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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둡 Feb 25. 2025

카지노 게임의 투정

카지노 게임없는 척 하기에 따라오는 것들

카지노 게임을 무료로 송출할 수 있던 곳이 있다. 그곳 기타 카테고리에서 3년 정도 카지노 게임방송을 한 적이 있다. 내 귀에 맘에 드는 것들을 틀고, 혼자 듣고 있자면 누군가 밖에서 한 둘 듣고 있었고, 그런 날들이 지나서 제법 인사도 하게 되는 사람도 생겼었다. 초반에는 영국의 모던 락이라던가, 프로그레시브, 국내 인디부터 제3세계카지노 게임들, 국악에서 파생되어 있는 퓨전들, 장난처럼 느껴질 법한 고전 성인 가요들, 혼술처럼 여겼던 카지노 게임들은 어느덧 누군가의 맞은편 앉아 불 붙인 칵테일 잔위에 담겼다. 그 무엇보다 선곡의 카지노 게임가 가장 컸다. 누군가의 대화에 하이트라이트 된 조명처럼, 카지노 게임을 깔거나. 위트 있게 느껴졌던 곡이 마침 나오기만 하더라도, 대화는 대화대로 재밌거나 깊어졌고, 나는 나대로 심취했다. 난 더 많은 곡들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고, soulseek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구석구석 인터넷의 손이 닿은 아프리카 끝자락의 어느 조그만 마을 청년의 컴퓨터까지 손을 뻗었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카지노 게임을 스킵을 해가면서, 곡은 채 듣지 못하고 분위기만 감지한 후 방송에 써먹었다. 마치 즐겨 듣는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틀었다. 자 느껴보아라. 이 정체 모를 알 수 없는 언어로 뒤섞인, 장르 모호한 카지노 게임들을 말이야. 그런 날들은 다행히도 금세 식는다. 지속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 식의 카지노 게임는 길게 가지 않아야 맞고, 그렇게 올라온 언덕 앞엔 아주아주 미끄러운 짧은 낭떠러지가 있다. 카지노 게임없고 시시한 노래를 타고 엉덩방아를 찧고 나니, 좋아하던 카지노 게임조차 카지노 게임없다. 카지노 게임로 들었던 카지노 게임도 아닌 것이 어느덧 그렇게,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즐거움과, 즐거움의 관계에서 생긴 서글픔과, 서글픔끼리의 관계에서 생긴 희망과, 희망과의 관계에서 생긴 오해, 오해에서 생긴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후의 허무, 그런 뒤죽박죽 후에 흘러나오는 화이트 노이즈. 저마다 지친 하루를 얘기하고, 혹은 미친 실험에 빠진 아마추어 박사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 여자 혹은 남자에 미쳐있는 사람, 술독에 빠져있어 보글보글 거리며 말하는 사람,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는 사람, 외로워서 죽을 것 같은 사람들. 생각 없이 웃기만 하는 사람. 잘난척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잘난척하는 사람. 세상과 등진사람들, 그 어떤 면에서 보아도 완벽히 멋진 사람, 책만 읽는 사람들과 함께 제멋대로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덧 포스트락이나, 앰비언트, 모던 클래식에서 머물러 고여버렸다. 아직 좋다.

글쓰기가 그때랑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일종의 울기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 짧은 경험으로 카지노 게임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처럼 울던, 어른스러워 보이는 고개 숙인 눈물이 되던, 옆에 보이는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울던. 그렇게 우는 과정이 끝나고 나서, 그다음에 고요히 그다음의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올 거라 짐작을 한다. 아마 거기에서 글쓰기 따위 멈춰질 수도 있겠지. 아니면 다시 울어야 할 일들을 만들거나. 억지로 울기는 싫은데.


https://youtu.be/5hT3SDSWuDE?si=Kzrh6jSiUR4p_Yf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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