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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 Apr 15. 2025

세상에 나온 지 5년 반밖에 안 된 카지노 게임

일주일간의 꿈같은 휴가를 발리에서 보낸 카지노 게임의 후유증은 무척 컸다.

악독하다던 발리밸리 ( Bali와 Belly를 섞은 말로, 발리에서 배앓이 증상을 겪는 것을 뜻한다. 아마도 발리의 물 상태나, 음식의 청결도 등으로 인해 장염 증상이 흔히 발생하여 만들어진 말인 것 같다. ) 도 피해 간 카지노 게임은, 학교를 가는 첫날 설사를 했다.


월요일.

일전에 학교에서 설사를 하고 난 뒤 계속 배가 아파 조퇴를 경험한 카지노 게임은, 설사가 많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배가 계속 아프다며 학교가기를 거부했다. 지난번 조퇴 후 고열이 났던 경험도 있어, 일단은 따뜻하게 배찜질을 하면서 상태를 지켜보았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또 다른 설사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열도 안 났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학교에 가기가 싫었던 것 같다. 학교에 가기 싫어 우는 카지노 게임을 어르고 달래 겨우 학교에 보냈다. 다행히 하굣길에아주 쌩쌩하게 웃으며 교실을 나왔다.


카지노 게임<배가 많이 아팠나 보다. oucheeeeeeeee가 뒷장까지 있었다


화요일.

어제 이후 더 이상 설사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 배가 아프다고 했다. 응가를 하고 싶은데 안 나온다며 울었다.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우는 카지노 게임을 어르고 달래 또 겨우 학교에 보냈다.학교 선생님에게는 더 이상 설사는 안 하고 괜찮을 것이라고만 귀띔했다. 선생님도 어제 교실에서도 친구들과 지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카지노 게임은 계속 배가 아팠나 보다. 집에 가고 싶다고 울었는데, 선생님이 '학교에 울면서 오면 안 된다', '지금 보건실로 바로 가지 말고 조금 있어봐라' 했던 모양이다. 내가 선생님이어도 그랬을 것이다.약간 울먹이며 하교했지만, 그날 저녁 배찜질을 하고는 또 괜찮아졌다.

카지노 게임<울고 싶었는데, 못 울어서 슬펐던 카지노 게임...


수요일.

아침부터 또 배가 아프다고 했다. 응가를 하고 싶은데 안 나오고 배가 꽉 눌리는 것 같다고 했다.카지노 게임은 학교에서도 배가 아픈데 화장실에는 안 갔다고 했다. 또 설사를 할까 봐 걱정이 돼서 못 갔다고 했다. 그때 직감했다. 변비! 우는 카지노 게임을 또 겨우 달래 학교에 보내고, 그날 저녁에는 변비에 좋다는 각종 과일을 먹였다. 자두주스, 키위, 파파야, 유산균...


목요일.

드디어 신호가 왔다. 화장실에 혼자 가기 무섭다며 나를 꼭 잡았다. 카지노 게임은 또 설사가 나올까 무섭다고 했다. 괜찮다고 힘을 꽉 줘보라고 했다. 힘을 꽉 주더니, 방귀가 '부앙~부앙~ 부앙~~~~' 하고 나왔다. 이 많은 가스가 배에 꽉 차 있었으니 배가 아플 수밖에...

쾌변 후 배아픔은 덜해졌지만, 카지노 게임의 등교 거부는 계속되었다. 이유도 다양했다.


카지노 게임<쪼금쪼금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아픈데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다.

화장실 가기가 무섭다.

선생님이 울면서 학교 오지 말라고 혼을 냈다. 선생님이 무섭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

학교에 있으면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엄마랑 맨날맨날 같이 있고 싶다.

빨리 주말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는 집에 일하면서 왜 나는 학교에 가야만 하느냐.......


금요일.

배아픔은 덜해졌지만 ( 변비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도, 가스가 계속 차는 것 같았다) 등교 거부는 계속되었다. 아침마다 그런 생이별이 없었다. 나는지치고 카지노 게임은 슬펐다.


주말은 온전하게 카지노 게임과 함께 보냈다. 지겨울 정도로 붙어있었다. 토요일은 친구네 딸내미와 하루 종일 하이킹을 하며 놀았고, 일요일은 스케이트장에서 자전거와 씽씽이를 탔다. 발리에서보다 얼굴이 더 탔다.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제 또 이런 시간들이 나에게 올까.


다시 또 월요일.

카지노 게임은 더 이상 배아픔을 핑계 대지 않고, 나와 함께 하고 싶음을 어필하며 등교거부를 했다. 포옹을 열 번도 더 하고, 뽀뽀를 열 번도 더 하고, 많이 울면서 또 헤어졌다.


다시 또 화요일에도 역시 엉엉 울며 학교를 갔다. 헤어지는데 30분도 더 걸렸다. 나에게 울며 매달리는 카지노 게임을 선생님이 억지로 떼내면서 헤어졌다.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고, 카지노 게임은 많이지쳤으리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멀리서 카지노 게임을 한참이나 지켜보다 집으로 갔다.

<다시 보니, 내내 아프고 참고 아프고 참고. 고생했어 카지노 게임...


배아픔으로 시작된 등교 거부는, 화장실 가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선생님에게 혼남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장되었다. 이제는 엄마와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슬픔으로 바뀌었다가,혼자만 학교를 가야 됨에 대한 억울함으로 이어졌다.


세상에 나온 지 5년 반밖에 안 된 카지노 게임은,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 이번 주 내내 응가를 할 때마다 내 손을 꼭 잡고 힘을 줬다. 끄응~ 하며 내 손을 꽉 잡는 카지노 게임의 긴장된 어깨를 보며, 카지노 게임에게 나는 무서움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이구나 싶었다.그런 카지노 게임은 선생님이 무서워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도 제대로 못 해 너무 슬펐구나 싶어 마음이 짠했다.


세상에 나온 지 5년 반밖에 안 된 카지노 게임은, 어떨 땐 또 너무 듬직하다. 주말에 청소할 때 엄마를 도와주겠다며, 웃통을 벗고 청소기를 돌렸다. 장을 보고 집에 갈 때면 장바구니 하나는 자기가 들겠다며 자기 키 만한 장바구니를 둘러메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조그마한 카지노 게임이 자기에게 기대라며 곁을 내주는 것이 고맙고 기특했다.

<남편을 꼭 닮은 뒷모습. 든든한 카지노 게임이다

세상에 나온 지 5년 반밖에 안 된 카지노 게임은, 누굴 닮았는지 몰라도 참감성적이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한껏 감성에 젖어있던 나는, 카지노 게임에게 ' 카지노 게임아, 씽씽이 탈 때 늘 조심해. 길에서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있어. 카지노 게임이 다치거나, 네가 길을 잃어버리면 엄마는 너무 슬플 거야. 엄마는 너와 함께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 우리 카지노 게임도 이 행복을 계속 기억해 줄 거지?'라고 물었다.카지노 게임은 대답대신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안아줬다. 괜스레 나도 울컥해 서둘러 카지노 게임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날 저녁 카지노 게임에게 왜 아침에 눈물이 나는 것 같았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할머니가 돼서 하늘나라로 갈 것만 같아 슬퍼서 울었어'라고했다.


'계속 기억해 줄 거지?'라는 말에 카지노 게임은 내가 사라짐을 먼저 떠올렸나 보다.


작고 소중한 나의 카지노 게임은 하루하루 세상을 배우며 자라고 있다.

나는 그에게 든든한 나무가 되어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돌아보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든든한 나무 말이다.

<어두운 모래밭, 엄마가 불 밝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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