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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예반장 Feb 06. 2025

내일보다 오늘


서울엔 볼거리가 많았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전차를 구경하러 미아리 고개 넘어 신설동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타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접었다. 골목길 만화방 텔레비전에서는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불기둥을 내뿜으며 달을 향해 날아갔다. 땅속으로 지하철이라는 이름의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대학 2학년 때 한 친구가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컴퓨터로 리포트를 작성했다. 교수님이 어떻게 인정하겠느냐며 애써 무시했다. 입사 후 첫 월급 받던 날 소니 워크맨을 샀다. 카세트테이프를 집어넣어 음악을 듣는 기기, 지금 보니 조악하기 그지없다. 그보다 수십 배 이상의 기능을 이젠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일상생활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손바닥 안의 괴물!

산업혁명과는 비교 불가능한 혁신적인 기술의 발달로 세상이 달라졌다. 마징가와 아톰까지는 좋았다. 007 본드가 사용하는 기발한 무기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독재자 나폴레옹은 소설 속 가상 인물이고 지금의 CCTV라 할 기기를 설치하여 감시 통제하는 행위는 당시 현실과 괴리가 많아 염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젠 가상세계에서만 가능했던 상황이 상용화되었거나 현실화할 시점이 코앞에 다가왔다.

신상규 교수는 <호모사피엔스의 미래에서 근대 과학의 발전에 따른 인간 이해방식 변화를 시대 분류에 따라 다섯 단계로 요약한다. 철학과 과학이 바탕인 그렇고 그런 얘기는 차치하고, 내 관심사는 현대인의 삶 곳곳에 파고들어 AI라는 용어로 더 친숙한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리고 그 결과물이라 할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 해체’ 영역이다. 인간의 능력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기준을 훌쩍 뛰어넘어 더는 인간적이지 않은 미래형 인간, 즉 포스트휴먼이 그 중심에 있다.

이는, 인공 뇌를 탑재한 로봇이, 의식이나 감각, 합리적 사유 능력 등 인간의 속성을 충분히 갖춰 사람이 느끼는 고통이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현재는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AI도 타인을 향한 감정을 갖춰 상호 반응하는 존재가 될 거라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 해체’는 미래형 인간(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머니즘(초인간주의) 시대를 향해 질주하는 현 인류가 기술적으로 이미 성공했거나 조만간 이뤄낼 거라고 예상하는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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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으로 진화하려는 카지노 쿠폰의 시도는 줄기세포나 카지노 쿠폰복제 등의 유전자 조작을 둘러싼 생명공학이 기반이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맞춤형 아기’를 생산하고 복제 양 돌리처럼 어미와 완전히 똑같은 개체 생산도 가능하다고 한다. 노화 방지 기술의 발전은 노화 저지라는 일차적 단계를 넘어 생리 상태를 젊도록 유지하는, 사실상 영생의 단계를 추진한다. 종교적 관점에서 카지노 쿠폰이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뭘 걱정하고 생각하든 상관없이 과학의 발전 속도는 사뭇 빠르다. 스스로 달려가는 자동차가 나오겠느냐 심드렁할 때, 인류 역사는 무인 우주선과 로봇을 화성까지 보내버렸다. 아버지 없이 태어나는 애 그리고 A의 얼굴, B의 몸매, C 팀장의 성격과 앙드레 지드의 지성을 갖춘 딸애를 주문 제작할 시대도 조만간일 듯하다. 만물의 영장이라 떵떵댄 인간이 기술 문명 앞에서 맥없이 무릎 꿇는 사태가 시작된 셈이다. 기계문명에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나도 모순덩어리 같아 가끔 머쓱하다.

그들은, 개념조차 생소한 유비쿼터스 장치나 웨어러블 컴퓨터에 지능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인간의 뇌에 이식된 실리콘 칩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시대를 꿈꾼다. 인류의 반 기계화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말로야 뭘 못해. 그게 되나, 냉소적이던 나는 2024년 초 연합뉴스 기사 한방에 입을 다물었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머스크가 인간의 뇌에 지능 칩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보도였다.

사실이 뭐든 이러한 변화가 나는 마뜩잖다. 아니, 어쩌면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매트릭스나 인터페이스는 영화 자체로만 좋았다. 그것이 머잖은 날 현실로 다가설 것이라는 확정적 가설이 싫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끝모르게 높아만 간다. 그게 과연 좋아할 일인가.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모두가 슈퍼맨이며 인조카지노 쿠폰에다 컴퓨터에 버금가는 지능을 갖춘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겠냐고! 그런 투덜거림이 얼마나 공허한지 부쩍 알아가는 요즘이다.

고민은 또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면 소수의 몇이 제아무리 걱정하고 속을 끓여봤자 세상 커다란 틀은 내가 염려하는 쪽으로 나쁘게 흘러갈 거라는... 그동안 축적한 과학기술 문명을 인류가 단번에 폐기할 순 없겠지만 옛적 플라톤, 공맹, 칸트와 퇴계 서거정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물질이 아닌 사람 자체에서 인류의 길을 모색하는 인문학적 탐구 정신은 영영 끝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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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다른 생각이 소용돌이친다. 뭔 소리. 인간은, 이겨냈든 받아들였든 수많은 도전과 변화를 용케 극복하며 살아왔어. 미래는 후손들의 몫, 쓰잘머리 없는 고민 따위 이제 그만하고 지금 여기서 그간 해온 대로 열심히 살아! 세상을 세상답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지름길이 특별히 따로 있겠냐고. 온종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창밖을 본다. 원적산 꼭대기 양평 쪽 하늘이 시리게 푸르다. 산 너머 이포보의 햇살 먹은 잔물결이 반짝반짝 빛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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