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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6. 2025

인생이 한 편의 카지노 쿠폰면...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먼 곳에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곱씹어볼수록 명언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펴볼 것도 없다.

내가 살아온 날들이 그렇다.

지긋지긋한 날들이 있었다.

두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시간들이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 갇힌 것 같은 때가 있었다.

돌아가고 싶었는데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인생은 앞으로만 가는 일방통행길이었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왜 태어나서 이런 고생을 하나 물어보고 싶었다.

빨리 생을 마치면 낫지 않을까, 차라리 생겨나지 않았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

히죽거리며 지나가는 백치가 나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여러 편의 비극이 연달아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때를 떠올리면 흐릿한 수채화 같다.

그때는 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까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 같다.




웃음과 울음은 정반대의 말 같지만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웃다 보면 눈가에 눈물이 흘러 울게 되고 실컷 울고 나면 어느새 웃게 된다.

웃음의 시옷과 울음의 리을을 서로 바꾸면 웃음이 울음이 되고 울음이 웃음이 된다.

동전의 양면처럼 웃음과 울음은 하나이다.

울음을 일으키는 비극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희극도 결국은 하나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해서 두 편의 카지노 쿠폰이라는 말이 아니다.

한 편의 카지노 쿠폰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하는 카지노 쿠폰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울게만 하는 카지노 쿠폰도 없다.

한 편의 카지노 쿠폰에 웃음과 울음이 섞인다.

내 인생 카지노 쿠폰을 희극이라고 할 수도 없고 비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지금 희극을 공연하는 중이라면 조금 후에는 비극을 공연할 것이다.

지금 비극을 공연하는 중이라면 조금 후에는 희극을 공연할 것이다.

둘 중의 하나만 갖는 게 아니라 둘 다 갖는다.




나는 울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웃고 있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지 말자.

시간이 지나면 내가 웃고 있을 때 그가 울기도 할 것이다.

아니 이미 언젠가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웃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고 해서 청승맞다고 인상 쓰지 말자.

시간이 지나면 그가 웃고 있을 때 내가 울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이 나를 만드실 때 내가 평생 흘려야 할 눈물의 양과 내가 평생 터뜨려야 할 웃음의 양을 미리 정해 놓으셨는지 모른다.

인생의 초반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면 인생 후반에 웃을 일이 많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보면 자기 인생에 웃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모를 일이다.

강화도에서 나무꾼처럼 살아가던 총각이 어느 날 갑자기 조선의 왕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기요틴의 칼날에 목숨을 잃은 황제 부부도 있다.




나에게 이런 일 저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일어났었다.

지금도 드라마틱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내 인생 나도 모른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쳤던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지 못했다.

‘나의 인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고 해서 이 카지노 쿠폰이 어떻게 종결될지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이 카지노 쿠폰의 감독자만이 알고 있다.

내가 이 카지노 쿠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나에게 맡겨진 바로 지금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다른 배우와 비교를 하면 안 된다.

비교하는 순간 이 카지노 쿠폰은 망치게 된다.

나는 나의 역할에 충실하고 그는 그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왕자의 역할이라면 왕자답게 연출하고 거지의 역할이라면 거지답게 연출하면 된다.

하지만 잊지 말자.

어디까지나 카지노 쿠폰다.

카지노 쿠폰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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