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일 들 중 다섯. 내 카지노 게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조금은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는 내 카지노 게임 챙기기. 그것이 내가 나를 살리는 일 들 중 하나다. 흔히 카지노 게임이라고 하면 축하하고 축하받으며 소중한 날로 기억된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뭔가 나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 받는 거 같아서 좋았고 그날 먹는 미역국과 버터맛이 잔뜩 나는 케이크를 먹는 것도 좋았다. 카지노 게임케이크를 사면 동네 빵집에서 서비스 빵을 주곤 했는데 그것도 선물 같아 참 좋았다. 그런 나의 카지노 게임이 슬퍼졌던 건 엄마가 나의 세상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 떠난 후였다. 내 카지노 게임이 되면 나를 위해 끓여준 미역국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엄마의 빈자리를 체감해야 했다. 그런 나의 카지노 게임을 언제부턴가 알리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무도 모르면 서글퍼지는 이상한 날이 되어버렸다. 축하해 주는 지인들이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고 보내주는 그 문구에 답답해지기도 했다. 나는 그럴 수 없을 거 같기 때문이었다.
나의 카지노 게임은 그렇게 묘한 기분을 느끼는 날이 되어버렸다. 바쁘고 힘든 요즘 시대에 카지노 게임이 뭐 대수라고 여길수도 있지만 나에게 카지노 게임은 나를 대하는 태도였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나는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거나 사랑하기보다는 내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걱정이란 이름으로 스스로를 비난하기 바빴다. 다른 사람이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먼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해서 타인보다 먼저 나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바보같이 상처 주는 행동들을 방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했다. 그런 시간을 보냈던 나에게 나의 카지노 게임은 축하보다는 부담스러운 날이 되어버린 것이다. 축하받는 법, 축하해주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감사하는 법을 잘 몰랐다.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몰랐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카지노 게임을 알리지 않았다. 내 카지노 게임을 모르는 지인들을 보며 서운하지 않다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챙김 받고 싶었던 나를 모른척하며 한 해 한 해 보냈다. 타인의 카지노 게임은 그렇게도 축하해 주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고 하면서 말이다.시간이 지나며 그렇게 축하해주는 말들도 상투적인 표현들에 가까워졌다. 상투적임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쉬웠던 말들, 마음들이 왜 나에게는 어려웠을까?
나는 축하받는 대신에 그냥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 바랐고, 그냥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랐다. 나를 자신의 태풍 속에 들여다 놓고 자신보다 더 아프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상대의 요구에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평범한 하루와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된다. 오늘은 또 무슨 말을 나에게 할까? 오늘은 또 어떤 불만을 나에게 드러내며 나의 문제를 꼬집을까? 그런 생각에 휩싸이며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 무거움을 견디다 못해 이야기하는 날은 그동안 잠잠히 참았던 나와 다르다며 이중인격자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점점 나는 입을 닫아갔다. 나의 감정이 늘 그들의 먹이로 자리하면서 나의 하루는 너무 고달팠고 버거웠다. 행복한 순간에 불안이 느껴졌다. 나와 배우자가 만든 가족의 일상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울수록 마음 한 곳이 초조해져왔다. 이렇게 행복하다가 갑자기 불행하면 어쩌지? 더 깊은 나락으로 나를 데려가면 나는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자 미칠것만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나만 겪었던 그 일들을 나의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느 날, 나는 일상이 주는 소소함, 평범함이 나의 삶과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더 이상 멀어지는 것은 안 되겠다 싶어 그 태풍의 배에서 내리기로 결심했다. 사실 그 결심도 스스로 했다기 보다는 배의 끝까지 몰리고 나서야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가능했다. 배의 끝까지 가는 동안 나는 나를 의심했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의 중심에 내가 없고 상대만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내가 했던 노력들이 답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왔다. 태풍의 배에서 내리고 나서 순간 숨은 돌렸지만 이내 나는 내 카지노 게임이 폐허가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 그런 나의 곁에서 나를 바라보며 지켜준 사람들……그들은 나의 진짜 가족이었다. 태풍 속에서 힘들게 돌고 있는 나를 묵묵히 지켜보며 카지노 게임 졸였을 나의 가족들.
내가 카지노 게임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 생각했던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나의 카지노 게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날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고 있었다. 나의 카지노 게임, 하나뿐인 그날은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나도 그리운 날이다. 잊으려 노력했던 엄마를 나의 삶 속에 온전히 마주하는 날이다. 나를 낳아준 엄마를 생각하며 그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 할 수 있는 그런 날이다. 그 그리움을 인정하고 온전히 슬픔을 받아들이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축하를 맘껏 기뻐하고 싶어졌다. 내가 카지노 게임을 미워한다고 해서 내 카지노 게임이 사라지는 것도 그런 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의 맛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나에게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나를 중심에 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 보고 싶다. 이전까지 나의 카지노 게임의 날씨는 흐림이었다.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모르는 그런 흐린 날씨. 그런데 지금은 춥지만 해가 비치는 오후 같다. 따뜻한 해가 하루를 잘 마무리하라고 비춰주는 그런 오후. 그런 카지노 게임의 햇살을 이제 나에게 온전히 선물해주고 싶다. 내가 나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