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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Feb 05. 2025

도와줘요, 무료 카지노 게임 리

<제목 모를 찬송가

교대는졸업 여행을4학년 때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여행이지만,여행 앞에'졸업'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왠지 다신 못 갈 것느낌이 있어서,대부분은 짧게라도 졸업 여행을 다. 드물게는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육지로 여행을 갔다.돈도 빽도 없는 나는 2박 3일 제주도자전거일주를 하기로 했다. 멤버는 이미 정했졌다. K와 L.


잠시 멤버 소개를 하자면, K는 동갑내기 친구로, 교대에 입학할 땐 남자 수석으로 입학했으나, 같은 반에서날 만나는 바람에 성적이 수직 하락, 나갈 때는 세 자릿수 등수를 기록한 비운의 친구다. L은 같은 과 동기이자, 나보다 7살 많은 형으로, 훗날 나에게 '리빙 무료 카지노 게임'라 불리게 될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이 무료 카지노 게임 인물에 대해서는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테니 본격적인 썰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풀기로 하고, 일단 예우를 다하고자 지금부터는 '무료 카지노 게임 리'라 부르겠다. (성이 이씨여서 무료 카지노 게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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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대학에서 스쿠터 삼총사로 통했다. 가장 먼저 스쿠터를 타고 학교에 나타난 건,역시 우리의 무료 카지노 게임 리였다. 그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다스물일곱에 뒤늦게 교대에 입학했는데,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나는 3학년 중간고사 시험 때이미느낀 바 있었다. 교대는 내신 성적도 임용 고시에 반영되기 때문에 중간고사 때다들 목숨 걸고 공부하는데(물론 나는 빼고), 이 형은 시험지를 받자마자 이름만 쓰고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형,시험 봐야지. 어디 가요?"

"나 돈 벌러 가야 해."


한마디 말과 함께 홀연히 강연장을 떠나는쿨함이란. 오, 마이틴,무료 카지노 게임 리.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몇 년간 교수 연구실을 아지트 삼아 끼니를 해결하던 그가 그렇게 번 돈으로 라면 한 그릇 사주지 않을 걸 알았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험을 포기하고 쿨하게 강의실을 떠나는 그를 보며, 나는 눈물 젖은 시험지로시험을 치를 밖에 없었다. (여기서 '교수 연구실을 아지트 삼아 끼니를 해결하던' 여기에 밑줄 쫙! 며칠 후, 졸업 여행 때 이것 때문에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만다.) 물론, 그렇게 눈물 젖은 시험지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건, 무료 카지노 게임 리 때문은 아니었다.도대체눈 씻고 찾아봐도아는 문제가 있어야 말이지. 결과적으로 나도 백지에 가까운 답지를 내고 강의실을 나왔으니, 시간에 차라리 돈이라도 번무료 카지노 게임 리의 선택이 나았다는 뒤늦게정하지 않을없다. 무료 카지노 게임 리, 당신은 계획이 있었군요.


돈 맛을 봐 버린 무료 카지노 게임 리는 문어발처럼 과외를 확장했고, 어느 날 중소기업 사장이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학교에 나타났다. 20만 원짜리 중고 택트를 끌고. (그는 이 택트를 잘 타다가 다음 해 22만 원에 판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당시까지 스쿠터 한 번 타본 적이 없던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리가 L(나보다 아홉 살 많은 같은 과 동기 형. 낚시 매니아. 학교도 안 나오고 낚시만 다녔다.교수가 이번에도 안 나오면 학사 경고라고 말하면그제야 학교에 나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래도 훗날 선생님은 되더라.)과 한치를 낚던 날, 낚시 구경 갔다가 이 신기한 문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형, 이거 한 번 타봐도 돼요? 어떻게 타는 거예요?

"너 자전거 탈 줄 알지? 자전거보다 쉬워. 시동 걸어줄 테니까 타서 오른쪽 스로틀 땡겨봐. 그럼 앞으로 나가."

"세우는 방법은 안 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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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바람을 갈라, 바람을 만드는, 바람의 맛. 비릿한 바닷내음이 폐부를 훑고 지나는 순간, 직감했다. 당분간은 얘한테 푹 빠져 살겠구나.

바로 다음 날,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30만 원짜리 중고 슈퍼캡(당시 택트와 함께 보급형 스쿠터의 양대산맥)을 샀다. 내가 슈퍼캡을 끌고 학교에 온 걸 본 K가 또 어느 날 스쿠터를 끌고 학교에 나타났다. 셋이 함께 스쿠터를 타고 학교에 온 날, 강의가 끝나고 동시에 교문을 지나갈 때 쏟아지던 주위의 환호성을 기억한다.


그렇게 스쿠터 세 대로 졸업여행을 떠났다면 참 좋았을 텐데, 졸업여행 직전에내가 스쿠터를 도난당하는바람에 졸업 여행은 자전거로 떠나게 됐다. 일정은 2박 3일 코스다. 첫째 날, 페달을 밟다 보면점점 가벼워지신기한 자전거(가벼워지는 이유는 부품이 하나둘 떨어져나가기 때문이었다.특징 : 중국산 조립 자전거. 가격이 매우 쌈. 겁나 무거움) 덕분에 첫날 목표였던 서귀포에 도착할 수 있을까 했지만,남자 셋의 자존심 싸움때문에 녹초가 된 채목적지에 도착했다. 찜질방에서 술 한잔 하면서 회를 풀었다.

"와, 아까 중문에서부터 오르막길 계속 이어질 때 안 힘들었어요?"

"당근 힘들었지. 그런데 아무도 쉬자는 말을 안 하니 나도 오기가 생기더라고."

"어? 나도 그랬는데?"

"나도."


아, 미련 곰탱이들. 첫날 체력을 너무 소진해 버렸기 때문에 둘째 날 일정은 여유 있게 잡았다. 낮에 우도들어갔다가마지막 배 타고나와서 성산에서 자는 일정이었다. 문제는 우도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배를 놓치면서부터 시작됐다.

"형, 이를 어쩌죠"

"그러게. 큰 일 났네. 너네 얼마 있냐?"

셋이 돈을 모아봐도 숙박비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일단 마트에 새우깡이랑 맥주 사러 가자."

"? 맥주 사서 어디서 먹어요?"

"일단 따라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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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새우깡과 맥주를 사고 따라간 그곳은 어느 폐교운동장이었다. 이미 사방은 어두워져 밤하늘엔 별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우리는 잡초가 무성한 폐교 한가운데 앉아 대학교양 시간에 스치는 말로 들었던 '카르페디엠'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었다. 뒤에 벌어질 일은 상상하지 못한 채.

"빛아, K야. 우리가 지금은 돈이 없어서 맥주에 새우깡 까고 있지만, 내가 올해 시험 합격하면 월급 차곡차곡 모아서 여름방학 때제주도 내려올게. 그땐 양주 먹자."

뒷일이고 나발이고, 밤하늘 아래 병맥주 나발부는 바이브가 너무 좋았던 나는 한 술 더 떴다.

"형, 당연하죠! 우리가 그 정도 능력은 되잖아요?"

응, 안 돼. 셋 다 임용에 합격하고 선생님이 되어 다시 만난 다음 해에도,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난 양주는 나폴레온(싸구려 가짜 양주. 술꾼도 감당할 수 없는 전설의 숙취로 유명함. 자기도가짜라는 걸알았는지 이름이 '나폴레옹'이 아니라 '나폴레온'이다.)이나 캡틴 큐가 다인 줄 알았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맥주가 다 떨어져갈 때쯤, 현실을 직시했다. 우리에겐 남은 숙제가 있었다.

"형, 우리 오늘 밤 어디서 자요?"

무료 카지노 게임 리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아까 우도 돌면서 보니까 교회가 한 두 개 보이더라고. 보통 시골 교회는 문 안 닫으니까 교회에몰래들어가서 자자."

속으로 대답했다.

'하아... 이럴 줄 알았습니다. 뭐라도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죠. 쩜쩜쩜.'


그렇게 우리는 불 꺼진 어느 교회의 예배실에 잠입(?)하여 나란히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고, 아침이 오기 전에사라지기로 했다.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셋 다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는데, 귓가에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꿈인가? 눈을 떴다. 꿈이라기엔 찬송가가 생생했고,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윽고 교회 전체에 켜지는 불! 맙소사, 다행히 교회의 주인(?) 되시는 분은 우리를 발견 못한 듯했다. 순간,정신이 번쩍 든 나는 일어나면 들킬까 봐 고개만 돌려 옆 벤치에 누워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 리를 호출했다.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형, 어떻게 좀 해봐요."

나의 맞은편이자 맨 끝자리에 있던 K도 무료 카지노 게임 리의 허리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두 명의 스물세 살 대학생이 그나마 사회 경험 많은 서른 살 형님을 샌드위치처럼 에워싸고 당국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상황. 무료 카지노 게임 리는 한숨을 쉬더니 벌떡 일어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 곳도 없고 돈도 없고 해서 아침 일찍 나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교회가 문 여는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바로 나가겠습니다!"

와, 군대 훈련병인 줄. 3년 동안 무료 카지노 게임 리를 보면서 그렇게 기합 든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제야 나와 K도 일어나 죄송한 표정을 한 발 장전하고나라 잃은 표정으로꾸벅 인사했다.


교회 주인 되시는 분은 알고 보니 그 교회의 목사 사모님이셨다. 사모님은 교회에 웬 남자 셋이 자고 있다는 사실보다 무료 카지노 게임 리의 패기에 더 놀라셨는지 당황한표정을 지으시고는 다소곳한 말투로 말씀하셨다.

"잘 거면 마니 말씀을하시지. 바로 옆이 어린이집이에요. 보일러 틀어놓을 테니까 거기 가서 자고자요."

할렐루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땐 몰랐다. 7년 후, 우도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그 여자의 부모님이 교회를 다닌다고 하길래 장인, 장모님께 점수 따려고 따라간 교회가 그 교회일 줄이야. 그제야 그때 우리를 어린이집으로 인도하신 분이 목사 사모님이라는 걸 알게 됐다. 사모님께 7년 전의 일을 이실직고했다.

'7년 전, 이 교회에 몰래 잠입해서 자고 갔던 청년이 바로 저입니다. 그때 재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은 다행히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계셨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봐야 한다.


이렇게 훈훈하게 끝내기엔, 반전이 하나 나올 때가 됐다. 무료 카지노 게임 리에게 반전은 일상이니까. 셋째 날, 교회 사모님께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우도를 빠져나온 우리는 세화에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때, 무료 카지노 게임 리에게걸려온 전화 한 통.

"어디예요? 또무슨 사고 쳤어요?교수님이 지금 당장 집합하래.사회과 전부."

그 즉시 십칠 년산 우유를 원샷한 표정이 되어버린 무료 카지노 게임 리. 그도 그럴 것이, 무료 카지노 게임 리는 교수가 졸업여행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를 집합시킨 원인을고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리가 교수 몰래 사용하고 있던 교수 연구실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308호 강의실과 310호 강의실 사이에 있던, 본래는 교수 연구실이지만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작년 과대표 인계받아 임용고시 독서실용도로 사용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 리가 인계받아 임용고시 공부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지만 실제본인의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던, 나도 들려 무료 카지노 게임 리와 라면을 끓여 먹었던그 연구실.

하필 졸업여행 셋째 날, 교수님께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고 만 것이다. 우리의 졸업여행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 비밀 장소를 열자마자 천장에 대각선으로늘어진 주황색 빨랫줄과 거기 걸려있는 옷, 널브러진 버너와 냄비를 보고 문화 충격을 받으셨을 교수님께, 우리 때문에 교수님의 잔소리를 함께 들어야 했던 과 동기 친구들에게늦게나마 사과를 전한다.


본인의 잘못으로 모든 과 동기가 소환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심란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 리는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전봇대에 자전거를 받아버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리가 무릎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1시간 후닥칠 두려운현실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쳐버린 무료 카지노 게임 리는 병원보지도 못했고, 꾸역꾸역 아픔을 참으며 학교로 갔다. 그렇게 교수님의 설교를 듣고 있을 때, 무료 카지노 게임리의 표정을 봤더니 고개는 푹 숙이고 있었지만, 진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아마도 그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 이제 라면 어디서 끓여먹지?'

그날 이후, 교대에는 무료 카지노 게임 리가 이때 다친 무릎 때문에 아직도 비 올 때마다 무릎이 쑤신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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