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이 오자 오드리는 앞마당에서 가을걷이를 끝낸 비닐하우스로 옮겨갔다.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날엔 하우스에서 지냈다. 요즘, 밤새 영하 10도가 내려가는 홍천의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궁리 끝에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한밤중에는 보일러실로 옮겨 놓고 있다. 해가 뜨고 비닐하우스가 점점 따듯해지면 오드리는 보일러실에서 다시 대저택 비닐하우스로 옮겨간다. 하얀 서리가 뒤 덥힌 그곳은 태양이 솟아 반바퀴를 돌기 시작하면 처마에 물 떨어지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진다. 오드리의 물통도 그제야 서서히 녹는다. 처음 며칠은 뜨듯한 물로 얼음을 녹여주곤 했다. 이것저것 모두 해 주면 자립심이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카지노 게임엔 얼음이 녹아야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냥 두기로... 얼음 물을 마시는 것은 오드리에게 카지노 게임을 기억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카지노 게임은 누구에게나 그렇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하고 목마름을 견뎌야 살아갈 수 있다.
우리 집을 맛집으로 알고 매일 드나드는 고양이들도 한 데서 추위를 피하며 살고 있는데 뭐. 과보호로 점점 잃어버리는 힘에 대해 생각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