지 날마다 완전 사서 고생이다. 대형견에 맞먹는 강인한 체력과 다부진 근육, 민첩함, 높은 지능과 호기심, 대담함, 집요함을 두루 갖췄다는 녀석이다. 같이 달려주고 놀아주어야 하는데 나는 비쩍 마른 체질, 철철 넘쳐흐르는 에너지도 불감당이다. 순전히 영리해 보이는 눈빛만 보고 좋아라 반겼으나 녀석의 상세한 이력을 알고 보니 보통내기가 아니라서 은근 골머리 때린다. 졸지에 그만 꼼짝없이 상전 하나 모신 꼴이 되어버렸다. ㅠ
위키백과에 따르면 워낙 영리하고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훈련시킨다면 최고의 가정견이 될 수 있다는 잭 러셀 테리어. (말귀를 알아듣는 정도가 아니라 속내를 꿰뚫는 듯 빤한 눈치꾼) 반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운동을 시키지 않고 방치해 두면 주위의 물건들을 훼손시키는 등 파괴적인 성향을 보이는 말썽꾸러기다.(놀이 기구는 사는 날로 흔적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고 슬리퍼마다물어뜯어 일찌감치 작살을 냈으며 운동화 끈이고 제 목사리 줄이고 어느새 뎅강) 땅을 잘 파며 후각과 청력이 뛰어나서 영국에서는 농장의 쥐를 잡는 데도 많이 쓰였다는데 내 삽질보다 능한 땅파기 기술로 탈출 시도도 여러 번 했다. 사냥꾼의 말을 몇 시간 동안이나 따라갈 수 있는 빠른 발과 지구력을 겸비한 극소수의 소형견 중 하나로 체력, 성격 한번 대단해서 오죽하면 악마견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녀석이다.
햇살이 기승부리기 전, 녀석과 운동 나갈 시간이다. 덕분에 칸트처럼 정확히 시간 맞춰 산책을 다니게 됐다. 숲 오솔길이 아닌 온 동네방네를 골목마다 헤집고 다니다 보니 개를 화제로 인사 나눌 이웃도 생겼다. 땀 흐를 때까지 걸으면서 내 건강도 다지고 또한 가는 봄을 노래하며 오늘 하루를 경쾌하게 열어갈 것이다. 아침녘 바람결은 시원하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기만 하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