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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r 17. 2025

무슨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요

'문장의 소리' 한은형 소설가 편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인후 통증 때문에 일어나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누웠다. 다행히 가라앉음을 느끼며 잠에 빠졌다.


오늘, 어제의 일기를 쓴다. 어제로 돌아간다. 오전 10시경 집을 나섰다. 원래는 책산책(책 반납, 대출)을 마치고 점심 전까지 집으로 들어오려 했다. 무슨 바람인지. (실제로도 바람이 차고 셌다) 반납 전에 빌린 그림책의 감상을 정리하고픈 바람이 일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므로 귀찮아서 잘하지 않는데 어쩐 일로 '읽으면 끝'인 게 이내 아쉬워졌다. 그림책을 조금 더 붙들어 놓고 짧게라도 정리해 보자.


배송비를 아끼려고 주문한 '독서 기록함'을 펼쳤다. 노트에는 기억에 담고 싶은 구절, 어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지, 감상을 묻는 세 개의 빈칸이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적는 칸 앞에서는 주저한다. 세 줄만 쓰면 채울 수 있는 칸인데 쉽지 않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요약하는 동안 점점 점심시간에 가까워진다.


방학숙제로 독후감을 쓰던 때가 생각난다. 경험과 느낌을 책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잘 녹여냈다. 책의 줄거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즐거운 독후감 쓰기의 원천이었다. 어린 시절 썼던 독후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궁금하다. 쭉쭉쭉 신나게 써 나가던 기운만 남아있다. 말하기는 쓰기와 달라서 사람들은 "그 책 재밌어요? 무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에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말문이 턱 막혀버린다. 노트가 내게 묻는다. "무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데?" 눈 부릅뜨고 따지고 드는 것 같다.


빈칸을 그냥 비워둘까.


비워두는 건 채우는 것보다 어렵다. 세 줄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요약하기 어려워 감상을 적는 칸까지 넘어가버린다. 줄 없는 도화지 같은 노트만 쓰다가 줄 노트를 쓰는 게 불편하다. 노트 종이와 펜이 쿵짝이 맞지 않아서 쓰는데 애를 먹었다. 0.7 미리 잉크펜은 묵직했다. 종이에 글자가 쓰이는 게 아니라 새겨지는 듯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스미는 펜보다 미끄러지는 볼펜이 어울리는 종이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못 쓰는 것을 노트와 펜 탓 하는 중)


어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요?


노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칸은 과제로 남는다. 만약, 노트의 질문이 "어떤 이야기인가요?"였다면 조금 더 적기 수월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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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찾아보았다.

-그릇이나 포장 따위의 안에 든 것.

-사물의 속내를 이루는 것.

-말, 글, 그림, 연출 따위의 모든 표현 매체 속에 들어 있는 것. 또는 그런 것들로 전하고자 하는 것.

-어떤 일의 내막.

-사물과 현상의 기초를 형성하는 본질이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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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반복하니

내. 용기. 의 줄임말로 읽힌다.


당신은 무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삶을 살고 있나요.

당신은 어떤 삶의 이야기를 짓고 있나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요악하느라 점심이 비었다. 책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굳이 요약할 필요도, 빈 칸을 채울 필요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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