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꼴라 부리요.『포스트프로덕션』.
모든 창작에는 계기가 있다. 20세기 이후의 예술 혹은 대중문화에서 가장 강력한 계기는 자신이 창작하는 데 동력을 제공해준 레퍼런스 그러니까 자신이 감상해온 작품이다. 문제는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과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것을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 하는 것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세상에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무용한 일이 된다. 온전히 내가 창작한 것이 아니므로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에 대한 권리는 현대 문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렇다면 레퍼런스에 대한 참조가 창의적인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이 필요할가? 그것은 단순한 참조나 인용이 아닌 창의적 재해석의 절차일 것이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동 원리는 참조(reference)나 인용(citation)이라는 단순한 조작과의 단절인 듯하다(14쪽).” 부리요는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을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현대 예술의 중요한 특성으로 다룬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수많은 예술 작품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예술 작품을 바탕으로 거듭 제작되어 오고 있다(17쪽).”
현대 영상산업에서 중요한 제작과정으로 여겨지는 포스트프로덕션은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리요가 얘기하는 포스트프로덕션은 이미 원재료가 존재하는 것을 창의적으로 재창조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포스트프로덕션은 서비스 산업 및 재활용(recycling)과 연관된 일련의 행위들로서, 원재료들을 생산하는 산업 영역이나 농업 영역과는 대조적인 제3차 산업(tertiary sector)에 속한다(17쪽).”
광의로 넓게 해석하면 지금 이루어지는 모든 창작 활동은 포스트프로덕션에 해당한다.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요소만으로 이루어지는 창작 활동은 없기 때문이다. 점점 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미 수많은 문화적 창작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벤져스처럼 기존에 있던 히어로들을 모아 놓은 서사는 어찌 보면 새로운 창작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의 궁여지책일 수 있다.
결국 모든 창작은 어떤 측면에서 포스트프로덕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포스트프로덕션된 상품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는가? 이용자의 창조적 재해석은 그 자체로 포스트프로덕션 혹은 창작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읽는 동안 쓰고, 관람자로서 예술 작품을 생산하므로, 저자숭배의 약화에 상응해서 수용자가 문화의 중심인물이 된다고 할 수 있다(126쪽).”
포스트프로덕션의 중요한 함의는 완전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자로서의 저자의 위치를 과거와는 다른 곳에 위치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으로 수용자의 위치를 격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포스트프로덕션이 중심이 되는 문화 생태계는 모두가 저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