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카지노 쿠폰
엘비스 프레슬리의 카지노 쿠폰이 경매에 나와 1만 7천 달러에 낙찰됐다는 뉴스를 우연히 클릭해서 보게 되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단골 이발사에게 잘리고 남겨진 카지노 쿠폰을, 누군가가 조용히 모아두었다가 병에 담아 보관해 뒀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병은 경매장에 등장했다. 카지노 쿠폰 한 병. 2천만 원.
“이게 진짜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아이돌 팬덤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1990년대 후반, SM엔터테인먼트는 H.O.T 멤버들의 혈액과 모발 샘플을 채취해서 ‘DNA 목걸이’라는 굿즈를 만들기도 했다. 멤버들의 실제 DNA 정보를 담았다는 콘셉트로, 팬들에게는 성물 같은 느낌이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꽤나 급진적인 시도였다.
2013년에는 U-KISS라는 그룹이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하면서 일정 금액 이상 후원자에게 멤버들의 DNA를 담은 액세서리를 제공하겠다고 홍보한 적도 있었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윤리적인 문제와 불편함이 섞인 반응이 많았고, 결국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2024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IVE 장원영의 머리카락 세 가닥이 약 1,700만 원에 올라온 사건도 있었다. 판매자는 콘서트장에서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진위 여부는 불분명했다. 이제는 스타의 머리카락이 단지 기념품을 넘어, ‘성물’처럼 거래되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나 보다.
콘서트장에서 아이돌이 흘린 물을 병에 담아 가는 팬도 있고, 멤버의 땀이 묻었을 법한 수건이나 티셔츠가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NBA에서도, 농구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고 자신의 땀에 젖은 유니폼, 농구화를 팬들에게 선물하기도 하는데, 그 땀에 절은 물건들을 받은 팬들은 열광한다. 물리적인 무언가를 통해 스타들과 연결되었다는 느낌. 그 감정은 장르를 떠나고 세대를 넘어서 유효한 것 같다. 나만 아는 어떤 세계, 그 안에 잠시 들어가 있는 기분. 그게 어쩌면 팬덤의 가장 순수한 본질일 테니까.
진료 중에 환자의 카지노 쿠폰이 빠져서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한다. 문득 그런 카지노 쿠폰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특히 바닥에 한 가닥 덩그러니 놓인 카지노 쿠폰은 이상하게 그날의 공기를 다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아침 준비, 서둘러 말리다 남긴 잔열, 짜증 섞인 손질의 흔적, 그리고 탈모의 슬픔같은 것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카지노 쿠폰은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떨어져 나가면서도 가장 천천히 잊히는 것 같기도 하다. 책갈피에 끼워 두었던 누군가의 카지노 쿠폰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처럼. 아니면 오래된 수건 끝에 얽혀 있던 누군가의 긴 머리처럼. 그리고 카지노 쿠폰은 죽고 나서도 가장 오래 남아있는 신체 조직 중에 하나다.
사람마다 카지노 쿠폰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누군가는 자르고 나서도 아쉬워서 잘린 카지노 쿠폰을 들여다본다.
엘비스의 카지노 쿠폰이든, H.O.T의 카지노 쿠폰이든, 장원영의 카지노 쿠폰이든, 진료실 바닥에 떨어진 누군가의 카지노 쿠폰이든—결국은 모두 흘러나오고 잘려나가고, 누군가는 그것에 열광하고, 또 누군가는 슬퍼한다. 한쪽에서는 유명인의 카지노 쿠폰을 몇 천만 원을 주고 사고, 그걸 소중하게 진열하며, ‘나의 일부’처럼 여긴다. 반면, 어떤 사람은 자기 카지노 쿠폰이 하루라도 덜 빠지길 바란다. 지키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이 다르고, 간절함의 방향이 다르다.
같은 카지노 쿠폰이라는 건 그렇게, 사람마다 아주 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