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chair traveler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한 주 동안 들은 공연들의 소회.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의 연주를 처음 실황으로 들은 건 22년 겨울, 스트라스부르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이었다. 저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만 알고 2번은 들어보지도 않았던 지금 보다도 더 심각한(?) 클알못일 때였는데, 갑자기 표가 생겨 프로그램이 뭔지도 모르고 우당탕탕 들으러 갔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어? 이런 걸 협주곡이라고 해도 되나? 카지노 게임 추천와 첼로, 바이올린이 트리오처럼 흘러가질 않나, 당시 짧은 메모에 ‘패치워크 같다’는 코멘트를 썼을 정도로 완전히 혼연일체된 블렌드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도 카지노 게임 추천와 오케스트라가 나란히 병치되는 특이한 곡이었다. 1번에 비해 실험적이고도 재밌는데다, 이걸 사람이 치라고 작곡한 건가 싶은 난이도의 곡을 캉토로프가 한마디로 ‘부셔놓은’ 덕에 정말 입을 쩍 벌리고 들었더랬다. 이어서 작년의 리사이틀까지 그렇게 캉토로프는 나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그런 그와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생상스 카지노 게임 추천 협주곡이라니! 완전 프랑스 클래식 한상차림이라며 몇 달을 손꼽아 기다렸다.
베를리오즈는 생상스를 일컬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미숙함이 부족한 사람’이라 했으니, 웅장하되 우아한 ‘신앙에 의한 3개의 교향적 회화’로 당당한 포문을 열었다. 이윽고 고대했던 이집트 협주곡에서 캉토로프는 작년 브람스의 왼손 샤콘느에 이어 또 한 번 나를 매료시켰다. 카지노 게임 추천 한 대로 1악장에서는 하프 소리를 들려주더니, 2악장에서는 가야금도, 차임벨도 되었다가 마지막엔 목에 작은 방울을 단 파랑새가 되어 날아갔다. 부드럽게 시작해 격렬히 타오른 앵콜까지. 생상스의 가장 위대한 작품인 2부의 오르간 교향곡에서는 지휘자의 세밀한 템포 조절과 볼륨 컨트롤 덕에 모든 악군들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오늘의 공연은 레온스카야의 그리그 카지노 게임 추천 협주곡.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인 리히터가 일찍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평생에 걸친 예술적 파트너십을 돈독히 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가 아낀 연주자라니, 친구의 친구는 마치 내 친구인 그런 기분으로 레온스카야의 모든 음반을 찾아 들으며 실황으로 공연을 들을 수 있길 바라는 동시에, 피아니스트의 나이가 80세나 되었으니 사실상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공개된 KBS 프로그램 속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오늘의 공연은 열일 제쳐두고 달려갈 가치가 충분했다.
‘그리그 사인’이란 말이 있다. 손으로 직접 쓴 서명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장 아이코닉한 카지노 게임 추천 협주곡의 도입부에서 나타나는 그리그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그루빗 에브리웨어나 JYP같은 시그니처 사운드랄까! 우르르르 천둥처럼 몰려오는 팀파니 다음으로 오케스트라의 투티와 함께 카지노 게임 추천가 맹렬히 하행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오케스트라와 카지노 게임 추천의 순간적 합치일 것이다. 오늘 레온스카야는 정말 바늘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완벽함으로 오케스트라와 아귀를 맞추어,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곡을 더없이 멋지게 시작해냈다. 눈을 감고 들으면 20대 혈기왕성한 청년의 연주 같은 스테미너가 느껴지는 타건. 그러면서도 동시에 실낱같이 부드러움을 겸비한 여든 살의 러시아 피아니즘의 대가는 이내 1악장의 카덴차의 끝에서 물방울 같은 마지막 음표를 떨구어 오케스트라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젊었던 작곡가의 낭만과 레온스카야의 노련한 시간감각이 맞물려, 어느 찬란한 북구의 산중턱에서 지나간 세기와 마주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단순히 하나의 곡을 넘어 한 피아니스트의 인생을 들었다면 지나친 말일까. 긴 여정 중 이윽고 여기까지 오게 된 레온스카야는 오늘 밤 손끝 하나로 계절을 바꾸었다.
나이 든 연주자의 공연을 듣고 나면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그의 연주를 듣게 되길 소망한다. 마음으로는 이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되는 양 사랑하게 되어버린 쉬프와 비르살라제, 그리고 레온스카야. 부디 모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진짜배기 음악을 더 들려주시길.
이렇게 일주일간 나는 프랑스에서 이집트도 갔다가, 구소련 사람과 함께 북유럽까지 다녀왔다. 이 얼마나 가성비 넘치는세계여행인가! 공연장에만 앉아있었을 뿐인데 마치 이곳 저곳 누비고 온 기분으로 벅찬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선다. 좋은 연주를 듣고 난 후 느끼는 이 고양감 때문에 나는 자꾸만 공연장을 찾는다. 다음 번에는 또 어딜 여행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