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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분홍 Jan 11. 2025

이렇게 추울 수가-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10도

걸어 다니는 첫겨울

그저께 밤이었다. 차가운 날씨에 보온에 주의하라는 안전 문자가 수시로 울렸지만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한 번도 이만한 추위를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밤 9시 반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15분, 남편이 추우면 픽업하러 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역시 나는 카지노 게임 10도가 얼마만 한 추위인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작년과 재작년 두어해 동안 내복은 말할 것도 없고 롱패딩도 꺼낼 필요가 없었다. 가벼운 경량패딩만 있어도 겨울을 날 수 있는 여기는 카지노 게임.

그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해 겨울에도 잠깐 아주 추운 날이 있긴 했다. 우리는 바람만 안 불면 그다지 춥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쨍하게 차가운 기온은 버틸 만 하긴 했다. (그때도 겪어보지 못한 추위구나 싶긴 했다. 3한 4 온이 아니라 한 일주일정도 내내 추웠다)

사실 십 오 년 넘게 타오던 모닝을 최근에 폐차했다. 출근하는 사무실에는 딱 그 모닝이 들어갈 만한 주차자리가 있는데 모닝보다 큰 차는 댈 수가 없다. 깜빡이가 고장 나더니 비상등도 들어오지 않았다. 일주일 중에 하루 이틀정도 장을 보거나 주말 출근길에 잠깐씩 타는 게 전부였다. 집과 일하는 곳은 걸어서 15분 거리 걸어 다니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1년을 더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날 밤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추위만 아니었다면 모닝 폐차를 아쉬워할 일도 없었다.

걷지 않는 사람은 이 추위를 모를 것이다. 난방이 잘 되어있는 따뜻한 사무실에서 나와 히터가 잘 되는 자동차를 타고 다시 지하주차장에서 내려 집안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여름의 더위와 다르지 않다. 난방이 잘 되어 있는 실내에서 자동차로 다시 실내로 이동하는 이들에게 더위와 추위는 딴 세상의 일이다. 나는 이 엄동설한에 갑작스러운 뚜벅이가 되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지하철 역과 버스정류장을 지나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인적도 드물었다. 나는 마스크도 안 쓰고 그냥 머플러만 목에 두르고 사무실을 나섰는데, 곧 마스크를 안 쓰고 나온 걸 후회하게 되었다. 아, 마스크 쓰고 나올걸. 헉, 머플러 너머 입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는 마치 이곳이 남극이나 북극쯤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따뜻한 동네에서만 살다 보니 고작 카지노 게임 10도에 엄살을 떠는 거라고 할지도 모른다. 맞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추위였다. 다행히 나는 장갑은 끼고 있었고 무거운 짐 은 없었고 부츠는 신지 않았고 아주 얇은 기모가 있는 청바지를 입었고 앗, 그러고 보니 딸아이의 롱패딩을 입고 있긴 했다. 롱패딩만 믿고 그 안에는 얇은 니트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얇은 패딩을 셔츠 위에 입고 있었다.

다행히 나는 집으로 잘 돌아왔고 몸을 데워줄 따뜻한 생강차를 마셨다. 옷장에 있는 따뜻한 옷을 다 꺼냈다. 그날 밤은 추위에 대한 안전 문자가 계속 들어왔다. 군대에 간 아들을 둔 지인이 아들이 있는 전방은 지금 카지노 게임 19도라고 했다. 역시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카지노 게임 10도가 이 정도인데 카지노 게임 19도라면 얼마나 추운 걸까?

가끔 카지노 게임은 눈이 안 내려서 좋겠다, 겨울이 따뜻해서 좋겠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겨울이 추워봐야 얼마나 춥겠어, 따뜻하게 입으면 되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 취소다. 아니 사과한다.

추위를 잘 느끼지 않는 아이와 겨울에 쇼핑을 하러 가면 왜 옷들이 죄다 기모가 든 것 밖에 없냐는 불만을 듣는다. 맞아 맞아 우리같이 따뜻한 동네는 전혀 고려 안 하는가 봐 그랬던 적이 있다. 우리는 겨울에는 기모 없는 티셔츠와 기모 없는 바지를 입고 사는데 말이야... 그랬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참 추웠는데, 얼음도 자주 얼었다. 사무실 상가 건물주는 간밤에 혹시 수도가 얼면 안 되니까 수도꼭지를 꽉 잠그지 말고 퇴근하라고 연락해 왔다. 이틀 동안 계속 물을 틀어놓았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이 추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그날 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찬 기온에 혼자 걸어가던 그 밤의 기억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추위가 오기 전에 피어있던 빨간 동백은 지금 어쩌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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