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이없거나 같잖은 일을 당할 때 개가 웃을 일이라고 들 한다. 사실 개도 웃을 줄 안다. 아주 기분 좋은 순간, 눈을 지그시 감으며 이를 약간 드러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식구들이 제게 관심을 쏟으며 귀여워해 주면 예의 그 웃음을 보인다. 무생물인 도자기도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낄 적이 있다는 어느 사학자뿐만이 아니라 애정 갖고 대하면 무엇이든 반응을 읽어낼 수 있는 법이다.
애완견이 치매노인 치료에 만족할만한 효과를 준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무표정했던 노인도 개와 함께 살다 보면 말을 건네게 되고 자연스레 웃음을 띠는 등,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개와 더불어 생활하며 산책을 하고 먹이를 챙겨주는 일을 하는 동안, 걷는 시간이 늘어나 신체 기능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무덤덤한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공원 벤치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노인은 개에 대한 책임을 느껴 자기 역할을 의식하게 된다고도 씌어 있었다.
한국에서 아파트에 살 때 중학생이던 딸의 성화에 못 이겨 푸들을 키우게 됐었다. 양처럼 새하얗고 털이 꼬불꼬불한 귀여운 강아지였다. 녀석은 처음부터 천방지축 제멋대로 설쳐댔다. 그렇게 삼 년여를 지내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한가족 같았다. 잠시라도 외출했다 돌아오면 이리저리 나대며 반가워 어쩔 줄 모른 채 엉겨 붙던 녀석. 하도 흔들어 꼬리는 빠질 지경이고 마구 허우적대는 발에 스타킹 줄 나가기 다반사였다. 그러나 반갑다고 좋아라 반기는데 어쩌겠는가. 이 세상 어느 누구와의 만남이 그리 반가울 수 있으랴. 숫제 열렬한 반김이요 막무가내 환대였다. 아마도 그 맛에 애완견을 키우지 싶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지구상의 모든 것을 부릴 수 있는 잘난 사람들은 변덕스럽고 이기적이고 타산적이다. 이에 반해 개는 충직카지노 쿠폰. 의리를 지킬 줄 알고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개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부부 사이는 물론 부모자식 간에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는 더러 화나게는 하나 절대로 섭섭하게 할 줄은 모른다. 저를 거두는 주인에게만은 일편단심 민들레다.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개. 개와 사람 사이에 얽힌 설화는 무수하다. 술 취해 길에서 잠든 주인에게 들불이 다가온다. 아무리 짖어대며 주인을 깨워도 안되자 개는 인근 개울에 가 물에 적신 몸으로 불을 끈다. 그리고 지쳐 죽는다. 해서 개무덤이 만들어졌고 그 충견을 기리는 비까지 서있다고 들었다. 두륜산 등산을 안내하는 똑똑한 개가 있다는 소식에 뒤이어 어느 집에서는 강도와 혈투 끝에 죽어간 강아지도 있었다. 영특한 개로 소문난 진돗개는 팔려간 대전에서 전 주인을 찾아 진도로 돌아왔다는 뉴스도 떴었다. 헌데 오늘은 하다 하다 어떤 개타령까지 하려는지?
봄부터 데리고 있는 울집 강아지는 충견은커녕 낯 모르는 이상한 자가 대문을 밀고 들어와 야단법석을 떨어도 얌전히 지켜만 본다.마약에 취해 몽롱해진 약쟁이가 해롱거려 경찰까지 출동했건만, 파숫꾼으로 세워놓은 녀석은짖는 걸 잊고 그냥 구경꾼 노릇이다. 어이없다. 거기다 아래 보다시피 산지도 얼마 안 되는 간편화를 저 꼴로 만들어 놨다. 질긴 슬리퍼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일만 저지르는 순 철부지에 말썽쟁이다. 오징어를 씹어먹다 죽은 귀신의 환생인지, 뭐든 눈에 띄는 대로 물어뜯어 씹거나 질겅거린다. 잠시 방심한 순간 카지노 쿠폰새 일을 저지르곤 하는 녀석. 슬리퍼는 여러 짝 결단을 냈고 구두도 벌써 몇 켤레째다.
야단치고 혼내도 그때뿐이다. 일을 저지르면 잘못한 줄 알고 꼬리를 내리고는 슬금슬금 구석으로 숨는다. 꼼짝 않고 틀어박혀서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걸 보면 혼날 일인 줄 알면서 왜 저지레를 반복하는지. 영리한 듯하면서도 맹꽁이인 모양이다. 개의 천성인가, 무슨 욕구불만인가. 폭신하라고 깔아준 제 담요도 갈가리 찢어 잔디밭을 어지럽히고 새로 사다 입힌 코트도 어느새 넝마를 만들었다. 카지노 쿠폰못해 제 개줄도 틈만 나면 씹어놔 못쓰게 만들기 일쑤다. 안에 들여놓으면 닥치는 대로 책을 찢어발기고 지우개를 씹는다. 쿠션을 엉망으로 만들고 봉제완구의 속통 솜을 다 까발려놓는다.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이나 그나마 다행히 전선줄은 건드리지 않아 가끔 실내를 개방해주기도 한다.
주말에 딸내미와 손주가 오면 녀석은 완전 살판난 제 세상을 맞는다. 빨간 차 머리가 보이면서부터 녀석은 낑낑대며 곧 담장을 뛰어넘을 기세로 난리도 아니다. 차문이 열리자마자 냉큼 차 안으로 돌진해 들어가 비벼대며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방방 날뛰기도 하고 번갈아 안겨 마구 뒹굴면서 설쳐댄다. 견우직녀 오작교 만남이나 춘향이 이몽룡 옥중상봉은 쨉도 아니다. 누나 왔어~ 형아 왔어~갑자기 촌수가 헝클어지며 오락가락해진다. 그럼 난 강가지 엄마야? 할매야? 난 싫다 싫어~ 녀석은 청지기 돌쇠고 난 녀석의 마님이당.
행복한 하루가 지나 차 뒤꽁무니가 LA 쪽으로 사라지고 나면 시무룩~기가 죽는 녀석. 이젠 하는 수 없이 쥔마님 눈치나 보며 마님만 따를 수밖에. 핵교로 어디로 외출이 잦다 보니 그저 집에 있어주는 것만도 감지덕지, 잠시라도 놀아주면 황공무지로소이다. 그러다 내 목청이 좀 커졌다 싶으면 꼬리부터 쳐진다. 슬금슬금 곁눈질을 하면서 기색을 살핀다. 혼나도 금세 잊고 그래도 나만 좋다고 쫄랑거리며 따라다니는 녀석. 간식 봉지 부스럭대는 소리만 들리면 카지노 쿠폰새 쪼르르 달려와 내 앞에 오도마니 앉아 기다린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가만 지켜보는 까만 눈. 순간 '너는 누구였니? 무슨 인연으로 나와 만났니?' 저절로 묻게 된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