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세 번째 책으로 골랐다. 지난번 모임에서 카페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급하게 골랐는데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나와 결이 안 맞는 느낌. 항상 책 읽을 때 생각하는 부분인, 이 책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얼까가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세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엮어 내려갔지만 쉽게 엮이진 않았다. 오히려 나는 마지막에 지우가 죽이고자 했던 친아빠가 사실은 채운의 아빠와 동일 인물이고 그래서 지우가 죽이려던 친아빠를 채운이 죽였고, 그렇게 지우와 채운이 엮이는 그런 막장을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조금 실망. 아무래도 요즘 도파민에 너무 절여졌나 보다. 잔잔한 소설을 보면서 파국을 생각하다니.
소리는 지우에게 줄 게 있다고 한다. 무엇을 주려고 했을까. 용식의 죽음을 전달하고 난 후에 남은 것이 있었나. 다시 한번 책을 돌아보지만 찾질 못했다. 채운은 지우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한다. 무엇이 묻고 싶은 걸까. 지우가 그때 자신과 엄마를 봤다는 건 이미 다 알지 않은가. 이렇게 셋이 다시 만나게 되면 무슨 이야기가 시작될까. 지우는 소리에게 무엇을 받고 채운에게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을까.
모임을 하면서 각자가 마음에 드는 책 구절을 찾아 나눠보았다. 똑같은 책을 읽고 있는데도 서로가 제일 인상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각자가 다르다.
182. 채운아. 그게 설사 너와 같은 지옥에 있던 상대라 해도.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돼. 141. 믿을 건 가족뿐이야 215. 다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결국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임을 깨달았다. 85.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141. 피는 한 사람에 대해 혹은 그 가계에 대해 무얼 얼마만큼 말해주나?
독서모임이 좋은 건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이중 하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제목이니까 중요한 의미가 있을 텐데 무엇일까. 모임에서 마지막 지우의 새아빠가 한 이야기가 사실은 거짓이 아니겠냐고 했다. 엄마가 자살한 게 맞지만 선호 아저씨가 지우를 위해 해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러고 보니 그 게임을 시작하면서 선호 아저씨는 5개 모두 진실을 말했다고 한다. 한 가지는 확실히 거짓이었던 것 같은데 그럼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했던 걸까. 우리는 서로에게 거짓을 말하고 살 수밖에 없을까. 남을 위해, 나를 위해. 마지막에 지우 차례에서 지우는 무슨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책을 읽자마자 기록을 남겼어야 하는데 오랜만에 다시 되새김질을 하니 기억이 가물 하지만 반대로 그때 안 보였던 게 보인다. 가족. 서로가 다르게 바라보고 있는 가족의 의미. 피로 연결된 가족만이 진짜 가족일까. 혈연이 주는 의미는 얼마나 큰가. 피가 섞이지 않으면 가족만큼의 애정을 줄 수가 없나. 가족은 항상 사랑하고 믿어야 하는 관계일까. 전혀 거짓이 없을 수 있을까.
항상 진실한 관계가 옳은가. 그중 하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그를 위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섞인 관계도 좋지 않을까. 누군가를 얼마만큼 믿을 것인가. 그 사람은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남들이 모두 맞다고 이야기하는 진리가 나에게도 맞는 걸까. 나에게 진리는 무엇일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아이들은 앞으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연결고리가 사라진 다음에도 계속 연결될 수 있을까.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이 중요한 걸까. 결국 지금 내 곁에 남이 있는 것들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닐까. 과거 속에서 계속 살지, 이제 현실로 나와 현재를 살아가야 할지. 답은 분명하지 않을까.
소리의 아빠는 소리에게 엄마가 사실은 죽기를 바랐다는 이야길 숨겼었다. 채운의 엄마는 채운에게 아빠가 자신에게 갖고 있는 의심이 진실이었다는 걸 숨기고 있었다. 그럼 선호 아저씨는 지우에게 어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했을까. 아마도 선호 아저씨는 지우에게 엄마가 사실은 실족사했노라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한 게 아닐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른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아이들이 모든 진실을 그대로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느 정도 아이가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가다듬고 순화시켜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진실만 이야기해도 괜찮은 거리가 있다. 오히려 거리감 있는 사이일수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할 일이 없을지 모른다. 그냥 말을 안 하면 되잖아. 그때는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되지. 숨기고 싶은 이야기는 그냥 하지 않으면 되지. 하지만 더 가깝고 밀접해질수록, 속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할수록, 안 꺼낼 수 없이 가까워지면, 그때는 어쩌지? 모두 투명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텐데. 나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쉽지가 않다. 일말의 죄책감, 부끄러움, 비밀. 물론 언젠가 진실을 알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책의 뒤표지에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라고 적혀있다. 나는 당연히 책에서 발췌한 부분인 줄 알았는데. 다시 훑어보니 마지막 문장은 p.135에 있는데 앞부분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없다. 셋을 서로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했다고 했다. 아마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했듯이 지켜주고 보호하기 위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지 않았을까. 셋은 소리, 지우, 채운일 테지. 소리와 채운은 서로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한 게 확실한데. 채운은 아버지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소리는 아버지가 죽지 않을 거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해 준다. 지우는 어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한 걸까. 막상 다 읽고 났는데도 개운함이 없다. 지우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꼭꼭 숨겨놓아서 어디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 숨겼는지, 무엇을 숨겼는지도 모른 채 답답함이 남는다. 생각보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좀 더 친절하게 이야기해 줘야 이해할 수가 있는데 조금만 숨겨도 이렇게 찾을 수가 없다니. 아직 독서가 많이 부족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어리둥절했지만 다시 살펴보니 더 궁금한 게 많아지는 이야기. 내가 무얼 놓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