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시작한 월별 계획 작성 모임. 매월 계획을 단톡방에 공유하고 계획과 관련한 블로그 글들을 주 2편씩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새해는 시작되었고, 2월도 한 주가 다 지나도록 2월 계획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숙제 안 한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마음처럼단톡방에 글도 못 남기고 곁눈질만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을 대변하는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문득 든 생각. 숙제가 먼저인지, 학교가 먼저인지. 숙제를 못했다고 학교 가는 것이 두려운 게 정상인지. 그 글 좀 못 썼다고 빚쟁이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도대체 계획 쓰기가 뭐라고. 그 글쓰기가 뭐라고.
어떻게 하면 글을 쉽게 쓸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오늘도 생각남...뭔가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어 간단히 공유해봅니다. '사우나'가 떠오릅니다. 사우나 글쓰기. 사우나라고 해서 '한증막'이 아닙니다. 바로 '불즉 막'입니다. 이름하여 '불즉막 10분 글쓰기'!!
첫째, '불', 불완전하게 쓰면 됩니다.
글은 점에서 시작해서 점으로 끝납니다. 글자는 선이 모여 완성됩니다. 그 선은 점의 모임입니다. 그래서 결국 글자는 점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장의 끝은 마침표입니다. 점 하나를 찍으면 글은 완결됩니다. 글을 쓰다가 힘이 들면 마침표를 찍으면 됩니다. 미완도 완결입니다. 누라 뭐라고 하겠습니까? 내가 쓴 글을. 글은 평가받기 위해서 쓰는 것이아닙니다. 물론 뭔가를 판매하려는 목적의 글은 다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글은 남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만큼만 쓸 수 있다
아무리 고민하고 애를 써도 내 글은 나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애를 써도 애를 쓰지 않아도 내가 쓸 수 있는 건 딱 '나만큼'입니다. 슬픈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한편으론글쓰기로 고민 중인 내 수고를 덜어주는고마운말입니다. 고기는 고기서 고기, 내 글쓰기도 고기서 고기.
둘째, '즉', 즉시 쓰면 됩니다. 써야 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생기면... 조금만 더 정리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바로 써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냥 생각나는 순간 즉시 쓰면 됩니다. 생각나는 만큼 쓰면 됩니다. 한 줄이라도 아니면 한 단어라도.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 한 단어는 글의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가장 순수한 나의 첫 생각입니다. 존중해줘야 합니다. 우선 즉시 써놓고 생각이 더 떠오르면 추가로 살을 보태면 됩니다. 초고가 있어야 수정이든 편집이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글을 완성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쓸 만큼 써놓고 고치면 됩니다.
셋째, '막', 막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됩니다. 이것은 '즉시' 쓰는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생각의 순서와 글의 순서는 다릅니다. 우리의 생각이 첫 문장으로 시작해서 끝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의 중간부터 생각이 날 수도 있고 글의 끝부터 생각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10분'이란 마감시간은글을 쏟아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10분 동안 멈추지 않고 글을 씁니다. 맞춤법, 어순, 글의 구조, 모두 다 무시합니다. 그 순간 내 손가락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가 되야합카지노 가입 쿠폰.마구 내달리면 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잠재의식 속에는이미 수많은 생각들이 잠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생각은 생각을 부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글과 연관된 새로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불즉막 10분 글쓰기' 어떠신가요?
계획 쓰기를 포함해 글쓰기가 고민이시라면 '한증막'이 아닌 '불즉막 10분 글쓰기'를 떠올려주세요. 글은써놓고 고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뭔가를 쓰기 시작하는 그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초고를 고치는 것은 쉽습니다.'불즉막 10분 글쓰기'는 여러분의 백지를아직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생각들로 꽉 채워줄 것입니다.
얼마 전 회사 형님이 중2 딸의 새해 계획을 카톡방에 공유해줬습니다.
이 얼마나 '끝내주고', '간지 나고', '작살나는' 계획인가요? 중2 공주님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신박한 새해 계획은 모르긴 몰라도 '불즉막 10분 글쓰기' 원칙을 적용해서 만들어 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2 공주님의 새해 계획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글쓰기, 계획 쓰기에 고민인 수많은 '완벽러'들의 글쓰기도 응원드립니다.
글이 먼저가 아니라 내가 먼저입니다. 글은 내 삶을 돕는 작은 점들의 모임일 뿐입니다.글 좀 못 썼다고 빚쟁이의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