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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May 04. 2025

나의 카지노 게임 추천 옛집에 머물고,

오월 _ Dunkirk Ave. Coquitlam



아침산책을 하다 올해 첫 라일락을 만났다. 라일락은 수형보다 향기로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다. 그래서 늘 라일락에 대한 글을 쓸 때면 그냥 라일락이라고 쓸지 라일락'꽃'이라고 나를 설레게 하는 향기의 근원을 밝혀야 할지 망설이며 몇 번씩 고쳐 쓰기도 한다. 좋아하는 정원수인데도 내 집 마당 안에서 키워 본 적은 없고 대부분 길을 걷다가 문득, 주변의 공기가 아득해서 걸음을 멈추면 어느 집 담장을 넘는 라일락꽃이 보였다. 그래서 내게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이나 추억이 아니라 내 맘대로 지은 '뜻밖의 위로'다,


라일락꽃은 향기가 좋은 꽃 중에 가장 좋아하는 꽃은 아니다.좋아하기로 치면 아직 겨울인 줄 알았는데 문득 찾아오는 '히아신스', 여름밤 산책길에 만나는 '허니서클', 여고생일 때 자주 사던 '프리지어', 피천득의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 '스윗피'의 향을 더 좋아하지만,다정하게 헤프고, 은은하게 평범한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 후각보다는 감성이 먼저 반응하고 누구에게나 그럴 것 같은 숨겨둔 사연이 떠오른다.


해마다 오월의 라일락을 만나면 바로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고, 또 어김없이 떠오르는 라일락 나무 세 그루도 있다. 집을 사서 이사할 때까지 렌트로 꼬박 10년을 살았던 옛집의 오월은, 라일락 향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 라일락 세 그루는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었다. 내 키보다 조금 높은 나무 담장을 사이에 두고 나눠져 있는 뒷집의 정원에서 자라는 나무였다.


뒷집의 라일락은 넓은 정원 맨 안쪽에 있어서 정작 주인은 가까이 가는 일이 드물고 그저 바람결에 실려오는 향기만으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나무였다. 하지만 우리 집은 담장 아래가 바로 잔디밭이고, 라일락은 가지가 휘도록 만개한 꽃을 보랏빛 등처럼 매달고 담장을 넘어왔다. 라일락 이파리의 맨 얼굴이 꽃만큼 사랑스럽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패밀리 룸에 편하게 앉아서 유리문을 통해 내다보는 라일락 풍경만으로도 호사스러웠지만, 뒷마당으로 나서면 꽃도 잎도 향기도 모두 내 감탄사와 섞여 문장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일터에서 유난히 힘들었던 날에는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 신발을 벗고 싶었다. 마치 흥에 겨워 난입한 관객처럼 맨발로 잔디밭을 돌아다니다 라일락 꽃그늘 아래에 서면 조금쯤 발바닥이 넓어졌다. 라일락을 위해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이토록 충만한 기쁨을 누리는 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 미안함을 내색하고 싶지 않을 만큼 황홀한 오월이었으므로, 나는 고마움만 기억하기로 한다.


라일락 꽃향기로 위로받을 수 있는 하루는 얼마나 멋진가.


어느 해인가, 담장 아래를 낮은 포복으로 통과해 우리 집 쪽으로 줄기 하나가 뻗어 나오더니 다음 해엔 제법 모양새를 갖춘 키 작은 나무로 자라기 시작했다. 한없이 여려 보이고 가늘던 줄기가 어느새 쑤욱 키가 자라더니 제법 실한 꽃송이까지 매달아 나를 우쭐하게 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원래부터 내 땅을 딛고 당당하게 서 있던 나무의 곁가지로 태어나 내내 키가 크는 꿈만 꾸다가, 더 자라지 않는 발돋움에 한 여름쯤 슬퍼하며 오래된 꿈을 땅속에 묻었을 것이다. 하지만 속이 무른 흙들이 그 소망이 측은해서 어느 포근한 봄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 여린 가지를 밀어 올려 한적한 우리 마당 쪽으로 보내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내게 왔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닮은 얼굴이었을 것이다.


나의 라일락은 여전히 옛집에 머물지만, 해마다 오월이면 찾아와 안부를 묻는다. 민망하게도 꽃향기 그윽했던 먼 오월의 어느 저녁이 아직도 유효한 위로가 되면, 나도 잊었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



연둣빛 이파리에 도톰하게 살이 오르더니

계절은 날마다 자라서 카지노 게임 추천 꽃 피는 오월이 되고

아득한 향기에 갇힌 바람은 풀밭에 주저앉는다.

비는 오지 않고 흐리기만 했던 날의

저녁은,

조금 무겁다.

담장을 넘지 못하는 바람처럼 서성대는 꽃향기는

삶의 어디쯤에 두고 온 추억을 닮았다.

잡히지도 않고 가늠할 수도 없는 마음처럼

이토록 아련해서 오히려 찬사를 아낀다.

그저,

그윽한 향기 속에 서서

일부러 무심하게 툭,

한 마디 떨어뜨린다.


참 좋다.


오월의 길어진 해는 흐린 날에도 오래도록 풍경을 빚어내지만 저녁 바람은 아직 차다. 벗었던 카디건을 다시 껴입으며 아직 식지 않은 차를 마신다. 도망치듯 달아나던 하루도 카지노 게임 추천 그늘 아래에 눕는다. 아쉬워 뒤돌아 보면서도 결국은 떠났던 것들이 더는 그리움이 되지 못하는 계절,


올해도 카지노 게임 추천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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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아래에 서면 _ 이문세, 이영훈


라일락에 관한 노래는 아닌데 단 한 번의 언급만으로도 라일락을 만날 때마다 바로 흥얼거리는 노래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보다 만든 사람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그리 흔하진 않은데 이문세의 노래를 들을 때면 늘 이 노래를 만드신 이영훈이 더 진하게 떠오른다. 안타까운 나이에 돌아가시기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알려진 모습이 병과 가난으로 남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마치 봄의 왈츠인 듯, 뭔가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문을 열기 직전인듯한 전주가 잦아들며 불현듯 슬픔의 언저리에 닿을 즈음에 들리는 첫 소절,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마음은 어디론가 떠난다. 그가 만든 노래들은 어쩌면 그리도 한 곡도 빠짐없이 그토록 좋은지, 한때는 이문세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다른 가수가 불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까워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이문세의 담백한 매력이 그의 노래와 잘 어울리는 걸 알겠다. 가사에 실려 아릿하게 전해지는 그의 슬픔이 나를 순하게 만든다. 때로, 슬픔은 아름다움과 동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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