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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그린 May 01. 2025

두 번째 카지노 가입 쿠폰

초등학교 첫 소풍 기억



아침 일찍 엄마는 나를 한껏 꾸며주었다. 뽀글뽀글한 단발 파마머리를 싹 끌어올려 정수리에 반머리를 묶고 노란 리본 핀을 달아주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하얀 타이츠, 새빨간 원피스를 입혔다. 벨벳 느낌이 나는 빨간 원피스는 깡총하게 짧아 안 그래도 작은 나는 어린 기분이 들고, 그 기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피스 안에 입은 블라우스 깃에 프릴과 하얀 리본이 튀어나와 목이 답답카지노 가입 쿠폰. 원피스 가슴팍에는 까만색 바탕 사각형에 빨강, 노랑, 하늘색으로 구불구불하고 동글동글한 무늬가 그려진 원단이 덧대어져 있고, 짧은 소맷단과 치맛단에도 같은 무늬의 원단이 띠처럼 둘려 있었다.


“여기에 서 봐! 카지노 가입 쿠폰 봐봐! 사진 한 장 찍자.”

엄마는 밝은 목소리로 나를 이끌지만 사진 찍을 기분이 아니었다. 카메라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아야 할 텐데,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 사진 찍는다!’하는 느낌을 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고, 엄마는 독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다. 특별한 날에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니까. 엄마도 나도 양보하지 않은 결과로 이런 사진이 남았다. 바닥으로 눈을 내리깔고 아랫입술이 삐죽 나온 얼굴로 비스듬히 비껴서 있는 나, 몇 발짝 뒤에 분홍 블라우스와 빨간 치마를 입고 품에는 공책을 안은 친구(얘는 카메라에 눈을 맞추고 있다), 자갈밭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온 동네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한 장에 담겼다. 우중충한 날이지만 명색이 봄 소풍이라 아주머니들의 윗도리는 레몬색과 살구색이다. 배경은 장날 버스를 타고 지나치는 고개 넘어 개울가. 봄 가뭄에 바짝 마른 개울가에 분교 학생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모였다. 여름에 가끔 큰물이 지기도 해서 경사로에 돌을 철망으로 비스듬히 쌓아놓았다. 탁한 하늘 아래 미루나무와 전봇대가 서 있고 멀리 산이 보인다. 소풍이라는 건 처음이지만 장터보다 재미없는 곳에 모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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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담임은 머리가 하얗고 땅딸막한 남자였다. 흰머리 때문에 할아버지처럼 보였지만, 5학년 때 아빠와 그 집 딸 결혼식에 갔으니 어린 눈에 보이는 만큼 노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해 가(假)입학 때 만난 박 카지노 가입 쿠폰님은 말투가 다정했는데 진짜 1학년이 되어 만난 카지노 가입 쿠폰님은 엄하기만 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친구와 나는 자주 지각했다. 시간 개념도 없고 시계도 없었거니와 1.4km의 흙길을 7살과 8살 꼬마 둘이 다니며 과수원집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사나운 개들을 피하다 보면 아무리 집에서 일찍 나와도 늦기 마련이었다. 어느 날은 카지노 가입 쿠폰님이 벌을 세웠다.(하기야 1.7km 떨어진 윗마을 애들은 지각을 안 했으니, 우리만 억울한 일은 아니다) 교실 게시판 아래 바닥에 꿇어앉아 머리 위로 걸상을 들어 올리라는 거였다. 부끄러운 것은 둘째치고 두꺼운 나무 막대로 만든 걸상은 청소 시간에 책상 위에 올리는 일도 쉽지 않을 만큼 무거웠다. 나와 친구가 걸상을 들지 못해 낑낑대자 카지노 가입 쿠폰님은 우리를 꿇어앉히고 의자를 들어 머리 위에 얹어주었다.

“팔을 똑바로 뻗어! 의카지노 가입 쿠폰 들고!”


있는 힘껏 의자를 들어 올렸더니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과 목이 단숨에 뜨거워졌다. 의자를 놓쳐 쾅! 바닥에 떨어뜨리면 그때야말로 정말 혼이 나겠지? 카지노 가입 쿠폰님은 수업을 시작했고 나는 머리에 의자를 걸쳐 얹은 채로 아슬아슬 버텼다. 옆에 있는 친구는 의자를 잘 들어 올렸을까 궁금했지만, 고개를 돌릴 겨를이 없었다. 힘겹게 의자를 들어 올리는 나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씩 웃던 카지노 가입 쿠폰님의 얼굴 때문에라도 독하게 버티고 싶었지만, 나는 허약한 어린이였다. 곧 짧은 연설을 들으며 제자리에 앉아 수업을 받았다. 그날 이후로도 우리는 늘 지각했으니, 벌의 효과는 미미했다. 숙제나 지각으로 혼날 때는 손바닥을 때리고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꼭 하게 시켰는데, 그때마다 나는 말을 하지 못해 오래 혼이 났다.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다는 건지도 이해할 수 없었고, 어떤 이유이든 간에 나를 때린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집에서도 내 몸에 손대는 사람이 없는데(물론 등짝 정도는 맞고 자랐다) 네가 뭔데 나를 때리냐?’하는 생각으로 주먹을 꼭 쥐고 부글부글 화를 삼켰다.


신체검사 날이었다. 바지는 입은 채였지만 윗도리는 러닝셔츠만 입고 키와 몸무게를 쟀다. 마지막 순서로는 한 명씩 카지노 가입 쿠폰님에게 청결 검사를 받아야 했다. 손톱을 깨끗하게 깎지 않은 아이들은 30cm 자로 손등을 맞았다. 러닝셔츠 바람으로 교탁에 다가가 숙제 검사처럼 내 몸을 내밀자, 카지노 가입 쿠폰님은 안경 너머 작은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내 손톱은 깨끗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님은 내 팔을 붙잡고 휘휘 돌리며 팔꿈치까지 살펴보다가 예의 그 30cm 자를 세우더니 아래 팔뚝을 스윽하고 긁었다. 까만 내 피부에 하얀 선이 그어졌다.

“이렇게 하얗게 긁히는 게 전부 때야, 때! 너희들 전부 다 이렇게 때가 있지? 씻을 때 빡빡 때를 밀어라!.”

손톱으로 슬쩍 긁기만 해도 하얗게 일어나는 게 아닌가? 의아했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님이 무서워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안 그래도 유난히 새까만 내 피부를 허옇게 긁어놓은 카지노 가입 쿠폰님이 원망스러웠지만, 팔뚝을 문질러 빨리 자국이 사라지게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혜 엄마는 그 시절 말로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치맛바람이라는 말이 거창할 정도로 전교생(그것도 1, 2학년뿐) 스무 명도 채 되지 않는 분교였지만, 유일하게 학교에 찾아오는 엄마였으니까. 아무튼 카지노 가입 쿠폰님은 부자연스럽게 지혜를 편애하곤 했다. 나무젓가락을 날카롭게 다듬어서 골판지를 뚫어야 하는 만들기 과제가 있었는데, 누가 봐도 제일 잘 만든 규호의 작품을 1등으로 꼽지 않고 지혜만 칭찬한 일이 있었다. 위험한 만들기에서 엄마 도움을 받은 점이 훌륭하다며, 혼자 힘으로 잘 만든 규호는 날카로운 도구를 혼자 썼기 때문에 잘못한 거라는 말까지 했다. 요즘 아이들이야 송곳이나 칼 같은 도구를 어른 지시 아래에서 조심스레 사용하도록 배우지만, 80년대에 시골에서 태어난 우리에게는 우스운 말이었다. 낫이나 도끼는 큰 언니 오빠들이나 만졌지만, 왕사탕이 생기면 마당에서 장도리로 깨 먹는 우리에게 골판지 뚫는 일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규호의 작품은 정교했고 골판지에 그린 그림도 그럴싸하니 멋있었는데, 엄마가 대신 해준 지혜가 혼이 나야 하는 거라고 친구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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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가입 쿠폰님이 무섭고 나쁘기만 한 건 아니어서 좋은 기억도 제법 남아있다. 흔들거리는 평균대에 오르지 못하는 내 손을 꼭 잡고 건너주기도 했고(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고 놀리긴 했지만), 학교에서 제일 작으면서 매사 고집스러운 나를 귀여워해 주기도 했다. 날이 좋을 때면 농로에 길게 줄지어 산책하기도 했고, 사택 앞 고구마밭에서 다 함께 고구마를 캐며 놀기도 했다.(물론, 이건 밭일을 시킨 거지만, 내 집 밭과 친구들과 노는 밭은 달랐다) 학교 문패 뒤에 숨어있던 박쥐를 발견하고 신기해하기도 했고, 더운 여름 개울에서 물놀이도 했다. 즐거운 추억들은 사진으로 남지 못했지만, 여전히 웃음을 짓게 하는 기억들임은 분명하다. 심통이 잔뜩 났던 소풍날 사진은 어린 시절의 나를 대표하는 모습으로 남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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