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마다 지나게 되는 너싱홈이 있다. 언제 봐도 고분군처럼 아득한 적막 속에 가라앉아 있는 그곳. 동터오는 아침의 빛나는 생기와는 무관하게 삭막할 정도로 인적조차 뜸하다. 근무자나 방문자의 차량이라도 드나들련만 주차장의 차들마저 도무지 움직임이 없다. 건물 규모로 보아 그곳에서 생활하는 노인의 숫자가 꽤 됨직한데 어찌 그리 적막강산일까. 산책하기 좋은 플라타너스 고목 늘어선 앞마당은 남향받이 건망 뜰을 거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름길로 맨 먼저 찾아온 아침 햇살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여름에도 갑갑한 실내의 에어컨 냉기보다 훨씬 나을 텐데 건물 앞 나무 그늘 적당히 내린 벤치는 매양 덩그러니 비어 있다.
거기에도 봄이면 신록 푸르르고 가을엔 단풍 곱게 물든다. 철 따라 화단에 피는 수선화 원추리꽃의 한들거림은 마치 저희를 좀 봐달라고 보채는 것도 같다. 가을 녘 국화 또한 한껏 소담해도 싱겁게 저 혼자 피었다 질 따름이다. 그 모두가 무료하면 그저 한번 내다보는 창밖 풍경일 뿐, 어느 누구도 직접 그 풍경 속에 참여카지노 게임 추천를 않는다. 기껏해야 커틴을 흔드는 바람이 다녀갈까, 눈이 짓무르도록 찾아줄 사람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버리는 지겹도록 단조로운 일상이다. 물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은 데다 그렇지 않아도 만사 시들하니 기운도 없고 의기소침해져 있기 때문인가.
한때는 사회를, 가정을 이끄는 주역으로 활기차고도 찬연한 시절이 있었을 분들이다. 하건만 이제는 손 맺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지낸다. 세월 이길 장사 없다고 생활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관심 너머로 멀찍이 떠밀린 소외감이 가져다주는 외로움. 거기에다 구차스러운 짐이 된다는 부담감도 견디기 어려운 것. 삶을 지탱케 하는 힘은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역할을 다하며 살고 있다는 자기 확신에서 나온다. 인간은 사회로부터의 역할상실과 제반 책임에서 놓여나 방심하는 순간부터 급격히 노쇠한다고 한다. 일을 통해 스스로 어떤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 때 삶의 보람을 느끼는 법. 노년을 위해 봉사활동 등 뜻카지노 게임 추천 일정 역할을 담당할 수 카지노 게임 추천 창구를 마련해 둠과 동시에 내적인 힘으로서의 종교적 인생관을 다져놓을 필요가 있겠다.
얼마 전, 대법원장을 지낸 분이 노환을 비관하여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났었다. 우울증이 깊었다 해도 사회적 경륜으로 보나 인격으로 보나 쉬 수긍되지 않는 죽음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분. 미수를 앞둔 고령에다 수시로 갉아대는 노환의 괴로움은 고종명의 복을 누리지 못하게 할 만큼 견디기 버거운 무게였던가 보다. 그분인들 품위 카지노 게임 추천 노년, 자녀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좋은 죽음을 왜 원하지 않았으랴. 겨울을 앞둔 나무는 스스로의 자기 정리 의식으로 단풍을 준비한다. 제 삶의 이유이자 자신의 전부였던 잎새를 단호하게 떨구어 내는 나무처럼 집착 두지 않고 훌훌 벗어 버릴 수 없는 것이 인연으로 직조된 이승의 옷이다. 그럼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가야만 했던 그 길.
훤칠한 두 아들에다 장군 부인으로 평생을 부러운 것 없이 살아온 시이모님이 지난여름 목욕탕에서 미끄러지며 엉치뼈 골절상을 입었다. 석 달여만에 퇴원을 해서도 반년 넘는 여태껏 자리보전, 도우미의 보조 없이는 변소 출입도 어렵다. 함께 살며 수발들 가족이 곁에 없으니 간병인이란 이름의 도우미가 손발 노릇을 대신해 준다. 토인비가 부러워했던 한국의 대가족 제도는 거의 사라져 가고 이처럼 홀로 지내는 노인이 많다. 나이 들어 손주들 거두고 돌보는 낙은 삼대가 모여 살 때나 가능하지 핵가족 시대엔 손주 얼굴 구경도 쉽지가 않은 얄궂은 세월이다. 다행히 이모님은 든든한 재력 덕에 자식 눈치는 안 보고 지내지만 이렇게 답답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한탄하신다. 한 번씩 안부전화를 드리면 국제전화임에도 푸념과 하소연이 길고 길어 번번 반 시간 넘기 예사다.
갈수록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대의 화두는 노후 문제, 특히 건강한 노후는 모두가 바라는 바 소망이 되었다. 야망과 패기로 뜨겁게 달구어진 소싯적, 오직 앞만 보며 질주하던 것과는 달리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앉은자리의 문제부터 살피게 된다. 그 우선순위의 첫째가 공통적으로 오래 사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것. 나 역시 할머니 된 지는 한참 되었고 반갑잖은 친구 노년을 맞으러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모두는 생성이멸의 철칙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삶은 그래서 죽음의 길로 가는 여정이라 파악했다. 불로영생은 어디까카지노 게임 추천 희망사항이며 꿈일 뿐 시작이 있은즉 당연히 끝남도 있게 마련. 왕궁의 싯다르타가 출가를 결심한 것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에 대한 문제를 풀고자 해서였다. 늙음과 죽음은 결국 거부할 수 없는 당연한 삶의 단계로 인정한다면 그때를 위한 준비도 미리미리 해야 할 터이다. 취미와 관심사를 확충시켜 말년의 시간을 가치 있게 지낼 수 있도록 대비를 하되 무엇보다 평소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지 말 일이다. 복지국가에서 누릴 수 있는 안정된 노후도 건강이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프지 않고 살다가 알맞은 때에 갈 수 있는 복, 하지만 그 모든 게 어디 맘과 뜻대로 되던가.
가을날 낙엽 지는 은행나무를 보며 우리도 그와 같이 명쾌하고 아름다운 끝마무리를 꿈꾼다. 등불이듯 밝혔던 샛노란 가을엽서를 우수수 쏟아내는 은행나무처럼 추하지 않게 깔끔스레 소멸되고 싶은 심정은 누구나 한결같다. 마음은 그러하나 생각대로 몸이 꼭 따라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해당되지 않으려니 했던 치매, 중풍, 암 등의 질병이 느닷카지노 게임 추천 들이닥쳐 노후를 더욱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나이 듦을 두렵게 만드는 요인. 단순히 얼굴에 주름이 깊어지고 눈이 침침해지는 등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정도라면 늙는다는 것을 그리 겁낼 리가 없을 것이다. 삭신이 쑤시고 허리가 결릴지라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며 정상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삶이 허락된다면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하련만.
명예와 영화 누리며 잘 사는 것도 복되고 중요한 일이나 이제는 탈 없이 고이 늙어 선종을 맞을 수 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 무엇보다 큰 축복이라 여겨진다. 언젠가 하늘의 부르심을 받아 이승을 떠난 다음, 충실하게 살았다는 평가와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간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랄까 싶다. 어제는 이미 과거 속의 역사로 묻혔고 내일은 미스터리다. 오직 내 뜻에 따라 여하히든 가꿀 수 카지노 게임 추천 오늘, 이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은 그래서 자명하다.
흙에서 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임을 말없이 일깨우는 계절. 저녁 퇴근길의 카지노 게임 추천은 아침보다 더 쓸쓸한 적막에 잠겨있을 것 같다. 2007 미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