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시대’ 서평
몇 년전 면세점에 쇼핑을 간 적이 있다. 가방을 하나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 한 점원의 적극적인 영업에 넘어가 덥썩 구매를 했다. 고가의 가방이었지만 되게 ‘잘 샀다’라는 마음이 들었고 가방을 보면서 가끔 그 점원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내도 참 장사 잘한다라고 인정할 정도였던 그 사람. 당시 고객(나)의 니즈를 순식간에 잘 파악하고 적당한 제품을 소개했었구나 싶다.
이 책은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사꾼들을 찾아다니며 보고 들은 내용을 통해 ‘세일즈란 무엇인가, 세일즈를 잘 하려면 어떤 미덕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책에서 소개된 사람들은 분명 그 업계에서는 전설적인 경력을 가진 인물이겠지만 사실 아무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어떻게든 남들을 잘 설득하는 본인만의 방법을 터득했고, 그것을 이용해서 큰 성공을 이뤘다는 점 말이다. 사업가로서, 세일즈맨으로서 성공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작가가 찾은 그들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회복탄력성과 낙관주의다. 이 둘은 비슷한 의미가 있다. 세일즈맨에게 있어 거절이란 늘 일어나는 일이다. 성공하는 세일즈맨은 지금의 거절을 미래의 성공을 위한 평범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실패했다고, 거절 당했다고 좌절감에 빠져있지 않는다. 이 책의 한 대목인 ‘장사에서 성공하려면 자아와 떨어질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은 자못 그 의미가 깊다.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사실 다 세일즈라는 점이다. 물론 조직의 구조적인 면과 그 안에서의 역할을 따지면 나는 당연히 연구직이다. 연구자는 연구를, 마케터는 마케팅을, 영업은 세일즈를 잘 하는 것이 조직이 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 단계 들어가보면 사실은 흔히 ‘내부고객’이라고 부르는 다른 조직의 누군가에게 세일즈를 하고 있다. 고객과 커다란 거래를 성사시켜 직접 돈을 벌어들이는 일이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내 기술과 내 의견을 판매(설득)하는 행위다. 연구 결과를 누군가 알아달라고 기다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필요한 일과 기술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책에서 언급되는 “달라이 라마와 넬슨 만델라도 세일즈를 한다”는 내용이 그러하다. 그들이 당면했던 당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에 사실을 알리는 방법이 장소와 청중에 따라 달랐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남들에게 더 잘 알리고 싶다면 꼭 영업직이 아니더라도 볼 만한 책이다. 어쩌면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한 방법을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