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쪽에서 앵앵거리는 앰뷸런스 소리가 요란하다. 속력을 내어 달리던 양쪽 차도의 차량들이 일제히 속력을 줄이며 일단 멈춤을 한다. 초를 다투는 응급환지를 후송하는 앰뷸런스 진로에 방해를 주지 않게 위한 배려다. 앰뷸런스나 소방차 등 비상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차가 지날 적에는 이렇듯양측모든 차가 멈춰준다. 위급상황을 알리며 달리는 차량이 지체 없이 시간 맞춰 목적지에 다다르도록 모두가 협조해 주는 무료 카지노 게임다. 이 바람직스러운 제도가 진작부터 이곳엔 정착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시행한다 해도 워낙 교통량이 많다 보니 효과를 제대로 거둘지는 의문이다.
너싱홈이 여기저기 흔하고 가까이에 쿠퍼 하스피탈이며 케네디병원이 있어서 사이렌 소리를 자주 듣곤 하는데 그때마다 절로 화살기도가 나온다. 분명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한 생명이 그 불안스런 소리 뒤에 있을 것이므로. 어디서 교통사고라도 났나, 하고 두리번거렸더니 인근에 있는 너싱홈으로 두 대의 앰뷸런스가 쏜살같이 진입을 한다. 간단한 응급 처지라면 자체적으로 양로병원 내에서 해결할 테지만 대개는 큰 병원으로 후송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자주 앰뷸런스가 오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레지오 활동의 일환으로 너싱홈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양로병원에는 대부분 거동을 못하는 노환자들이 꺼져가는 촛불 같은 생명의 심지를 현대의료시설에 의탁한 채 겨우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정도가 심한 중증의 노환자들이 많다 보니 하루걸이로 응급상황이 돌발하는 모양이다. 늙어 기력이 쇠함도 서럽거늘 나이 들수록 왜 그리도 탈 나는 곳은 많은지. 뇌일혈에 따른 식물인간이며 치매에다 심장병에 당뇨합병증 등등.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십 년 침대생활에 찾아오는 가족마저 없는 사람도 거기엔 흔하다고 한다. 심지어 어느 경우는 가족친지 등 참석자가 전혀 없는 장례식을 치를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후 복지정책이 잘 되어있는 덕에 명은 연장이 되나 이처럼 세상관심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채 외롭다 못해 한 서린 채로 죽어가는 사람들. 생로병사를 벗어나지 못무료 카지노 게임 범부중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한 채로 고통 없이 늙고 병들어 죽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꽃피던 봄날은 가고 무성한 여름도 지나 가을에 들어선 지금. 젊어 청춘에는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며 웰빙을 찾아대다가 이제는 점점 웰다잉에 관심이 기울어진다. 속절없이 자꾸만 나이 들어가면 갈수록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한 죽음을 맞이할 수 무료 카지노 게임 죽음의 복에 모아지게 마련이다. 오복의 하나라는 고종명을 누군들 소망하지 않을까마는 그 또한 내 마음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절대자의 소관사.
너싱홈 로비 쪽에서 들것이 나오더니 열린 앰뷸런스 뒷문으로 급히 빨려 들어간다. 어느 노인네가 좀 더 이승 인연을 이어가려는 걸까 아니면 생과 작별하려는 것인가. 숨 가쁘게 조여 오는 사이렌소리는 멎었지만 빨강 경보등은 여전히 불안스레 돌아간다. 죽음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건너가는 일이라는데, 오래 입은 헌 옷을 벗어놓는 일이라는데, 초탈한 수도승처럼 그렇게 가벼이 맞을 수 있는 죽음이 아님은 확실하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구조를 잘 모를 당시엔 꽤 의아했었다. 산책이나 햇빛바라기하기 좋은 바깥에 어이 그리도 사람 자취가 안 보이나, 궁금했다. 잎잎의 신록이 눈부신 때나 녹음 울창할 때나 불타듯 단풍 아름다이 물드는 계절에도 늘 한적하기만 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철철이 공원같이 꾸며놓은 풍광 멋지건만 언제나 삭막하도록 텅 빈 공간인 채 비어있던 그곳.
그 궁금증은 의외의 일로 풀렸다. 너싱홈을 방문하고 돌아 나오던 중 출구를 잘못 찾아 복도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통로 끝에 유리문 하나가 보이기에 문을 밀어보았다. 문은 쉽게 열렸다. 그러나 동시에 비상벨이 요란스레 울리는 거였다. 이유는 자명했다. 잠시라도 근무자가 방심한 틈에 노인이 혼자 곧장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예측불허의 사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정황임을. 해서 정문 외의 어느 문도 자유자재로 통행할 수 없게 사전조치를 해놓은 것이리라.
귓청이 쨍하도록 이어지는 벨소리에 놀라 혼비백산 질겁을 하고 있는 우리 일행은 직원의 안내로 겨우 현관밖으로 나온 다음 쏘리! 쏘리를 연발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거기 들어온 입소자들은 보호자를 통한 문서상의 사전허락이나 동반자 없이는 바깥외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그 안의 노인들은 외부 세상과 여러 겹으로 차단되고 절연된 채였다.
그 너싱홈 근처엔 벌써 몇 년째 빈 채로 무료 카지노 게임 집이 두 채 있다. 꽤 규모 큰 좋은 집으로 정원도 잘 가꾼 주택인데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버려진 채다. 동네에 이른바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결사반대 데모를 하는 한국처럼 여기서도 너싱홈에 이웃해 살기 저어해서인가. 정확한 사유야 모르지만 딴은 그럴 법도 하다. 한밤이고 새벽이고 처량스레 우는 소리가 들리면 들렸지 밝은 웃음소리가 퍼질 리 없는 곳인 데다 동양의 氣 사상으로 따져도 어두운 陰의 기운이 더 많이 떠돌 테니 맹자 어머니가 아니라도 살림을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만하겠다.
거기다 더 괴이쩍은 일은 빈집의 빠른 삭아짐이다. 사람의 훈기가 있을 당시는 의연하던 뼈대들이 인기척이 끊김과 동시에 돌연 힘을 잃고 무료 카지노 게임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주 맥없이 소멸되어 가는 집을 여기서 더러 보았다.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주로 목재를 건축자재로 쓰다 보니 유리창 외에는 다들 절로 절로 삭아져 천천히 소멸의 과정을 밟아가는 집들. 노란 딱지가 문에 붙은 그 집도 철거를 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저 혼자서 풍우에 시달리며 삭아가는 중이다.
다시 사이렌을 울리며 큰길로 나오는 구급차,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걸 보니 케네디병원으로 가는 모양이다. 다시 한번 화살기도를 바치며 내려다본 발치 길섶에 빛 바래가는 풀잎들. 잡초 새새에 깔린 마른 낙엽들이 수런거리며자연의 섭리를 얘기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듯하다. 삼라만상 모든 생명체마다의 숙명인 태어남과 죽음, 그 시작과 마침에 대하여.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