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한 세계에서
그 겨울은 모두 외롭고, 불안했다. 안부를 전할 수도, 소식을 들을 수도 없는 긴 겨울이었다. 언제 다시 만나자고, 어디서 보자고, 그때까지 무엇을 하자고 제대로 된 약속도 없이 뿔뿔이 흩어져, 이렇게 견디는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저 조용히 봄을 준비카지노 쿠폰.
인헤니는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라 했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은 순리지만 자기 전에 다음날을 계획하지 않으면, 겨울에 농기구를 손보지 않으면, 소용없다 했다. 때가 되었을 때 허둥대다 사라지는 봄의 뒤꽁무니만 보게 될 거라 했다.
인헤니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다. 동트기 전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고 하우스 재배 식물을 살폈다. 온습도를 관리하거나 적절한 시기에 물을 뿌려 주는 모든 설비는 자동화되어 있었는데도,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매일 같은 시간에 확인카지노 쿠폰. 농장을 돌며 눈이 얼마나 녹았는지, 배수로는 이상 없는지 일일이 점검하면 오전이 지나갔다. 오후에는 볍씨를 보관한 창고를 돌아보고, 각 구역을 담당한 파키오인들을 만나 봄의 일정을 점검카지노 쿠폰. 저녁에는 전날 닦았던 농기구를 꺼내 손질했고 밤이 되면 그날 한 일을 빠짐없이 기록카지노 쿠폰.
“어제도 하신 거 아니에요?”
“그랬지.”
인헤니는 손잡이 부분의 먼지를 털어내고 수건으로 닦은 다음, 날에 이상이 없는지 세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이상해 보이는 게로구나.”
“아무래도 하루 새에 녹이 슬거나 손잡이 부분이 망가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기계도 많이 쓰신다 들었어요.”
“그렇지. 이 넓은 경작지를 낫이나 괭이 같은 거로만 돌볼 수는 없잖니. 자동화나 인공지능에 맡겨야 할 부분은 그렇게 하고 있단다. 사실 이런 손 기구는 내가 좋아서 쓰는 거야. 효율성은 크게 떨어지지. 그래서 더 애쓰는 건지도 모르겠구나. 요놈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 없으니. 과거의 유물을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옛날에는 이런 전통을 고수하며 전수하는 사람들이 있었단다. 숭고한 분들이 하신 일을 나 같은 이가 감히 잇는다고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누군가가 이을 때까지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카지노 쿠폰, 파트리아에 잘 전해주는 것, 그게 내게 남은 마지막 비루한 양심이다.”
카지노 쿠폰는 가만히 인헤니의 말을 들었다. 그가 그렇게 길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파트리아가 지구였을 때, 나는 곧 죽을 운명이었지. 이곳에 오면 새턴과 함께 새 몸으로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말에, 서슴없이 왔어. 새턴을 못 이겨서 억지로 온 것처럼 굴었지만, 비겁했고 지금도 비겁하단다. 양심 있는 인간이었다면, 파키오의 삶이 파트리아의 희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돌아갔겠지. 나는 결국 그러지 못했단다.”
새턴이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평온한 목소리로 응했던 인헤니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니 이제라도 가야지.”
카지노 쿠폰는 잠시 생각했다. 그가 새턴과 헤어질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정말 괜찮을까.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을 수는 없어. 그럴 수는 없단다, 얘야. 그렇지만, 이때를 위해서 모두가 준비했어. 각자 갈고닦으면서 말이다. 이제 그들에게 전수할 때가 된 것 같구나. 가서 전해야지.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가서 말이야.”
“사장님들도 같이요?”
인헤니는 고개를 가볍게 끄떡였다.
“그러니, 내일 돌아가는 길에 사는 게 마지막이 될 게다. 늘 그렇듯이 물건은 알아서 내어 줄 거니, 도면대로 잘 배치하면 된다.”
“S 작가님도 가시나요?”
“그분은 남을 게다.”
“그건 너무 위험해요. 그러다…….”
“카지노 쿠폰. 그분의 선택이란다. 새턴이 가져온 작품들을 한 점도 빠트리지 않고 귀환시키는 게 꿈인 분이야. 한꺼번에 할 수는 없는 일이지. 대신 네 초상화를 그려준 그분의 제자가 가기로 했단다.”
“그 얼굴 없는 작가요?”
“그래. 그림은 마음에 드니?”
“네. 제 마음이 보일 듯 말 듯 표현한 게 좋았어요. 작업 방식이 독특하긴 했지만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절 그렸는데, 그는 제가 보였을 테지만 저는 그를 볼 수 없었거든요.”
“카지노 쿠폰, 그림의 용도는 알고 있지?”
“걱정 마세요.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래.”
인헤니는 카지노 쿠폰의 어깨를 두드리고 일어나 도구들을 정리했다. 이야기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카지노 쿠폰는 그를 따라 일어나 뒷정리를 도우며 서성였다.
“카지노 쿠폰,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냐.”
“파트리아에 가면, 갈 곳이 있으세요? 제가 살던 구역은 감시가 철저해요.”
“글쎄, 나도 직접 가 본 건 아니라서. 어떤 곳인지 상상이 잘 안 가는구나. 당시에 사람이 살 만한 지역이 극소수였고, 살아남은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구는 굉장히 큰 별이란다. 네가 살았던 구역은 아주 작은 동네지. 파키오가 차지한 그런 동네들이 아주 많긴 하지만 차지하지 못한 곳도 있어. 파키오 구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곳이지. 아주 멀리에 있으니까. 우리는 그곳을 ‘또 다른 파트리아’라 부른단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곳 중 한 곳에 디오가 있다는 것이지.”
“디오요? 정말요? 디오랑 연락이 되어요? 디오가 백구랑 같이 있을까요? 제가 그렇게 와서,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못해서….”
카지노 쿠폰는 자기도 모르게 들떴다.
“카지노 쿠폰, 직접 디오와 연락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디오는 내가 페르에게 선물한 아이지. 페르가 그곳으로 보냈다는 정도만 추측할 뿐이야. 페르는 판단이 빠르고 이성적이지. 굳이 내가 알려 주지 않았어도, 잘 보냈으리라 믿는다. 이런. 어깨가 도로 처졌네.”
“저……. 그래도…누군가와는…연락이 잘 되시는 거 맞죠?”
“걱정되느냐?”
“아니! 여기 이 농장 밖에 나가시지도 않고, 누구랑 통신한 것도 못 봐서요. 그날 순서대로 잘 될지 걱정 안 될 수가 없잖아요.”
“그래,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런 걸.”
“네?”
태연하게 창고문을 잠그고 어느새 컴컴해진 하늘만 쳐다보는 인헤니를 보고 카지노 쿠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지노 쿠폰, 우리 모두는 각자 할 일만 알고 있어. 누가 참여할 건지,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서로 알지 못해. 이 전부를 아는 사람은 딱 둘 뿐이다. 파키오에서는 페르고, 파트리아에서는 너도 만난 적 있는 사람이야. 그가 누군지는 파트리아에 가면 알게 될 거고. 나의 역할은 두 가지란다. 파트리아에 심을 씨앗을 가져가는 것. 그리고 너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는 것. 너의 역할은 뭐지?”
“구입한 물건을 정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 페르가 남긴 지시를 따르는 것요.”
“좋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다.”
카지노 쿠폰는 별보다 총총한 인헤니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살아남을 것. 살아남아서 너의 사명을 찾으렴. 이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이제 그만 자러 가자. 내일 일찍 떠나야 하잖니.”
길을 따라 인헤니가 발걸음을 옮겼다. 카지노 쿠폰는 멀어져 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불현듯 소리쳤다.
“인헤니!”
걸음을 멈춘 그의 등에 대고 물었다.
“인헤니! 살아남으라구요?”
“그래야지!”
“그게 정말 좋은 일일까요?”
“카지노 쿠폰, 아주 천천히 늙는다거나 원래 인간의 수명보다 길게 사는 건 문제가 아니란다. 인간다움을 잃지만 않는다면! 이 일은 꽤 오래 걸릴 것 같구나. 그전에 네가 해답을 찾길 바란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네 곁엔 친구들이 있잖니.”
앞서 걷는 인헤니를 뒤따라가는 카지노 쿠폰가 밤 속으로 사라졌다.
밤이 짙어간다.
적요한 겨울밤,
예고도 없이 후드득
떨어지며 언 땅에 속닥거리는
빗소리가 소란하여
타닥타닥 입맞춤에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카지노 쿠폰 기다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