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 - 45RPM
어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와의 일화를 글로 옮기며, 입가에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나의 '제1의 전성기'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랑 함께 있으면 늘 즐거웠다.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몰랐지만, 그 사고들이 언제나 나를 웃게 만들었다. 주머니에 돈은 없었지만, 근거 없는 낙관과 근거 있는 낭만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와 있었던 일을 모두옮기려면 책 한 권 분량이 나올 테니,오늘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의 결정적 순간Top 10'만 모아 본다.
1.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를 처음 만난 건,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308호 강의실 앞에서였다.오티에 갔더니 우리 과에 남자는 나뿐이어서 뻘쭘하게 앉아있다나오던 참이었다.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혹시 사회과 01학번 맞으시죠? 저 이번에 사회과에 입학하게 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라고 합니다. 남자 동기는 셋 뿐이니까 우리 4년 동안 잘 지내봐요."
수줍어하는 표정과 예의 바른 말투,한껏 상기된 표정.이마가 훤한 걸 보고 한눈에 봐도 형인 걸 알 수 있었고, 나도 수줍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일주일 동안 그는 말 한마디 없었다. 내성적인 성격이시구나. 첫째 주, 금요일 개강파티가 열렸다. 새내기가 돌아가며 자기 소개할 확률120%. 당시 나는 새내기 재롱 대회(?)에서 전교 1등을 하는 바람에모든 선배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고, 선배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온갖 되도 않는 개인기를 준비했다. 자기소개는 번호순으로 이뤄졌다. 내 바로 앞 번호였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차례가 왔다.
수줍게 일어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그런데 갑자기 막걸리 병을 들고 덩크슛을 하더니,괴랄한 호러 엽기 빤타스틱 슬랩스틱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하며 청중을 휘어잡는 게 아닌가? 술기운이 올라왔는지 덤블링도 하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진심 돌아이인 줄. (무한도전 돌아이 페스티벌이 일찍 나왔다면 참가자로 보내는 건데. 나는 매니저하고. 참 아쉽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이후로 그런 반전은 처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묵언 수행 하는 줄 알았던 사람이갑자기 저렇게 변할 수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람이 술을 먹으면 본성이 나온다던데, 그렇다면 저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의 본성? 앞으로대학 생활이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겠군.나는다음 순서가 나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흐뭇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를 바라봤다.그리고 생각했다. 이럴 거면 처음에 수줍은 척은 왜 한 거?(이건 아직도 미스터리)
2.
교대에는 락 밴드가 있었고, 매년 3월에 새내기 환영 공연을 했다. 그때 이미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와 친해져 매일을 붙어 다녔고, 어딜 가나 선배들의 주목을 받았다. 교내 유일의 락 밴드가 새내기 환영 공연을 연다는데우리가안 가면 누가 가나.
우리는 맨 뒷자리에 앉았다. 그땐 나도 Enfp(극E)로 살 때였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 무대 위로 난입하여 분위기를 띄울지만 골몰했다. 이때다 싶은 타이밍이 왔을 때무대에 난입하여 막춤을 췄고,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에 복귀했다. 분위기가절정에 이를 때쯤, 남자 보컬 선배가 분위기 잡는 락 발라드를 불러제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방금 전 퍼포먼스에 아쉬움이 남았는지 나에게 말했다.
"빛, 한 번 더 무대로?"
"형, 그런데 지금은 무대에 올라갈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이건 나이트클럽으로 따지면 블루스 타임 같은..."
대답도 듣기 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무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아, 씨.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니깐. 나도 뒤따라가긴 했지만, 걸어가는 도중에 아무리생각해 봐도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서 바로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교대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지며, 공연장은 폭소의 도가니 탕이 되었다. 남자 보컬이 중간 반주 부분에서 뒤로 돌아선 가운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그 보컬에게 X침하는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닌가!!! 물론 실제로 X침을 하진 않았겠지만, 락 발라드를 부르다 폼 좀 잡으려고 뒤돌아있는 보컬과 무대에 난입하여 그에게 X침을 날리는 취객 한 명이라니. 이 아방가르드하고 그로테스크하며 포스트모더닉한 장면을 해석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얼굴은 사색이 되었지만, 솔직히 졸라 웃겼다. 푸하하.
아니, 어디서 이보다 괴랄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도 나는 킥킥대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즉시 보컬에게 사과했다. 보컬은 쿨하게 웃으며 사과를 받아줬지만 표정은 '와, 살다 살다 이런...'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3.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후배 몇 명과 함께 술집에 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쏘기로 해서 모인 자리였다. 그렇게 돈 아끼는 사람이 갑자기 술을 산다고? 참,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의심스러웠지만 쏜다는데굳이 마다할 이유가, 하며 술집으로입장했다. 물을 한잔 마시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메뉴판을 펼쳤다.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에 잠시 들렸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담배도 안 피우는 사람들이 어디 갔대?기다렸다. 왜 이렇게 안 오지? 5분이 지났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은 안 오고, 웨이터가 왔다. 뭐지?
"아까 그분들 기다리시는거예요? 그분들 아까 메뉴판 보고 자기들끼리 킥킥대더니 자리 뜨던데요?"
하아... 시바(견). 또 낚였다. 밖에 나갔더니 다들 나를 배꼽 잡고 웃고 있었다.
"와아, 시발(점). 물까지 마셨는데 그냥 나오면 어떡해요? 아니, 여기가 옹달샘이야, 뭐야? '깊은 산속 옹달샘, 물만 먹고 가지요-' 뭐, 이런 거야? 아, 진짜생각만 해도 열받네. 물이라도 먹지 말던가.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나오는데 뻘쭘해 죽는 줄."
"푸하하. 아니, 내가 사려고 했는데, 물가가 이렇게 오른 줄 몰랐다야, 크크크. 내가 메뉴판 가격 보고 메뉴판 접고 나가니까 얘들도 눈치채고 하나둘 따라 나오더라고. 크크크"
"어쩐지 웬일로 술집에서 쏘나 했다. 그냥 평소대로 마트에서 술 사다 집에서먹어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복수한다.
4.
그날이 왔다. 그동안 '톰과 제리'의 제리처럼 얼마나 많이 당해왔던가. 술집에서 '옹달샘 찾은사슴' 취급을 당하질 않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다짜고짜 '도에 대해 생각해 보셨죠?' 하질 않나.(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 하는 분을 만나자,관심은 있는데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전화하라며 내 번호를 알려줌. 아오, 진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보다 철저하게, 그러나 처절한 복수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물 비린내 나는 결행 당일. 나는 도서관 2층에서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도서관 1층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가 나타나면 2층에서 양동이 물20리터를 퍼부을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만 되면 역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이 탄생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그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별 수 없이 그를 도서관 2층으로 유인했다. 4학년이었기에 임용고시공부핑계로 도서관에 부르는 건 쉬웠다. 내 옆자리에서 공부를 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잠시 어디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나는 그를 따라갔다. 인사하는 척하며 4년간 준비한 차가운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형, 잘 갔다 와요."
그가 2층 복도 계단 코너를 돌자마자 준비한 양동이를 들어 올렸다. 2층에서 인사하고 1층 입구를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 초. 2층에서 낙하한 물이 1층에 떨어지는 시간 0.8초. 타이밍이 생명이다! 물을 정확한 타이밍에 부어야 했다. 그가 1층 입구를 통과하기 0.8초 전,양동이 한 바가지의 물이 투하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의 머리 위로 물이 쏟아졌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세월이 흘렀다. 무한도전 200회 특집에서 멤버들이 박명수 특집 공연을 빙자해 박명수를 무대 중앙으로 유인한 후, 천장에서 물 폭탄을 쏟는 퍼포먼스를 했다. 보면서 이때 생각이 많이 났다.
물 폭탄을 맞자마자 본능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본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찡긋. 방긋. 성공적.
5.
졸업사진을 찍으러 갔다. 365일 추리닝만 입고 다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그날은 웬일로 넥타이를 하고 왔다. 문제는 넥타이 위에 위에 주황색 추리닝을 입고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따봉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기사는 이건 졸업 사진이고 앨범으로 나가는 거라서 장난스럽게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속으로 생각했다.
'사진 기사님, 상대를 잘못 고르셨어요.저 형은 그런 논리로는 상대 안돼요.'
곧바로 둘의 토론 배틀이 붙었다.청코너, 사진기사 경력 20년의 사진기사 k모씨.
"학생! (이 형,얼굴은 학생이 아닌데. 이미 머리가 반이 벗겨졌는데.) 내가 졸업앨범만 20년 넘게 찍는데 이렇게 입고 온 학생도 처음이지만, 따봉 포즈로 사진 찍는 것도 처음이야.(이 형은 그게 생활인데. 절대 설득이 안될 텐데.) 지금이라도 주황색 추리닝 벗어요 (이 형한테 추리닝은 그냥 피부인데. 365일 추리닝만 입는 사람인데.)"
청코너,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등판.
"사장님, 고등학교 졸업사진이 아니잖아요. 모두가 다 똑같은 옷,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인생이 재미없겠습니까. 그 뭐냐, 포스트, 아, 맞아 포스트모더니즘! 요즘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라고요!"
와, 수업 시간에 주워들은 걸 여기서 이렇게 써먹다니. 이게 바로 배워서 남주는 배움의 현장?나는 감탄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둘의논리 튀기는 싸움을 구경했다. (진짜 둘 다 논리를 튀겨버림.)
예상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그대로 사진을 찍었고, 졸업 앨범에도 그렇게 실렸다. 최종 승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였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놓고 본인은 앨범을 안 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다 된 앨범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뿌리기'였다.
오, 마이 캡틴. 오, 마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6.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의 집에 놀러 갔다. 1년 집세가 100만 원이었나. 와, 한 달에 10만 원도 안 하는 집이 있다고?사라봉 근처에 있던 그의 집문을 열자마자 생각했다. 와, 100만 원이면 비싸다. 그 집을 좋아할 사람은 살아생전의 파브르 밖에 없을 것이다. <파브르 곤충기를 쓴 파브르. 볕이 안 들어오는 좁아터진 방이었는데, 그 방에서 다양한 곤충들과 살고 있었다. 바퀴벌레는 기본이고, 지네는 안 들어오면 다행이고.왠지 벽을 뚫고 악어도 나올 것 같은... 에휴,그만하자. 아무튼 왠지 밤에 전기불 안 켜고 반딧불을 모아 전등으로 삼을 것 같은 그런 가난한 방이었는데, 여기에 도둑이 들어와 빈집털이를 하는, 인류애 소진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와, 진짜 벼룩의 간을 빼먹냐. 그 집에 털 게 어딨다고.
추리닝 4벌을 비롯해 대략 38,000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그는 상심한 얼굴로 학교에 나타났다. 그리고그나'도둑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집 입구에 써 붙였다.
"형, 그런데 도둑이 형 집을 다시 찾을 리는 없잖아요? 그 편지 붙여봐야 의미 없는 거 아니에요?"
"듣고 보니 그렇네"
아, 우리 형 어쩔... 그나저나 그 도둑님,정말 너무했다. 나라면 집 털러 갔다가 그런 집 만나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었네, 하며 눈물 한 바가지 쏟고 내가 입던 옷 내려놓고 오겠다.
7.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와 술 먹고 길을 가다 보면 '너네 먼저 가' 하고 사라질 때가 있었다. 뒤돌아보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 자기도 돈 없으면서.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를 좋아했다.
8.
(너무 따뜻했나. 감동 파괴 들어간다.)
1학년 말, 우리는 대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수업 거부와 함께 지난한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교대협 회장이 수배당하고, 4학년 학생회장 누나가 삭발하는 걸 보고,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3차 상경투쟁에 참여했던 선발대 형 몇 명이 경찰에 끌려가 난지도에 버려졌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학교에서는 4차 상경투쟁에 참가할 학생을 뽑았다.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와 함께 상경 투쟁에 참가했다. 대의는 없었다. 그저 궁금했다. 투쟁이란 게 뭔지.
투쟁의 명분은 보수교육 투쟁이었다. 20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교사가 모자란 곳에 땜빵 식으로 자격 없는 사람들을 채용하겠다는 정책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교육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뭘 모르긴 몰라도진짜너무한다 싶었고, 열렬히 투쟁에 참가했다. 투쟁이 길어지면 분열과 갈등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길어지는 투쟁으로 다들 체력이 떨어져가는상황에서 답은 보이지 않다 보니 시간이 길어질수록서로에 대한 갈등과 반목먀쌓여갔다. 급기야 상경투쟁에서 다른 교대 학생과 토론 배틀이 붙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답답한 현실에 화가 나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쳤다. 다른 대학과 군대를 이미 다녀온 그에게,모범적이고 교과서적인 교대의 투쟁방식은 어린애 소꿉놀이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때 생각했다.
'아, 이 형, 진심이구나.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도와줘야지'
제주로 돌아와 투쟁을 이어갔지만, 희망은보이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당시 정부 편에 서서 투쟁의 정당성을 희미하게 만드는 어이없는 판결을 한 법원에 항의하는 의미로,법원앞1원 시위를 제안했다.반응은 썰렁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나와 K(어제 소개한 스쿠터 삼총사 중 한 명)를 찾아왔다.
"1인 시위는 또 뭐예요?"
"내가 피켓 만들 테니까 그냥 법원 앞에서 피켓 들고 있으면 돼."
정말 정말 하기 싫었지만,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결행 전날, 우리는 대학 동기 Y의 집에서 잤다. 새벽에 너무 추워서 눈이 저절로 떠졌다. 옆을 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도 안 자고 있었다.
"하아... 형, 진짜 갈 거예요? 그냥 없었던 일로 합시다."
대답이 없었다.K도 설득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는 뜻을 꺾지 않았다. 어김없이아침이 밝았다. 집을 나왔더니 밖이 더 따뜻했다.(그 집은 정말 신기했다. 바깥보다 집안이 더 추웠다.) 시위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1번, K 2번, 나 3번.
역사적인법원 앞 1인 시위가 시작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피켓을 들고 서 있는데,법원 경비가 와서뜯어말렸다. 자리를 옮기는 조건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내 차례가 됐다. 진심 욕이 튀어나왔다. 후드티 뒤집어쓰고,X가 대문짝만 하게 그려진 마스크까지 썼지만,창피해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하는 느낌과 함께찰칵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누군가가 바로 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저기요, 사진 찍으면 안 되는데요."
"한라일보 기자입니다. 이렇게 1인 시위 하는 건 알리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닌가요?"
잠깐 언쟁이 있었다.지금도 선명히 기억하는 단어는 '신념'이다.
"제가 무슨 신념이 있어서 하는 건 아니고..." 했다가 신념도 없이 1인 시위를 하냐며 기자한테 폭풍 잔소리만 들었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반박할 수 없었다. 이럴 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를 호출해야한다.
"투쟁의 명분은 저 쪽분께 물어보세요."라고 말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와 K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그 둘이 없었다.
'하아... 시바(견). 이 중요한 때 어디 간 거야?' (나중에 물어보니 추워서 자판기 커피 뽑아 먹으러 갔다고 했다.아, 진짜!)
결국 그렇게 신문에 내 사진먀실렸다. 아직도 이때를 생각하면 창피한데, 신념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그때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창피한 이유 하나 더. 마지막에 이 기자와 논리로 싸울 수 없겠다 느끼고 기자님께 부탁을 하나 드렸는데, 이때의 멘트는 지금도 흑역사로 남아있다.
"기자님, 제 아버지가 공무원인데, 신문에는 안 올리면 안 될까요?"
(기자둥절. 아버지가 공무원인 거랑 1인 시위랑 무슨 상관?)
9.
당시 교대에는 체육대회가 끝나고 나이트클럽을 한두 시간 정도 통째로 빌려서 노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나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가 이 아름다운 전통에 빠질 수 있나? 우리는교대 명예의 전당에4년 연속 '나이트클럽 체육대회 애프터 파티'에 참가한 역사적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보통은 아무리 정신 꺾어져도 4학년엔 안 간다. 4학년 때는 임용고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육 대회가 끝나면 바로 체육관에서 1차 막걸리 뒤풀이를 하고, 나이트클럽으로 이동했다. (우승팀은 트로피에 막걸리붓고 원샷하는 게 국룰이었다.) 나이트클럽에 도착할 때쯤엔, 이미 다들 벌겋게 취해있었기 때문에 그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다만, 한가지는확실히 기억난다. 무대 위에 올라가 DJ 옆에서 춤추다가 관계자에 의해 끌려내려 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의 뒷모습. 내려와서 같이 막춤 추다가 또 어디 갔지? 하고 보면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갔다가 끌려내려 지고 있는 우리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그걸 한 시간 내내 반복했다. 중간에 DJ가 이 사람 좀 끌어내라고 짜증도 냈던 건 같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10.
교대는 축제 때마다 '사봉 가요제'라는 이름의 가요제를 연다. 3학년 때 우리는 듀엣으로 참가했다. 참가곡명은 <즐거운 생활. 영화 <품행제로의 OST로 쓰였던 이 노래는,전주의 통통 튀는 피아노 멜로디와 세상 긍정적인 가사로단번에 우리의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도 이 노래는 나의 노래방 18번이다. 이 노래만큼 분위기를 띄우는 데 좋은 노래를 아직 찾지 못했다. 가사도 너무 좋고 내 생각과 잘 맞아떨어져서 부르다 보면 마치 내 뇌 속에서 한바탕 파티를 하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노래를 5분 부르고, 개인기를 20분 하다가 주최측에 의해 끌려내려왔다. 상은 못 받았다. 총 3번 나간 사봉가요제에서 인기상도 못 받은 건 이때가 유일하기에 결과가 안 좋았던 건, 아무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 이번 시간은 국어시간? 영어시간? 재미있는 힙합시간!
힙합을 많이 알건 말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잔치시간
잔치시간이 영어로 뭐? 선생님들 이름은 뭐?
여러분들을 오늘 재미있는 힙합의 세계로 인도할 우리는 2인조
45라고도 해. 그냥 이렇게 나에게 솔직한 음악을 추구해
누가 누가 좋아할까 걱정 안 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승패
어렵게 생각할 거 하나 없네. 쉽게 생각하면 너무 쉽네
그대 맘속에, 존재하는 리듬에, 맞춰 따라가다 보면 나올 거야
즐거운 인생 살아가
DJ 따라 리듬에 맞춰 다 판을 문질러
MC 따라 리듬에 맞춰 다 힙합을 외쳐 힙합
Bboy 따라 리듬에 맞춰 다 같이 춤을 춰
우릴 따라 리듬에 맞춰 다 같이 손뼉 쳐
내 삶과 함께하는 힙합 뮤직. 내게 일러준 건 오직 정직.
학교에서는 깨닫지 못한 공식. 내 사전엔 없는 단어 거짓.
우릴 믿고 함께하는 사람 무대 앞에. 영원히 함께하는 나의 팀은 옆에
내 뒤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걸로 태어난 음악이란 열매
배고파도 배부른 저 사람들 앞에. 힘들어서 눈물 나도 웃을 수밖에.
무대에선 즐거워서 45rpm. 돈 없어도 힙합 있음 I don't care.
One Two Three Four 4분의 4박자로 몰려오고 있는 비트에 맞춰
Groove 타고 있네. 사천오백사십오억사천오백사십오만 사천오백사십오 개의뇌세포
좌뇌로 우뇌로, 왔다리 갔다리, 머릿속은 난리 났네
뇌세포의 파티, 음악이 있는 파티, 다 같이 Everybody
분노와 증오는 전쟁을 초래. 사랑과 평화는 바로 이곡에.
너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선. 리듬과 흐름을 이어가서 다시 턴-
싸우지들 말고. 헐뜯지들 말고. 아,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왜 서로 이를 갈고, 열받고 짜증 나고, 슬플 때 너를 위해 기쁘게 해 줄게
자, 얘들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보렴.
우리나라에도 애초에 랩이 있었으니 잘 듣고 따라 해 봐.
Listen & Repeat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가 없으면못 마십니다
- 45RPM의 <즐거운 생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