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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 Mar 08. 2021

카지노 가입 쿠폰 밥상이 나에게 끼친 영향

밥심: 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이자 심(心)

엄마는 알까? 엄마의 밥상이 나에게 약이 되고 또 독이 되었다는 걸. 매일같이 받아먹던 그 고마운 밥상은 나의 위장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어 하나의 진을 이루었다. 그것은 나를 지켜주는 요새요 불필요한 경계를 이루는 담이기도 했다.


엄마는 누가 봐도 아빠를 내조하고 보필하는 최고의 아내이다. 내조라고 해서 비단 집안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엄마는 아빠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나와 언니들까지 우리 세 자매는 아빠를 보필하는 엄마의 마음과 엄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인정한다.


결혼 전까지 나는 우리 아빠와 엄마가 최고의 부부이자 부모라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혹은 더 깊이 그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최고라는 수식어는 이제 의미 없는 말이 되었다. 같은 방식이 우리 부부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부모님에게 그들의 삶의 방식과 사랑의 방식이 존재하듯 우리 부부에게도 우리의 방식이 있을 카지노 가입 쿠폰었다. 다른 부부에게는 또 그들만의 방식이 있을 . 그렇다고 모든 가정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하호호 화목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이기적인 개인의 집단이 되어버린 가정이 있을 것이고 혹 잘못된 형태의 가정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기적인 개역시그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깨닫고 아기 걸음마 같은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언젠가 그 걸음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우리 부부를 보자. 나는 돈에 관심이 없고 요리에도 관심이 없다. 남편은 돈에 관심이 많고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 돈에 관심이 있고 없고는 그 자체로 선악의 문제가 아니고 요리에 관심이 있고 없고도 선악의 문제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선도 악도 아닌 것이 개인의 마음 속에 어떠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의 요소나 싸움의 빌미가 싹틀수 있다.

이런 식이다. 어느 날 남편이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와이프는 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몰라도 너무 몰라요."


사람들은 마치 남편이 내 흉이나 보는 것처럼 반응했다. 아내 옆에서 저런 소리를 하다니 용기있네라는 식이었다. 어느 날은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저희 아내는 요리를 안 해요. 안 해도 너무 안 해요."


역시 사람들은 지난 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남편은 신이 나서 같은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나는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울었다. 남편이 나를 창피주며 그것을 즐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번에 돈에 대해 얘기할 때도 비슷한 말투였고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했는데, 왜 그때는 하나도 속상하지 않았지? 같이 웃고 떠들었는데.지금은 왜 이렇게 속상하고 화가 나지?"


뒤늦게 알았지만, 그것은 자라난 배경 혹은 가정환경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돈에 큰 관심 없으셨고 있을 땐 있는대로 없을 땐 없는대로 감사하며 사셨다. 나는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때문에 나에게 돈이 모자라다는 건 별다른 이슈가 아니었다. 없어도 우리가 배 곯을 정도로 없지 않았고, 또 언젠가 여유로워지는 때가 오겠생각했다. 내가 괜찮으니 남이 뭐라 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요리의 경우는 반대였다. 돈의 문제와는 다르게 그것은 나에게 부담이자 역기능으로 다가왔다. 엄마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고수하는 소위 "여자라면 마땅히"파이다. 여자가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여자라면 마땅히"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공부는 내 맘대로 풀리지 않고 요리에 요자도 모르는 나에게 슬며시 압박이 찾아왔다. 요리는 해도 늘지 않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요리였다. 그렇다고 내가 집안일을 소홀히 한건 아니었다. 나는 습관성 청소를 하는 사람이라 정리정돈에 바닥청소, 설거지, 빨래, 쓰레기 등 모든 것이 나의 업무였다. 강아지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키는 것까지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요리는 얘기가 달랐다. 내가 당연한 마음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늘상 해오던 것도 아니며 내가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시도해도 매번 실패로 끝났다. 그러니 남편이 요리에 대해 눈치 없는 농담을 할 때 나로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마치 내가 되먹지 못한 아내가 된 것같았다.


지금으로서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다행히 남편은 요리에 꽤나 관심이 있다. 주말에는 밖에 나가 사먹기도 하지만 평일 저녁은 남편이 직접 저녁상을 차려준다. 비지찌개, 청국장, 동태찌개 등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걸 보면 그는 나보다 금손임에 틀림없다. 내 역할은 아까 말한 그 외 모든 집안일과 남편이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일 뿐이다.

부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네고의 과정을 거쳐 정착기에 들어섰다. 엄마의 밥상 때문에 불거진 부부싸움과 괜한 마음의 상처에도 불구 여전히 엄마의 밥상은 고맙고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럼에도싱겁다.


카지노 가입 쿠폰엄마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나는 엄마의 밥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랑과 있는 그대로가 아닐 수 있는 지혜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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