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이 오랜만에 시골집으로 모였다. 반려견웰시코기도 함께 데리고 왔다. 보통의 코기들은 노란털에 흰색이 어울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 우리 집코기는 세련된 검은색에 흰 목도리를 두른 희귀한 코기이다. 아파트의 딱딱한 길만 다녔던 녀석은 포근한 시골 마당을 양 몰이 하는 사냥개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마당 구석 한편에 남아 있는 눈에도, 양지의 포슬포슬한 땅에도 발자국을 남긴다. 제 콧김을 따라가며 뛰어다니는 녀석은 물 만난 물고기다. 그저 생물들은 땅의 기운을 받아야 활기가 넘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텅 빈 밭과 마당을 점퍼를 여미고 나도 한 바퀴 돌았다. 갖가지 초록 들은 모두 갈색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그나마 담장에 남아있는 마른 수세미가 쓸쓸함을 달래준다. 지구 온난화로 아무리 겨울이 따듯해졌어도 강원도 겨울 맛은 여전하다. 특히 겨울바람은 여느 동네 바람보다 매섭다.
마을도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듯 고요하지만 간간이 동네 고양이들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밥은 언제 줄 거냐는 소리 없는 외침이 느껴진다. 하릴없는 노인처럼 고양이 밥을 그릇에 담고서 어느 구석에서 고양이가 나올까 목을 길게 뺀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모두들 이 겨울을 잘 견디며 살아낸다. 우리 모두처럼.
늘 내 곁에 계실 줄만 알았던 부모님은 세월이 데려갔다. 맏이인 나는 남은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어머니를 대신해야 직성이 풀렸다. 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며 씩씩한 엄마를 대신했다. 명절은 더 할 나위가 없었다. 세월에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내게도 그 일이 날이 갈수록 점점 버겁게 느껴졌다. 그것을 알아차린 가족들은 궁여지책으로 어떤 해는 각자의 집에서 새해를 맞기도 하고 또 어떤 해는 서울 근교 나들이로 대신하기도 했다. 변화는 나름 신선했고, 몇 년간을 그렇게 지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지루한 삶은 없다.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또 다른 변화가 필요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시골집으로 모여서 새해를 맞기로 했다. 해야 할 일들을 나혼자 다 끌어 안는 대신 가족들과 나누기로 결정했다.
다 큰 자식들과 가족들이 한 날, 한 시에 모이는 일은 쉽지 않다. 각자는 시간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고, 개성은 조금씩 넣어 두어야 한다. 사회생활과는 다른 핏줄들만이 느끼는 연대감은 그런 배려에서 생겨난다.
제사를 지낸다거나 신년 가족모임에서 꼭 해야 할 규칙이나 전통은 없기에 거리낌 없이 자유분방하게 지내기로 했다. 통상 새해 첫날엔 예쁜 계란 지단과 홍두께살로 고명을 올린 떡국을 먹었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내려놓기로 했다. 각자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나 놀이들을 말하고 우선할 수 있을 것들을 추리기로 했다.
육십 나이를 사는 동안 요리사 흉내를 낼 정도의 경험을 발휘하기로 하고 가족들에게 뭘 먹고 싶은지 한 가지씩 주문을 받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동태전, 떡만둣국,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카레라이스, 잡채, 닭갈비 등의 메인 요리 주문이 들어왔다. 더하여 소소한 샐러드나 밑반찬도 만들기로 했다.
다 큰 성인이 된 아이들이 제일 먼저 카지노 가입 쿠폰을 먹고 싶다고 난리를 피웠다. 새해 첫날 먹는 음식으로는 이상했지만 말한 대로 자유롭게 살자고 했으니 원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만들어 먹기로 한다. 오랫동안 푹 과야 하는 탕 요리는 다섯 시간 이상 소요되는 요리이다. 만들어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별수 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 오래 걸리는 음식을 만들 생각을 하니 문득 동화책 속 도깨비방망이를 가진 누군가가 내게 카지노 가입 쿠폰 한솥을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섣달그믐, 사람들은 한 해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한다. 내게 올 섣달그믐의 의미는 가족들이 신청한 메뉴를 만들어 먹이는 것이다. 기쁜 맘으로 한 보따리 장을 보니 차 트렁크가 넘쳐났다.
집으로 돌아와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살코기가 듬뿍 붙어있는 돼지등뼈 5킬로를 두 시간 동안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일이다. 그런 뒤에는 소독을 하는 의미로 끓는 물에 한번 데쳐내야 한다. 된장과 고춧가루, 고추장, 액젓을 넣고, 고기 잡내를 잡아줄 청주와 후춧가루도 넉넉히 뿌린 뒤, 마늘을 다른 어느 요리보다 많이 투하한다. 더하여 카지노 가입 쿠폰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시래기도 듬쁙 넣어야 한다.
지난 6월에 밭에서 거둔 수미카지노 가입 쿠폰 일곱개를 창고에서 꺼냈다. 나는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7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음식을 할 때 늘 일곱을 기억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도 행운이 나누어지길 바라는 마음과 나 자신에게도 행운이 올꺼라는 막연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그런 행운을 바라며 음식을 만든다.
실내에 보관된 카지노 가입 쿠폰에는 벌써 봄을 준비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싹이 나 있었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도 카지노 가입 쿠폰는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생명을 나누고자 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나와 가족이 먹는다. 생명은 순환하며 서로를 돕고 있다는 이치를 딸들이 카지노 가입 쿠폰싹을 떼어내고 카지노 가입 쿠폰 껍질을 깍으며 알아채기를 소망한다. 그나저나 딸들의 카지노 가입 쿠폰 깍는 모습이 참 어설퍼 보였다. 손을 베지나 않을까, 깔끔하게 깍을까. 끝날때까지 아예 처다보지 않는것이 낫겠다 싶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눈을 감기 전까지 자식 걱정을 하는 유전자가 깊은곳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는것이 틀림없다
가을걷이 때 겉 배춧잎과 무청을 데친 후 나란히 포개어 냉동고에 보관중이던 시래기도 냉동고에서 잠을 자다 깨어난다. 해동된 시래기에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간이 배게 한 후 함께 넣었다. 서너 시간을 고면 모든 재료들이 뽀얗게 국물을 내며 흐물흐물해질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감초인 무청 시래기의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절묘한 맛이 있다. 밤 열한시가 돼서야 돼지 등뼈와 어우러진 무청 시래기가 먹기 좋게 물렀다.
아침까지 불을 꺼 놓았다가 먹을 때쯤 한소꿈 더 꿇여주면 제맛이 날것이다. .
새해 아침,
덕담을 주고받는 새해, 첫 식사가 차려진 상 위에는 떡국 대신 푹 고아진 카지노 가입 쿠폰이 차려졌다. 밤새 뜸들이며 식어진 카지노 가입 쿠폰을 다시 한번 끓이니 여느 카지노 가입 쿠폰가게 음식보다 맛있다. 온 식구들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뚝닥 빈그릇을 내어놓았다.
여러 재료가 서로 어우러지며 나오는 맛, 사람이 사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올 한해는 더 많이 어우러지며 살아볼까나.
"자, 우리는 새해 아침으로 간단하게 카지노 가입 쿠폰을 먹습니다." 동생의 우스겟소리로 정초부터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