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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고 Apr 06. 2025

[ch5] 32 이제부터는 카지노 가입 쿠폰 함께 할 수 없어

파멸한 세계에서

눈송이는, 민들레 홀씨 같은 눈송이는, 공중에서 태어나 떨어져 죽을 운명이었다. 잠시간 떠다니는 솜털이라도 생의 고통은 묵직했다. 바람이 휘몰아쳤다. 숨을 틀어막는 바람이었다. 실눈도 감기는 바람이었다. 귀를 먹먹하게 하는 바람이었다. 여린 눈송이들은 그렇게 바람이 보내는 곳으로 떠밀리고 떠밀리다가, 바람이 내려주는 눈밭에 스러졌다. 바람에겐 한없이 가볍고 한없이 손쉬운 눈송이였다. 눈송이일 뿐이었다.

멀리 마을을 둘러싼 휘감은 산과, 지평선까지 벼를 흔들던 땅과, 민가로 들어가는 좁다란 오솔길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런 보잘것없는 눈송이에 뒤덮였다. 눈송이들은 가볍고 손쉬웠지만, 거대한 눈밭이 되고 무거운 얼음꽃이 되어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몸을 한껏 웅크리며 오솔길이었을 곳을 걸었다. 묵직한 눈꽃에 가지를 휘청이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가로수가 아니었다면 논과 길의 경계가 사라진 이곳을 적잖이 헤매고 다녔을 것이었다. 아니다. 두어 발치 앞서 걸어가는 새턴이 없었더라면, 이 광활한 눈밭에서 눈처럼 스러졌을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욕지기가 절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키오에서 파는 외투 중 가장 두꺼운 것을 사 입었지만 바람이 그대로 스며들었다. 추위를 못 느끼는 파키오인들이 보온에 신경 쓸 리가 만무했다. 고급스럽고 우아하다는 외투는 겨울 분위기를 내는 패션에 불과했다. 사실 루다도 겨울이 이리 춥고, 눈이 이리 아린지 전에는 몰랐다. 파트리아에서도 겨울은 찾아왔지만, 대부분의 나날을 집에서 보냈기에, 외출을 한다 해도 금세 셔틀을 탔기에,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연약한 인간. 장갑을 낀 손을 아무리 비벼도 감각을 느낄 수 없는 걸 보니 연약한 인간이 맞았다. 젖은 옷은 이내 얼고, 언 옷으로도 덮을 수 없었던 피부는 이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겨드랑이라고 따뜻하지 않았지만, 팔을 교차해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걷는 게 그나마 나았다. 감각은 둔해지고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시야도 점점 흐릿해졌다. 그러는 사이 새턴과의 거리는 서서히 벌어졌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새턴을 바짝 따라가야 하는데, 멀어지는 그녀를 붙잡아야 하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는 약한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파키오에 온 후부터 루다는 급격히 말라 갔다. 어릴 때부터 먹었던 캡슐을 도무지 넘기지 못했다. 캡슐에서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악취가 진동했다. 단백질 캡슐에서는 가죽이 썩는 냄새가 났다. 식물성 캡슐에서는 곰팡내가 났다. 그나마 마시던 물도 위타를 만난 날에는 넘기지를 못했다. 처음에 새턴은 단식투쟁 정도로 여겼다. 죽을 것 같으면 먹겠지, 하고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루다가 침대에서 아예 일어나지도 못하자 손수 캡슐을 들고 갔다. 가장 비싸고 가장 부드럽고 목 넘김이 일품이라는 캡슐을 장만해 갔다. 새턴은 거뭇거뭇한 겨울 나뭇가지처럼 마른 루다를 보고 짜증이 치밀었다.

“구역질 나요.”

“죽을 셈이야? 미안하지만 넌 죽지 못해. 알고 있잖니?”

“그래, 나는 확실히 오래 살 것 같아요. 늙지도 않고 아주 오래오래. 그런데 반드시는 아닐걸요. 병에 걸리거나 누가 죽여줄 수도 있고, 뭐 어디서 떨어질 수도 있겠죠.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그 아기들에게도 생길 수 있는 그런 일로요.”

“카지노 가입 쿠폰, 그 아기들은 네 혈육이나 다름없단다. 그리고 곧 우리는 아주 큰 가족이 될 거야.”

“글쎄요.”

“결혼식을 올리면 곧 네 자손들도 생길 게다. 넌 파키오의 어미가 될 테니 그만 징징거리고 먹으렴.”

새턴이 웃으며 캡슐을 카지노 가입 쿠폰 손에 억지로 쥐어 주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유독 윤이 나는 캡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뜬금없이, 능청스럽게 물었다.

“엄마가 해 준 요리 기억나요? 김이 모락모락 나고,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수프 같은 거 말예요. 뱃속까지 따뜻해진 수프가 먹고 싶어. 디오가 그러는데 음식은 정성이래요. 옛날 사람들은 재료를 고를 때부터 그 음식을 먹을 사람을 생각했대요. 음식을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마음의 양념이 들어갔다고. 그래서 지치고 괴로운 날에 오로지 내 입에 넣어주려 만든 걸 먹으면, 한없이 포근하고 기운이 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고요. 카지노 가입 쿠폰 그래요?”

아주 찰나였지만 새턴은 어떤 과거를 더듬어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금세 싸늘하게 표정을 고치고는 비꼬듯 대답카지노 가입 쿠폰.

“생각이 날 리가 있겠니?”

“모든 기억이 칩에 있는 것 아니었나요?”

카지노 가입 쿠폰, 도대체 뭘 배운 거니? 기억은 문장이지 감정이 아니란다. 그 감정도 문장으로 보존되는 거야.

새턴은 카지노 가입 쿠폰를 나무라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겉으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는 알 수 있었다. 새턴이 꽤나 동요했다는 것을.


그다음 날부터 카지노 가입 쿠폰는 일주일에 삼사일 정도를 인헤니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인헤니는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만들 줄 알았다. 요리를 할 때마다 그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어느 나라의 음식이었는지, 어떤 시기에 먹었는지, 특별한 음식인지 아니면 가정식으로 종종 먹었는지, 아는 것은 전부 말해 주었다. 간단한 요리는 가르쳐주는 대로 해서 먹어 보기도 했고, 채소를 씻거나 다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동그란 계란을 깨서 달구어진 팬에 올려 익히는 경험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다. 파트리아에서의 배움은 ‘어제’가 보여 주는 영상이거나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배움이 아무리 깊어도 그것은 어느 정도 피상적이었다. 신념이 된 할아버지의 말씀조차 어딘지 막막한 데가 있었다. 하지만 인헤니에게 배우는 요리는 달랐다. 어제가 보여 준 옛사람들의 식사 장면에서도, 할아버지가 알려 준 식사 예법에서도 배우지 못한 깨달음.

인간의 삶을 이어가는 것, 삶의 전수를.

정말 이상한 부부였다. 한 사람은 언젠가 인간이 살았던 방식을 다시 이어갈 수 있도록 무려 삼백 년을 한결같이 농작물을 기르고 연구하고 인간에게 전수할 준비를 했다. 다른 한 사람은 오로지 사는 것에만 몰두했고,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다른 이의 삶을 파괴했다. 그들은 양극단에 서서 함께 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아직 서로를 놓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끝내 캡슐을 거부한 루다를 노여워하면서도, 이게 다 디오에게 음식을 가르쳐 준 인헤니 때문이라면서도, 새턴은 매번 루다를 직접 인헤니에게 데려다줬다. 갈 때마다 모진 소리를 하면서도 준비해 간 옷가지나 물건들을 놓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를 살폈다. 투덜대면서도 인헤니에게 가는 발걸음은 늘 빨랐다. 지금도 이 눈길을 헤치고 저만치 앞서서 신나게, 신나게, 가느라 루다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새턴이 멀어져 간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불러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성대도 얼었는지 소리가 되지 않는다. 눈보라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붉은 머리칼이 작아지더니, 눈 속으로 숨어버린다. 사방이 하얗다. 하늘도 땅도 한통속으로 하얗다. 그러다 일시에 세상이 캄캄해진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모든 게 안락카지노 가입 쿠폰. 포근한 이불속에서 누에고치처럼 웅크려서 익숙한 방 안을 살폈다. 투박한 가구들이 보였다. 올 때마다 인헤니가 손수 만든 가구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가구들은 한결같이 매끈카지노 가입 쿠폰. 나무의 감촉이 손에 닿을 때마다 인헤니가 오랜 시간 공들여 사포질을 하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새턴은 거의 항상 화르르 불탔고, 인헤니는 대체로 조용카지노 가입 쿠폰. 처음 그들이 싸우는 것을 봤을 때는 새턴이 쏟아내는 말폭탄을 묵묵히 받아내는 인헤니가 안되어 보였었다. 그러나 몇 번 겪어 보니 결국 지는 쪽은 새턴이었다.

“그러니까, 진짜로 몰랐다니까? 그렇게 추운지 몰랐지. 알았으면 그렇게 입혔겠어? 그러니까 길이 좀 넓었으면 좋잖아. 일꾼들 시켜서 길을 좀 치우면 조그만 경차라도 가잖아. 뭐 사실 나라고 걸어오고 싶었겠어? 당신이 사시사철 돌보는 그 밭을 마음만 먹는다면야 충분히 밀어버리고 차로 왔어.”

“그래.”

“쟤도 그래, 추우면 춥다 말을 해야지. 거기서 픽 쓰러지면 어쩌자는 건지. 어쨌든 그래도 살려서 데려왔잖아. 내가 쟬 업고 얼마나 뛰었는지 알아?”

“새턴, 그냥 두고 오는 편이 나았어.”

“뭐라고? 그럼 죽을 텐데? 죽게 내버려 두란 소리야? 그렇게 당신이 아끼는 애를?”

“아끼니까. 당신이 왜 기를 쓰고 저 애를 먹이고 살리는지 아니까.”

담담하게 전하는 인헤니의 말에 새턴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

새턴이 돌아갈 채비를 하는 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소란스레 준비하는 새턴 곁에서 인헤니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것이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나를 막지 못해.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말야.”

“새턴, 나는 그만 쉬고 싶어. 지쳤어. 파트리아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잠들고 싶어. 그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그러니까 돌아와. 당신과 편안하게 살 모든 준비가 되었어.”

인헤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정적이 불편해질 때쯤, 인헤니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새턴. 이제부터는 카지노 가입 쿠폰 함께 할 수 없어.”

그것은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이자, 시작할 때를 알리는 선언이었다.

그 선언을 들은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날도 훗날에도

인헤니의 마음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물기 없이 축축한 선언에

그저

축축해질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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